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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승부수 “안방은 내 사람으로”

광주시장 후보 윤장현 전략 공천…대권가도에 꼭 필요한 인물 판단

이승욱·엄민우 기자 ㅣ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5.14(Wed) 14: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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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한 수였다. 연휴 중인 토요일(5월3일) 새벽을 틈타 기습적으로 이뤄진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시장 전략 공천 결정이 정치권을 뒤흔들어 놓았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최측근인 윤장현 전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광주시장 후보로 전략 공천된 것이다. ‘밀실 야합 공천’ ‘낙하산 공천’ ‘자기 사람 심기’ 등 험악한 말들이 안 대표와 당 지도부를 향해 쏟아졌다. 안 대표에게 우호적이던 광주의 민심에서도 격앙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후보와 경쟁을 벌이던 예비후보들은 “낙하산 공천을 응징하겠다”며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전략 공천 후폭풍이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

   
2월28일 안철수 당시 새정치연합(가칭) 중앙운영위원장이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시당 발기인대회에서 윤장현 공동위원장과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 ‘배고픈 운동권’에 윤장현은 든든한 형”

안 대표가 뜻밖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언하면서 한 차례 정국을 흔들어놓은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번 광주시장 전략 공천 후폭풍 강도는 합당 선언 때와는 다르다. 당시는 ‘정권 교체’라는 명분이라도 내걸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대중을 설득할 합당한 명분을 찾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10%대에 머무르고 있는 최측근 인사를 전략 공천한 것은 그가 내세운 ‘새 정치’와는 사뭇 다르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구정치의 상징인 하향식 공천으로는 그의 새 정치를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안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을 터. 그는 왜 이처럼 위험한 도박을 선택했을까.

안철수 대표와 윤장현 후보의 동지적 애정과 신뢰가 남다르다는 것은 정평이 나 있다. 안 대표는 윤 후보를 “광주의 박원순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윤 후보 또한 스스로 “광주의 박원순이 되겠다”고 자임했다. 윤 후보가 살아온 인생과 지역에서의 입지 등을 보면 안 대표와 윤 후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 등을 지낸 그는 박원순 시장과 같이 시민운동계의 거물로 통한다.

특히 광주의 오피니언 리더들이나 시민운동가에게 윤 후보의 이름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것이 지역의 평가다. 지역에서 “과거 5·18 관련 인사들이나 시민·사회운동가들 중 윤장현에게 밥 한 끼 안 얻어 먹어본 사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고픈 운동권’에 윤 후보는 ‘든든한 형’과 같은 존재였다고 전해진다. 광주 지역 운동권 인사라면 누구나 그에게 신세를 진 적이 있다는 것이다. 1980년 5월에는 시민군의 ‘거리 주치의’로 활동했다. 윤 후보를 따르는 이들은 지금도 그를 ‘장현이 형’이라고 부른다. 덕망과 평판은 웬만한 정치인 이상이다.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던 윤 후보가 지역 정치의 전면에 나선 것은 안철수 대표와의 만남 때부터다. 그는 정치 부문에선 이제 막 뛰어든 신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윤장현파’라고 할 만큼의 세력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윤 후보가 6·4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그의 뒤에는 안철수 대표가 버티고 있다.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윤 후보를 중심으로 광주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 지역 시민사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최근 광주 지역 정치권에서는 ‘윤장현파’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나돈다”며 “아직은 분명한 실체가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윤 후보가 광주시장 선거에 나서면서부터 줄 서기 현상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이어지는 정치적 인맥 관계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가장 확실하게 주목되는 인물은 최근 안철수 의원실로 입성한 서정성 보좌관이다. 광주에서 시의원을 지낸 그는 윤 후보의 조선대 의대 후배로 막역한 사이다. 서 보좌관은 지난해 말 민주당을 탈당하고 공식적으로 안철수 신당 합류 선언을 한 이후 줄곧 안철수 진영의 마당발로 활동해왔다. 광주 지역에서 열리는 안철수 신당 관련 행사가 있으면 가장 먼저 달려갔던 이 중 한 명이 바로 서 보좌관이다. 일각에서는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안 대표의 보좌관을 맡게 된 데 대해 뒷말도 나왔지만 그와 윤 후보의 관계를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3월20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5·18민주묘지를 찾아 광주전남진보연대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찬용 전 인사수석 역시 윤 후보와 가까운 사이다. 과거 정 전 수석을 광주YMCA 사무총장으로 이끌어준 사람이 윤 후보로 알려져 있고, 그는 지금도 윤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향후 ‘윤장현 세력’의 주요 인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장현 지지 선언’을 했던 광주 지역 국회의원 강기정(북 갑)·장병완(남)·임내현(북 을)·김동철(광산 갑)·박혜자(서 갑) 의원 역시 향후 윤 후보를 중심으로 일정 정도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광주 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서울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광주 지역 의원들이 윤 후보에 대해 괜히 지지 선언을 한 것이 아니다. 광주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윤 후보와 교감이나 접촉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이건 경쟁 후보인 이용섭 의원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에서 그와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윤장현의 사람들’이 슬슬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도 이러한 분석과 맥락을 같이한다.

