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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세월호 성금 모금, 유족에 상처 줘선 안 돼

8개 단체에서 제각각 모금…관리할 컨트롤타워 없어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4.05.21(Wed) 13: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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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세월호 침몰 피해자·유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런 바람을 타고 자발적인 성금 모금이 진행 중이다. 게임업체 넥슨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각각 10억원을 성금으로 냈다는 뉴스가 부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성금 모금 단체가 많고 모금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국민은 혼란스럽다. 불법 모금을 사전에 막을 방도도 없다. 자신이 낸 성금이 피해자·유족에게 제대로 전달될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모금 행위를 관리·감독할 컨트롤타워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성금을 모금하려는 단체는 행정 당국에 등록해야 한다. 성금 목표액, 기간, 사용 계획 등을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모금 행위를 할 수 있다. 정부에 등록한 세월호 참사 관련 성금 모금 단체는 5월16일 현재 8곳이다. 이 단체들이 등록한 정부기관은 한 곳이 아니다. 기부 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금 목표액 1000만원에서 10억원까지는 광역지방자치단체에, 10억원을 초과하면 안전행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또 애초 목표액이 10억원이어서 지자체에 등록했더라도 그 금액을 높이거나 실제 모금액이 목표액을 초과하면 안행부로 바꿔서 등록해야 한다.

   
대전 한남대 학생들이 4월23일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 연합뉴스
현재 모금액 150억원 파악 못하는 정부

8곳 가운데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대한적십자사는 안행부에, ‘바보의나눔’·국민일보·대한나눔복지회·한국재난구호는 서울시에, 대한안마사협회 대구지부는 대구시에 각각 등록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는 별도의 등록 없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성금을 접수하고 있다. 단원고등학교는 성금을 받지 않는다. 단원고 행정 관계자는 “학교는 세월호 성금 모금을 하지 않으며 그런 문의가 오면 적십자사 등 다른 모금 단체를 안내한다”고 말했다.

8개 모금 단체가 여러 행정 부서와 법에 따라 성금을 각각 접수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 성금 목표액과 현재 모금액을 파악하고 국민에게 알려주는 정부기관이 없다. 시사저널이 정부와 모금 단체 등에 문의한 결과, 8개 단체의 성금 목표액은 약 817억원이고, 5월16일까지 접수된 모금액은 약 150억원이었다.

하나의 상황(세월호 사고)이지만 모금 행위는 제각각이다. 성금 목표액을 모금 단체가 임의로 정할 수 있어 모금 단체에 따라 성금 목표액은 2000만원에서 700억원까지 들쭉날쭉하다. 모금 기간도 ‘올 6월까지’부터 ‘내년 4월’까지 다양하다. 안행부가 파악하고 있는 것 중 가장 규모가 큰 모금 목표액은 700억원이지만 사실은 약간 다르다.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는 “올해 초 진행하던 모금 사업 규모는 10억원이었는데, 세월호 사건이 생겨서 700억원으로 목표액을 높였기 때문에 700억원이 모두 세월호 성금 목표액은 아니다”며 “목표액은 과거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때에 모인 성금 규모(668억원)에 맞춰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의 모금 기간도 내년 1월까지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 세월호 모금 기간은 올 6월 말까지다.

국민은 모금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지만 5월14일 현재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모금액을 공개한 단체는 한 곳도 없다. 약 73억원으로 모금액이 가장 많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예외는 아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세월호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모금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들어오는 성금은 접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이 단체는 성금 목표액, 기간, 사용 계획을 정하지 않았다. 추후 유족들과 협의하고 내부적으로 의결을 거쳐 성금을 사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홈페이지 없이 온라인 카페로만 운영하는 모금 단체도 있다. 일반 국민이 카페에 가입하지 않으면 관련 내용을 볼 수 없다. 대한나눔복지회 관계자는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용을 보려면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각 단체는 등록한 행정기관에 매일 모금 액수를 보고한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정부기관은 매일 모금액을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모금 단체 관계자는 “매일 서울시에 모금액을 보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등록한 업체를 따로 관리·감독하지는 않아서 매일 모금액을 파악하려면 각 단체에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모금 단체가 파악하고 있는 모금액에 무려 4배 이상 차이가 생긴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실제 모금액이 4억원인데도 정부는 1억원으로 파악하는 식이다.

