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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 ‘금고’는 따로 있다

비상장 계열사가 자금 조달 창구…2~3세 승계 때 ‘실탄’ 마련 활용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4.05.21(Wed) 13: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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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성향이 높다는 것은 순이익에 비해 주주에게 돈을 많이 준다는 뜻이다. 어떻게 한 회계연도 기간에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줄 수 있을까. 기업이 매해 벌어들인 돈을 배당이나 투자를 하지 않고 잉여금으로 쌓아놓았다가 한꺼번에 몰아서 할 수도 있다. 이럴 때 배당 성향이 100%를 넘어가게 된다.

시사저널과 CEO스코어의 총수 일가 지분율 및 배당성향 분석을 보면 배당 성향이 무려 1000%가 넘는 기업도 있다. 

이중근 회장, 10년치 한꺼번에 배당

전반적으로 배당 성향 상위 50개 기업을 보면 비상장 기업일수록,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기업일수록 배당 성향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배당 성향 상위 기업일수록 대주주 일가의 개인적 필요에 따라 배당을 실시하고 있어 기업이 대주주의 사금고 노릇을 한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 서울도시가스 김영민 회장,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배당 성향만 놓고 봤을 때 2013년은 단연 부영그룹의 해였다. 배당 성향 1위의 광영토건, 5위 부영대부파이낸스, 12위 대화도시가스 등은 모두 부영그룹 계열사다. 부영의 주력사 중 하나인 동광주택산업도 92억원을 배당해 20.17%의 배당 성향을 기록했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모두 이중근 회장의 개인 회사나 마찬가지인 비상장사라는 점이다. 광영토건은 지난해 1303.76%의 배당 성향을 기록해 배당 성향이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7억6700여 만원에 불과했음에도 100억원을 주주에게 현금 배당한 것이다. 광영토건의 주주는 이중근 회장(91.67%)과 그의 아들 이성훈씨(8.33%) 단 두 사람이다. 광영토건은 지난 10여 년간 한 번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2012 회계연도까지 이익잉여금이 324억원 정도 쌓여 있었다.

문제는 이중근 회장이 이 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여부다. 이 회장은 2004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일어날 무렵인 2002년 이중근 회장은 광영토건의 지분 3.5%를 취득했다. 그 전에는 아들 이성훈씨(지분 8.33%)와 동생 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11.49%), 동서 이영권씨(24.58%)가 최대주주였다. 법원 판결 이후 경영에서 잠시 물러났던 이 회장은 2011년부터 다시 경영 일선에 본격 나섰다. 이 회장은 2011년 7월 광영토건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리고 2013년 10월25일 지난 10여 년간 큰 변동이 없던 광영토건의 지분 구도가 뒤흔들렸다. 이 회장이 동생과 동서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91.67%의 지분을 확보해 아버지와 아들의 회사로 탈바꿈한 것.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서류에 따르면 지분 구조가 바뀐 것은 명의신탁 해지 때문이었다. 이중근 회장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돼 있던 광영토건 주식을 자기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주주가 바뀌고 나서 광영토건은 10년 치 배당을 한꺼번에 몰아서 1303.78%라는 기록적인 배당 성향을 기록했다. 이중근 회장은 배당을 받고 나서 지난 1월 자신의 지분 중 절반을 매각해 42.28%로 낮췄다. 

재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이 회장이 부영의 지배구조 재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영의 계열사 중 친인척 명의로 돼 있던 계열사 주식을 본인의 이름으로 바꾸는 식으로 지분율을 높이고, 내부거래로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이 회장 가족 소유의 회사는 부영의 주력 계열사가 인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이 발생해 이를 메우기 위해 많은 배당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배당 성향 239.04%를 기록해 4위에 오른 부영대부파이낸스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억5000만원에 불과했지만 그 두 배가 넘는 6억원을 배당했다. 재계에서는 부영 계열사가 지난해 이 회장 일가의 주식을 사들이거나 자금 대여를 한 게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비상장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지배권 확보를 위해 사금고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배당 성향 2위(607.41%)를 기록한 오리온 계열의 아이팩은 비상장 계열사를 월드와이드하게 활용해 오너의 지갑을 두둑하게 해줬다.

아이팩은 2006년 홍콩에 Prime Link International Investment Limited(PLI)를 명의신탁으로 설립한 뒤 2007년 아이팩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던 랑방애보포장유한공사를 PLI에 매각했다. PLI는 2008년 아이팩 지분 26.89%를 취득하며 거꾸로 아이팩의 대주주로 떠올랐다.

오리온은 2011년 아이팩의 지분을 담철곤 회장 53.33%, PLI 46.67%로 단순화시켰다. 명의신탁으로 정체를 감추고 조세 회피 지역에 세운 위장 계열사를 드러낸 이유는 꼬리가 잡혔기 때문이다. 서미갤러리의 홍송원 대표와 담 회장 일가가 미술품 거래를 하면서 아이팩의 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된 것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 아이팩은 공시를 통해 ‘100% 자회사인 PLI가 명의신탁된 회사였다’고 ‘오류 수정’ 공시를 냈다. 즉, 담 회장이 53.3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아이팩은 사실상 담 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실제 주인이 밝혀진 후 담 회장은 아이팩에 유보된 이익잉여금을 최대한 빼냈다. 아이팩의 2011년 당기순이익은 9억4600만원이었지만 아이팩은 그해 200억원의 배당을 했다. 배당 성향은 당분간 깨기 힘든 기록인 2121%. 2012년 배당을 한 해 거른 아이팩은 2013년 다시 151억원을 배당했다. 배당 성향 607.41%다. 

