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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작은 빵집에서 희망을 굽는다

골목상권 지켜낸 셰프 5인의 성공 스토리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4.04.16(Wed) 15: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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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보호가 정부와 재계의 화두가 된 지 1년이 넘었다. 빵집이나 커피전문점은 골목상권 보호의 상징과도 같은 업종이다. 창업 희망자가 워낙 많이 몰리고 소자본 창업도 쉽다. 그만큼 중도 탈락자도 많다는 얘기다.

시사저널은 골목에 작은 빵집을 내고, 아이스크림 가게를 열고, 커피전문점을 차려 꿋꿋이 대기업의 공세를 이겨 나가고 있는 셰프 5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른 일을 하다가 빵, 아이스크림, 커피가 좋아서 그것을 다루는 세계로 입문한 이들은 빵·과자 마니아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인들이다. 경쟁력 있는 작은 가게를 모아 해마다 ‘윈도우 베이커리 컬렉션’을 여는 김혜준 코디네이터는 “이들의 공통점은 도전을 겁내지 않고 일을 즐긴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가는 길과 작은 가게가 가는 길이 다르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삐아프 고은수 셰프(36)

서울 압구정동 뒷골목에 있는 초콜릿 가게 삐아프는 주방까지 더해도 13평의 작은 가게다. 매장에 테이블은 하나도 없다. “손님과 나 사이에는 초콜릿만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고 셰프는 애초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IT(정보기술) 전문가였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4학년 1학기에 중퇴하고 IT 기업에서 일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중 일본에 여행을 갔다가 들른 초콜릿 가게에서 충격을 받은 후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초콜릿의 세계에 입문했다. 외국에서 초콜릿 연수를 받고 준비를 한 뒤 2007년부터 초콜릿 강의를 시작했다.

가게 문을 연 것은 2011년 12월. “성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초콜릿을 정말 잘 만들고 싶은 꿈을 지키기 위해 가게를 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수제 초콜릿 수요의 90%는 선물용이라 그까지 포함해 3명의 직원 중 한 명은 홀 전담이다. 그는 “선물 가게처럼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의 공세에 대해 “작은 가게는 온전히 자신의 미각을 믿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대기업보다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다면 잘되는 것이고 맛이 어중간하다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전 직장보다 초콜릿 일이 돈을 더 벌어주는 것일까. “나는 초콜릿을 팔아서 부자 되는 게 목표가 아니다. 오랫동안 할 일을 찾은 것이다. 전 직장보다 돈을 더 벌지는 못하고 이른 시간 내에 그렇게 될 것 같지도 않다. 이전의 직장 동료는 유명해졌다고 나를 부러워한다. 사람들은 유명세가 곧 돈이라고 생각하니까. 이쪽 일은 생각보다 힘들다. 가족들은 오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응원한다.”

보떼가젤라토 배주희 셰프(34)

보떼가젤라토는 서울 반포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있는 3평짜리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 가게다. 가게 앞에 놓인 냉장 쇼케이스가 입구를 전부 막을 정도로 작다. 여기서 배주희 셰프는 혼자 젤라토를 직접 만들고 판매한다.

대학 때 행정학을 전공하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던 어느 날 그는 ‘시험에 합격하고 직장에 다니면 그게 내가 생각하던 삶일까,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뭔가’라는 고민에 빠졌다. 그에게 떠오른 것은 이탈리아 배낭여행 중 길에서 맛봤던 젤라토. 젤라토가 국내에 생소한 때라 경쟁보다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 1세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그는 말했다. 2005년 이탈리아로 젤라토 유학을 떠난 그는 3년 동안 현지에서 실습까지 마쳤다. 이탈리아 젤라토 대회에 출품한 그의 작품을 보고 국내 한 대기업에서 스카우트를 제의했고 2008년 귀국한 그는 2012년까지 그 회사에서 제품 개발자로 일했다.

가게 문을 연 것은 2013년 여름. 임대료가 싸고 계절 영향을 덜 타는 실내 매장,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을 고르고 골랐다. 투자비를 줄이기 위해 중고 기계를 매입했지만 지난해 성적은 감가상각비를 감안하면 손익분기점을 못 넘겼고 올해는 1분기에 조금 남겼다.

