[단독] 새정치연합,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도 지원"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4.04.0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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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선거 후보자 지원 방안 담은 새정치민주연합 문건 단독 입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최근 전국 시·도당 및 지역위원회에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 이후 후보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은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새정치연합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새정치연합은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로 큰 내분을 겪고 있다. 통합의 양 주체인 민주당과 안철수 진영 간 갈등과 분열이 일고 있는 것 또한 무공천 문제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자칫 이번 무공천 결정으로 새정치연합이 지방선거에서 완패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확인된 내부문건은 무공천 논란을 어떻게 하든 피해가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내천(內薦)’ 성격이 될 수 있어 여당으로부터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4월4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기초선거 공천폐지 입법관철을 위한 농성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법적으로 지원 가능한 부분에 최대한 지원”

노웅래 새정치연합 사무총장 직인이 찍힌 이 문건은 전국 시·도당 및 지역위원회를 수신자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와 관련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사실상의 새정치연합 소속 후보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해당 문건은 “우리 당은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기초 단위 선거의 정당 공천을 폐지키로 공약했고 이를 전 당원 투표로 결정했다. 여당의 약속 파기로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약속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우리 당만이라도 정당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기초 정당 공천 폐지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문건은 “탈당 이전에는 당 차원에서 최대한의 지원을 통해 당 소속 예비후보로서의 활동을 보장하고, 탈당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법적으로 지원 가능한 부분에 대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초 단위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을 당 차원에서 적극 돕겠다는 것이다.

문건은 새정치연합이 당 차원에서 후보자를 지원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통일성을 나타내는 홍보 및 유세 방안을 내놓았다. 선거 홍보물 및 유니폼 등에서 새정치연합 후보였음을 보여주는 공통 시안을 지원하는 것이 여기에 포함됐다. ‘선거사무소용 공식 현수막 시안’ 지원이나 기초선거 후보용 공통 슬로건 지원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무소속 출마로 현수막 제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초 단위 출마자들의 민원 해결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기초 선거 후보 지원 방안 담긴 새정치연합 내부 문건

탈당식·결의대회 등 이벤트도 마련

기초선거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마련해주는 방안도 적시되어 있다. 새정치연합에 소속된 기초선거 출마 예정자들을 위해 ‘탈당식’ 및 ‘결의대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후보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또 기초선거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 밖에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시 직위를 부여하는 방안, 정책 공약을 수립하는 데 자료를 지원해주는 방안, 당 차원에서 무소속 후보 지지 문자를 발송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문건을 보면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자당 소속 무소속 후보들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지원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여당의 공격을 받거나 선관위로부터 고발될 경우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소속인 무소속 후보들을 다른 무소속 후보들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중앙당 차원에서 밝히고 있어 새누리당이 선거 쟁점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대신 무공천 폐지 철회를 주장하는 당내 인사들과 기초선거 출마자들의 반발은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초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들은 무공천으로 인해 어떻게 선거를 치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할 새정치연합 소속의 현직 구의원 ㄱ씨는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기초 공천을 폐지하겠다는 데 100% 공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선거운동에 큰 어려움이 있다. 민주당으로 플래카드를 만들었다가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바꿔야 하나 싶었는데 공천을 안 한다고 하니, 이제는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 고민이다. ‘전(前)’ 민주당 소속 의원이라고 써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ㄱ씨는 기존에 신청한 플래카드를 모두 교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한다고 했다. 또 명함을 신청할 때도 기본적으로 5000장 이상씩 해야 하는데 기존 당명이 적힌 명함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호 2번’을 버리고 선거를 치르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선거운동을 할 때 ‘기호 2번’이라고 하면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새정치연합 당원도 아닌 후보들이 안철수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홍보하려고 한다. 선거에 나가도 새정치연합 로고를 쓰지 못할 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무소속 후보 지원 ‘내천 논란’ 휘말릴 수도

새정치연합의 무소속 출마 후보 지원은 선거법상 문제가 없을까. 이런 우려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이번 문건 말미에 따로 문서로 정리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후보자들을 지원할 것을 당부했다. 해당 내용을 보면, 우선 정당이 무소속 후보자를 지원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며, 선거구가 겹치지 않는다면 무소속 후보자를 위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을 명시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정당 대표나 당원이 선거운동 기간에 공개된 장소에서 무소속 후보자와 함께 다니며 지지를 하는 행위도 할 수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할 후보가 당원 경력을 표시하는 것이나 과거 정당 활동 실적을 홍보하는 것도 법적으로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과거 민주당 혹은 새정치연합 당원 시절 주요 당직자와 찍은 사진을 게재할 수 있다. 또 새정치연합의 상징 색깔인 파란색으로 선거 벽보나 현수막을 만드는 것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경우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무소속’이라는 표시 없이 현수막이나 어깨띠에 특정 정당 명칭이나 로고를 이름과 연이어 게재해서는 안 된다. 또 정당과 무소속 후보자가 선거대책기구를 공동으로 설치하는 것도 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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