   
성금의 최대 15%까지 운영 경비 사용

국민은 자신이 기부한 돈이 세월호 피해자 가족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길 희망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법에 따라, 모금 단체는 성금의 최대 15%를 운영 경비로 사용할 수 있다. 모금액이 10억원이라면 최대 1억5000만원까지를 운영비용으로 쓸 수 있는 셈이다. 운영비용이란 모집 공고 비용, 광고비, 회계감사 비용, 인건비 등이다. 이번에 등록된 8개 단체의 운영비용은 모두 12억원이 넘는다.

이 비용은 최고 한도 내에서 모금 단체가 정할 수 있다. 8개 단체의 운영비용이 0원에서 9억2000만원까지 다양한 이유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모금 단체는 이 비용을 낮춰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화방송과 모금하는 ‘바보의나눔’의 최원길 팀장은 “운영비용을 0.36%(110만원)로 잡았지만 성금에서 떼지 않고 우리 단체가 자체적으로 조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금을 피해자 가족에게 전달하는 시기에도 통일성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금 단체는 모집이 완료된 후 30일 이내에 완료보고서를, 60일 이내에 사용계획서와 회계보고서를 서울시에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금 단체는 모금 기간이 끝난 후뿐만 아니라 모금 기간 중에도 성금을 전달할 수 있다. 이선득 대한나눔복지회 본부장은 “12월31일까지 모금할 계획이고, 매월 성금을 유족 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법 모금을 예방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4월25일 자신을 장흥청소년자원봉사센터 직원이라고 밝힌 지 아무개씨는 온라인에 성금 모금 글을 게시했다. 확인 결과 이 단체는 실체가 없고, 지씨를 아는 사람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모금 행위가 나타나자 안행부는 5월9일 각 시·도의 공신력 있는 모금 단체에 기부하고 1000만원 이상 불법 모금하지 않도록 하는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국민 성금의 모집 유의 사항’을 전달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성금을 횡령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고 처벌 규정을 설명했다.

특히 성금 목표액이 1000만원 미만인 모금 단체나 개인은 정부에 등록할 의무가 없어서 성금을 횡령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사실 이들에 대한 상황 파악도 되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불법 모금 행위를 우려하면서도 이렇다 할 예방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성금을 모금하는 단체나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 불법 모금 행위를 예방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사고가 터져야 경찰 수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000만원 미만의 성금을 모집하는 단체나 개인을 파악할 수 없다”며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모든 모금 행위는 유족 의사와 무관”

여러 단체가 성금을 모집하고 있지만 세월호 피해자 가족과 협의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유가족들은 성금 모금이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다며 성금 모금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단원고등학교 유가족대책위원회 김병원 대표는 4월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조직이나 시민단체가 진행하는 성금 모금은 유가족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다”며 “동의하지 않은 성금 모금을 당장 중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가 모금 시기를 조정하지 못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아직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데다, 정부 주도의 성금 모금 운동은 ‘이쯤에서 사고를 마무리 짓고 여론을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유족들은 지난 4월 정홍원 국무총리가 성금 모금을 지시한 사실을 거론하며 “우리는 성금 모금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사지가 멀쩡할 때 끌어내는 것이 먼저”라고 항의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취지의 순수성은 의심하지 않지만 진실 발견과 책임 소재의 명확화, 그에 따른 처벌과 배상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족 측은 성금을 거부할 소지가 있다. 이런 경우에 대해서도 정부는 대안이 없다. 모금 단체들은 유족들의 뜻에 따라 성금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족들이 방침을 정하지 않으면 정부가 정하는 바에 따라 처리하게 된다.

국민이 성금에 민감한 이유는 과거의 좋지 않은 경험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에 모인 성금은 약 400억원인데 유족에게 전달한 금액은 250억원이고 나머지는 천안함재단 설립에 사용됐다. 2010년 아이티 지진 사태 때 대한적십자사는 95억원을 모금했지만 12억원만 현지에 전달하고 나머지는 중·장기적인 지원용이라며 은행에 넣어뒀다가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 교수는 “세월호 성금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두고도 여러 단체가 제각각 성금을 걷는 행태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니 한 창구로 단일화하고 국가가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에서는 평소에 모아둔 세금을 사용하므로 민간단체가 별도로 모금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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