“광주 접수 못하면 대권도 없다”

안철수 대표가 자신이 공언한 새 정치의 정신이 훼손될 것을 빤히 알면서도 윤 후보를 전략 공천하도록 한 배경에 단순히 동지적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차기 대권 도전을 사실상 최종 목표로 내건 안 대표로서는 광주에서 확실한 기반을 굳혀야 하는 현실적인 과제가 있다. 윤 후보가 6·4 지방선거를 통해 시장에 당선되면 안 대표의 곁을 든든히 지켜줄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당 선언 후 ‘친안(親안철수)’과 ‘비안(非안철수)’이 끊임없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광주시장 전략 공천은 친안 세력을 중심으로 광주 정치권을 재편하지 않으면 향후 안 대표의 위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광주가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민심과 표심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당장은 전략 공천으로 인해 민심이 들끓겠지만 당의 공식 후보가 되고 안 대표가 몇 번 내려와 선거 지원을 하면 성난 민심도 누그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광주 지역에서 오랜 기간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는 한 인사의 말이다. 그는 “안 대표가 대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광주를 확실히 접수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윤 후보가 시장감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지역에서 오랜 세월 시민·사회운동을 해온 터라 전략 공천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5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략 공천한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시스
윤 후보 당락 따라 안철수 대권가도 영향

하지만 전략 공천의 성패에 따라 안철수의 새 정치가 물거품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장현 전략 공천에 대해 김한길 대표는 다소 관망적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비안’ 세력뿐만 아니라 김 대표 역시 안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치가 위기를 맞는 순간 안 대표의 정치생명이 회복 불능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김 대표가 “광주지역 공천 및 경선 문제는 안 대표가 알아서 하시라”고 주문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김 대표가 안 대표를 배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합당 전까지 안철수 진영은 광역단체장 중 그나마 호남 지역, 특히 광주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향후 당내 지도력 등을 감안할 때 안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할 만한 후보를 당선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 안 대표에게 김 대표가 사실상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반대 해석도 있다. 오히려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위해 안 대표에게 떠넘긴 것이란 분석이 안 대표 측에서 나온 것이다. 광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안 대표 측의 한 인사는 “김 대표가 광주 지역 공천을 다 안 대표에게 위임했다고 하던데, 누가 어떤 의도에서 이런 말을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폭탄을 떠넘긴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전략 공천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광주시장 공천에 대한 책임을 안 대표에게 떠넘기기 위한 수순이라는 게 이 인사의 지적이다.


무소속 단일화가 ‘광주 선거’ 최대 변수  


새정치민주연합이 밀실 야합 공천이라는 거센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강행한 광주시장 전략 공천의 성패에는 강운태 현 광주시장과 이용섭 의원 등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의 거센 반발 속에 출마를 하는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본선에서 패할 경우 당 지도부는 명분뿐만 아니라 실리까지 모두 잃는 꼴이 된다. 사실상 전략 공천의 배후로 지목받은 안철수 대표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셈이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강 시장과 이 의원 두 후보는 “밀실 야합 공천을 깨뜨리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윤 후보의 당선을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두 후보는 윤 후보와의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드는 단일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무소속 출마가 공식화되면서 두 후보 간에도 후보 단일화를 위한 물밑 접촉이 시작됐다. 현재로서는 두 후보 모두 단일화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둘 다 “단일화라는 기본 원칙에 대해 합의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3자 대결 구도로 자칫 표가 분산될 경우 당의 공식 후보인 윤 후보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전략 공천으로 인한 비난이 거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력과 당 지지 기반을 가진 윤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야당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이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광주 광산구을)를 강 후보에게 양보하는 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둥 빅딜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출마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단일화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각종 조사에서 두 후보 사이에 격차가 크게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단일화 방법론을 두고 두 후보 간 불협화음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두 후보 간의 앙금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후보 등록 시한인 5월16일 이전 단일화보다는, 판세 추이를 지켜본 후 선거 막판에 극적인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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