비상장 계열사는 재벌 사금고

배당 성향 3위(439.66%)에 오른 서울에너지자원은 범(汎)대성그룹으로 묶이는 회사다. 서울에너지자원은 김영민 회장과 서울도시개발이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다. 김영민 회장은 대성그룹의 창업주 김수근 회장의 차남으로 김 회장은 서울도시가스를 중심으로 독자 경영을 하고 있다.

서울에너지자원이 고배당을 실시한 것은 김영민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풀이해볼 수 있다. 서울에너지자원은 지난해 2억3000여 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1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서울도시개발은 김영민 회장의 지분이 97.78%인 회사여서 모든 배당이 사실상 김영민 회장에게 돌아갔다.

서울도시개발의 매출은 대부분 증시에 상장된 서울도시가스 등 김영민 회장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서울도시가스는 김영민 회장 지분이 11.54%, 서울도시개발 지분이  26.25%이다. 서울도시가스의 지난해 배당 성향은 8.3%, 배당 총액은 48억5700만원이었다. 문제는 서울도시가스의 2대 주주가 김영민 회장의 동생인 김영훈 회장이 이끄는 대성홀딩스(22.6%)라는 점이다. 현재 김영민 회장과 김영훈 회장의 관계는 유화 국면이지만 이미 각자 독립 경영을 선언했기에 대성홀딩스의 서울도시가스 지분은 잠재적인 경영권 다툼 요인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서울도시가스와 계열사의 고배당 성향을 김영민 회장의 계열사 지분 확대를 위한 실탄 마련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영민 회장의 아들 김요한 부사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에스씨지솔루션즈는 매출액의 반 정도를 서울도시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에스씨지는 지난해 대주주인 김 부사장에게 4억8000만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 성향 27.4%로 평균 이상이다.

김영민 회장 일가는 상장 기업인 서울도시가스를 주매출처로 삼고 있는 서울도시개발과 에스씨지솔루션즈를 지배하면서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상장 기업인 서울도시가스의 지난해 총 배당금은 48억5700만원, 배당 성향은 8.3%에 불과했다. 직접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사는 평균 이상의 배당을, 상장 기업은 평균 이하의 배당을 실시한 것이다.

총수 승계자에 대한 비상장 계열사의 배당금 몰아주기의 또 다른 예는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이다. 이준용 대림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 부회장은 개인별 배당금 합계가 180억5000만원에 달하고 이 중 1600여 만원만 상장 계열사로부터 나왔다.

이 부회장 배당금의 거의 대부분은 대림I&S와 대림코퍼레이션에서 나왔다. 대림아이앤에스의 배당 성향은 92.90%, 대림코퍼레이션의 배당 성향은 29.95%로 매우 높다. 두 회사는 공통적으로 그동안 오너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사왔다.

대림그룹의 지주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은 2008년 대림H&L과 합병했다. 대림H&L은 이해욱 부회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였다. 이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지주회사 대림코퍼레이션의 2대 주주(32.1%)가 됐다. 1대 주주(61.0%)는 부친인 이준용 명예회장.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1대 주주(21.67%)로 대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대림I&S는 대림그룹의 IT 업무를 전담하는 회사로 이해욱 부회장이 지분 89.69%를 갖고 있는 사실상 개인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2787억원의 매출에 당기순이익 138억원을 거뒀다. 매출액 중 2000억원 이상을 대림산업 등 대림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대림I&S는 지난해 83억원을 대주주에게 배당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최근 몇 년 동안 고배당 정책을 쓰고 있다. 2011년 배당 성향 94%, 2012년 41%, 2013년 30%였다. 지난해 배당 총액은 166억여 원.

이해욱 부회장의 대림산업 지분은 0.47%에 불과해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을 늘리거나 대림산업 지분을 늘려야만 하는 처지다. 대림이 대주주 일감 몰아주기 비판 여론에도 이해욱 부회장에게 비상장 계열사의 배당금이 쏠리도록 만든 구조는 결국 3세 승계와 관련이 있는 셈이다.

민관 합작 기업인 롯데역사의 배당을 들여다보면 대기업 오너 위주의 배당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가 오너이고, 관(철도공사)이 오너의 이익을 위해 들러리를 섰던 경우다.   

민관 합작 기업 ‘롯데역사’도 고배당 

자본금 180억원의 롯데역사는 2012년 2063억원, 2013년 1256억원 등 지난 2년간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롯데역사는 철도공사(25%)와 코레일(6.7%), 롯데그룹(41.4%) 합작사로 영등포역사와 대구역사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2011년까지 쌓인 이익잉여금이 7383억원에 이르렀지만 배당금은 2010년, 2011년 각 54억원에 그쳤다.

대신 롯데역사는 롯데 계열사를 늘리는 데 이 자금을 동원했다. 2008년 대한화재해상보험을 인수하면서 사용된 자금 3700억원 중 1409억원이 롯데민자역사 이익잉여금에서 나갔다. 또 다른 롯데 계열사인 코스모투자자문(현 코스모자산운용 주식회사)에 약 110억원, 롯데건설에 500억원, 부동산개발사업(중국성도SPC 설립)에 118억원 등을 출자했다. 공기업과의 합작 기업에서 나온 이익금을 문어발 확장에 활용한 것이다.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국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자 롯데역사는 2012년 1742.4%, 2013년 210.84%라는 기록적인 배당 성향을 보였다. 2012년 무렵 철도공사는 6000억~7000억원대의 평가를 받던 지분을 2000억원대에 롯데에 매각하려고 추진하기도 했다. 롯데 입장에선 롯데역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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