대기업 아이스크림 체인점과의 차이점에 대해 그는 “신선함의 차이다. 매장에서 만든 젤라토는 화덕에서 갓 나온 빵과 같다”고 말했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대기업이 하면 관리가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 상점이 더 신선하게 만들면 소비자들이 알아준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올드크로와상팩토리 양윤실 셰프(37) 

양윤실 셰프는 직업이 두 개다. 하나는 셰프, 또 하나는 세라크래프트를 운영하는 도예가.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한 양 셰프는 29세에 빵을 시작해 일본 도쿄제과학교로 유학도 다녀왔다. 전문 빵집에서 일하는 등 현장 경험을 쌓은 후 2011년 가을 홍익대 근처 산울림소극장 뒷골목에 작은 빵 가게를 열었다. “나는 도자기에서 빵으로 방향을 바꾼 게 아니라 병행하는 것이다. 공방이 근처에 있어 전시회 의뢰가 들어오면 도자기를 굽는다. 재료만 바뀌었을 뿐 빵을 굽는 것이나 도자기를 굽는 것이나 본질적으로는 같다.”

그는 빵집 운영을 “사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당히 재료비 나오고 운영비 나오면 만족할 뿐이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가게에 직원을 두지 않고 모든 것을 혼자 한다. 공식적인 개점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고 빵이 다 팔리면 그는 집에 간다. 크루아상 전문점답게 다크초코와 치즈 크루아상이 이 집의 간판 메뉴. 대략 서른 가지의 빵을 만들지만 그날그날 그가 만들고 싶은 빵과 손님이 좋아하는 빵을 랜덤하게 만든다.

“이런 가게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더 만들면 더 팔겠지만 혼자선 힘들어 더 만들지 못한다. 내가 잠깐 하고 말 게 아니라 오래 하려고 하는 것이라 장사로는 마이너스지만 삶의 질을 더 추구한다. 내가 동종업계의 셰프보다 수입은 적을지 모르지만 얼굴은 더 폈다(웃음).”

   
ⓒ 시사저널 박은숙
슬로우브레드에버 문혜영 셰프(40)

천연 효모 발효 빵을 만드는 슬로우브레드에버는 서울 서촌이 지금처럼 붐비기 전인 2012년에 문을 열었다. 애초 통계학을 전공하고 증권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문혜영 셰프는 30대 초반에 방향을 틀었다. 혼자서 일하는 게 더 좋아 프리랜서를 선언한 후 전산 일을 하면서 틈틈이 빵 교육을 받았다. 처음에는 친구 가게에 빵을 납품했는데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완전히 빵의 세계로 들어섰다.

“프로그래머가 재미있는 일이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빵을 만드는 건 몸을 사용하는 일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창의적이라 더 재미있다.” 그는 낮 12시에 가게 문을 열고 밤 9시에 닫는다. 그날 만든 빵은 대개 오후 두 시쯤이면 다 팔린다. 그의 가게에선 그까지 모두 네 명이 일하고 이 중 두 명이 주방에서 일한다. 실내는 8.5평, 가게 외부에 작은 테이블이 하나 있는 정도다.

손익분기점은 가게 문을 열자마자 바로 넘겼다.  프랑스에서 살다 온 손님들이 그가 만든 바게트에 대해 ‘프랑스에서 먹던 것보다 낫다’고 평가한다. “빵집 운영하는 것만도 힘든데 컨설팅 일까지 몰려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했다. 배 셰프는 대기업 빵집 문제에 대해 “요즘 손님들은 작은 빵 가게에 기본적으로 호의를 갖고 들어온다.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조건이다. 열심히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카페101 송훈 대표 겸 바리스타(46)

호주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송훈 대표는 세계 바리스타챔피언십 심사위원을 하는 커피 전문가다. 지난 10년간 바리스타 스쿨을 운영하며 수많은 바리스타를 키워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견습 바리스타’를 자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홍익대 뒤 와우산 정상에 카페101을 차리고 처음으로 직접 손님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101의 스페셜티 커피는 생두의 퀄리티가 높은 고품질 커피다. 최근 국내 대기업 커피전문점에서도 이런 시도를 하지만 그는 “이런 분야에선 작은 가게의 경쟁력이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스페셜티 커피는 바리스타 자격증만 따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생두를 고르는 능력과 커피를 내리는 스킬, 수많은 경험이 함께 어우러져야 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커피점은 퀄리티보다는 시스템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시장은 포화 상태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는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고객 개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만족시켜주기에 커지고 있다. 스페셜티는 맛과 향이 민감하기 때문에 바리스타의 경험과 능력이 중요하다. 커피를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돈을 벌기 힘든 게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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