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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넘보는 자, 하루아침에 간다

김정은 체제 권력 엘리트 잦은 교체…당 우위로 군부 불만 커질 수도

이승열│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ㅣ | 승인 2014.05.14(Wed) 14: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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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장성택 숙청 이후 북한 파워엘리트 집단 내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후 ‘2인자’에 오른 최룡해가 2012년 4월 이후 2년간 유지했던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됐다. 대신 황병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임명됐다. 불과 4개월여 만에 권력의 2인자에서 밀려난 것이다. 북한 로동신문은 5월3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일 강원 원산의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 준공식에 참석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최룡해를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기남·최태복 비서에 이어 4번째로 호명하고 그를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로 소개했다.

김정은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잦은 파워엘리트의 변화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는 한번 충성이 인정되면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자손도 죽을 때까지 권력의 이너서클 안에서 특권을 누렸던 게 엘리트 충원의 본질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이후 최고 권력 엘리트의 잦은 교체는 북한의 엘리트 충원 원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새로 건설한 김정숙평양방직공장의 노동자 합숙(기숙사)을 시찰했다고 로동신문이 4월30일 전했다. 시찰에는 지난 4월26일 차수로 승진한 황병서 총정치국장(맨 오른쪽)이 수행했다. ⓒ 연합뉴스
군 수뇌부 교체 유독 잦아

김정은 시대 최고 권력 엘리트 집단의 변화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나타낸다. 첫째, 권력의 2인자에 해당하는 핵심 중의 핵심 엘리트의 숙청과 교체가 빈번히 일어났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리영호 총참모장, 장성택 당 행정부장, 최룡해 총정치국장 등의 잇따른 퇴진이다.

둘째, 군부 엘리트 집단에 대한 정치적 숙청이 잦아지면서 군 내부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8년 선군정치가 북한 내 최고의 가치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김정일은 군부에 대한 적극적인 우대 정책을 펼쳤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군부가 소유한 무역회사에서 무역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군부의 경제권 소유는 곧 군부의 정치적 위상변화를 초래했다. 이로써 전통적인 ‘당-군 체제’를 벗어나 총정치국·총참모부·인민무력부에 대한 김정일의 직할 통치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2012년 초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면서 군부 엘리트의 정치적 위상은 격변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조선노동당과 달리 지난 2년5개월 동안 군 수뇌부에 대해 유독 잦았던 숙청과 경질은 군부 엘리트 집단의 불만을 누적시키고 있다. 2012년 1월 이후 현재까지 약 2년5개월 동안 김정은은 군부의 4대 핵심 요직인 총정치국장·총참모장·인민무력부장·작전국장을 전원 교체했다. 이 중 총참모장·인민무력부장·작전국장은 각각 네 차례나 바뀌었다. 총참모장의 경우 리영호→현영철→김격식→리영길 순으로 교체됐다. 인민무력부장은 김영춘→김정각→김격식→장정남 순으로 바뀌었다. 작전국장의 경우 김명국→최부일→리영길→변인선으로 이어졌다. 평균 재임 기간이 7~8개월도 안 된 것이다.

군부 수뇌부에 대한 잦은 교체는 자연스럽게 군부 통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조직지도부 군사담당 제1부부장인 황병서가 총정치국장에 임명됨으로써 향후 북한 권력 내부에서 군부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당 조직지도부의 역할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황병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조직지도부 군사담당 부부장으로 군 관련 인사·조직 업무를 담당했다. 황병서는 지난 2013년 11월 말 장성택 숙청을 주도했던 ‘삼지연 회합’에서 마원춘 당 부부장(재정경리부), 박태성 당 부부장(조직지도부), 홍영칠 당 부부장(기계공업부), 김병호 당 부부장(선전선동부) 등과 함께 당 중앙위 부부장 5인방을 이루었다. 지난해 12월14일 장성택 숙청 후 첫 공개 활동에서 최룡해·장정남과 함께 동행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2014년 3월까지 최룡해를 제치고 현지지도 수행 1위를 기록하면서 새로운 파워엘리트로 급부상했다.

   
신진 당 엘리트 급부상 현상 뚜렷

지난 4월8~9일 정치국 회의와 제13기 1차 회의에서 북한은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체제를 이끌고 나갈 파워엘리트 집단을 새롭게 정비했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대규모 인사 개편이 예상됐지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박봉주 내각 총리, 김양건 통전부장, 김기남 (선전선동부) 비서, 최태복 비서 등 일부 원로 집단은 유임됐다. 또한 숙청이 예상되었던 리수용 전 스위스 대사가 박의춘 대신 새롭게 외무상에 임명된 것도 특이 사항이다. 국방위원회의 경우에도 오극렬·리용무 등이 유임됐고, 최룡해의 부위원장 임명과 함께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조춘룡 미사일 담당 비서가 국방위원으로 새롭게 임명됐다. 내각에도 박봉주 총리와 로두철·김용진·리무영·리철만 등 4명의 부총리가 유임됐으며, 이후 김덕훈 자강도 인민위원회 위원장이 새롭게 내각 부총리에 추가로 임명됐다.

김정은 시대의 또 다른 특징은 신진 당 엘리트 집단이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우선 최근 총정치국 조직부국장과 선전부국장에 임명된 박영식 중장과 김동화 중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영식 중장은 2010년 조명록 차수 장례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렸으며, 인민군 제966대연합부대(평양방어사령부) 정치위원으로 활동하다 총정치국 부국장으로 발탁됐다. 지난해 2월 중장이 된 김동화 선전부국장은 총정치국 선전부장으로 활동하다 승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정은은 지난 4월8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개최해 국제담당 비서를 김영일에서 강석주로 교체했고, 평양시당 책임비서에 김수길 전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을 임명했다. 4월9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당 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통전부·재정경리부 등의 제1부부장과 부부장들이 대거 대의원에 임명됨으로써 김정은의 당 우위 노선을 확고히 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연준·김경옥·최휘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리재일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며, 박태성 조직지도부 부부장, 홍승무 기계공업부 부부장, 김병호 선전선동부 부부장, 마원춘 재정경리부 부부장,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 등이 있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시대 북한 권력 엘리트 집단의 잦은 교체는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김정은 외에 2인자의 권력 집중을 사전에 차단해 유일 영도 체제를 확고하게 잡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둘째, 북한 권력의 중심을 군부에서 당으로 이동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잦은 권력 엘리트 교체가 김정은 체제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군부의 권력 약화와 3세대 당 부부장들로 구성된 신진 당 엘리트 집단의 강화는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내 신진 엘리트의 권력 장악력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군부의 반발을 촉발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방식의 권력 엘리트 집단의 잦은 교체는 김정은 체제를 매우 불안정한 방향으로 내몰 수 있는 위험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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