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색다른 연애 하고 싶다”
  • 이규대·조유빈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4.04.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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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이·통계로 보는 한국 기혼 남녀의 불륜 인식… 남성은 ‘몸’, 여성은 ‘마음’

“유부남의 50%, 유부녀의 26%가 혼외정사를 했다.” 1950년대 미국의 성의학자 앨프리드 킨제이가 내놓은 ‘킨제이 보고서’의 내용 중 일부다. 보고서는 미국 전역의 남녀 1만8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분석했다. 동성애·자위행위·불륜 등의 소재를 적나라하게 다뤘다.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기혼 남성의 절반, 기혼 여성의 4분의 1이 외도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였다. 세간의 추측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기 때문이다.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성(性)이라는 민감한 소재의 특성상 방대한 표본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연구 및 분석이 진행되기 힘든 탓이다. 다만 2000년대 중반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조건을 토대로 진행된 성 관련 의식조사가 일부 있었다. 각종 결혼정보회사 등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중에서도 불륜과 관련된 한국인의 인식이 엿보이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 10명 중 3~4명 “외도 해봤다”

혼외정사를 경험해본 적 있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은 상당히 높다. 2011년 한국성과학연구소가 한길리서치 등과 공동으로 실시한 ‘성의식 실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기혼자 중 34.4%가 외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은 58.3%, 여성은 13.1%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남 490명, 여 5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킨제이 보고서와 비교하면 여성의 외도율이 낮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미국과 오늘날 한국의 문화적 차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수치는 실제보다 낮게 측정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양다진씨(당시 성균관대 가정관리학과 대학원)가 2004년 발표한 논문 ‘기혼 남녀의 혼외관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196명 중 51명이 혼외정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26%에 해당하는 수치다. 킨제이 보고서의 결론과 비슷하다.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기혼 여성을 직접 대면해 일대일 설문조사로 진행해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비교적 높은 신뢰도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  10명 중 6명 “불륜 꿈꾼다”

2005년 미디어라인코리아가 맥스무비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연인이나 배우자 외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하고 싶다’는 대답이 67%로 나타났다. 총 5만6830명(남 3만1973명, 여 2만4857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다.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의 절반을 뛰어넘는 응답자가 불륜을 꿈꾼 것이다. 엔아이코리아가 2003년 실시한 이메일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전체 응답자 중 남성의 83.8%, 여성의 49.4%가 혼외 성관계 욕구가 있다고 응답했다.

기혼자의 경우는 어떨까. 2005년 한국성과학연구소가 리서치플러스 등과 기혼 여성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응답자의 63%가 ‘남편 이외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불륜’을 인식하는 남녀의 심리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2011년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기혼 남녀 직장인 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남성의 57%, 여성의 32%가 ‘오피스 배우자’가 있다고 답했다. 오피스 배우자는 실제 부부나 애인 관계는 아니지만 직장에서 배우자보다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성 동료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오피스 배우자와의 불륜 판단 기준을 묻는 질문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남성의 63%는 ‘성적 접촉이 있는 경우’라고 답했다. 여성의 63%는 ‘육체적 관계가 없더라도 상대방과 지속적인 연락을 주고받으면 불륜’이라고 답했다. 남성은 육체적 관계를 불륜으로 인식하는 반면, 여성은 정신적인 애정 표현과 잦은 연락 등 ‘정신적 간통’도 불륜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남성의 70%가 ‘오피스 와이프에 성적 매력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여성의 71%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지만, 남녀의 인식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5년 다음 미즈넷이 헤럴드경제와 함께 기혼 여성 1만69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도를 하는 여성 중 48.2%는 ‘색다른 사랑을 하고 싶어서’를 이유로 꼽았다. 여성은 외도에서 심리적·정신적 자극을 바라는 경향이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 흔들리는 5060세대

중년층의 불륜에 대한 인식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도 눈에 띈다. 2013년 웹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한길리서치와 실시한 ‘50·60대 정체성 및 성의식’ 조사 결과를 보자. 전국 50·60대 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50·60대 응답자의 50.9%가 ‘다른 이성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30.8%의 응답자는 ‘이성과의 성적 관계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소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성의식도 확인된다. ‘젊은 세대처럼 이성과 원나잇 스탠드(하룻밤 잠자리)를 즐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20%가 ‘그런 편’이라고 답했다. 중·장년층의 성의식이 개방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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