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군 앞으로 헤쳐 모여!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4.05.2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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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주자 중심 ‘친노’ 재편…정찬용·천정배는 윤장현 후보 도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5월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그의 묘소가 있는 이곳에 야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집결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해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핵심 참모였던 문재인 의원, 노 전 대통령이 동업자라고 불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쟁쟁한 인사들이 모여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계기로 ‘친노(親노무현)’가 재조명받고 있다.

현재 새정치연합 내 친노로 분류되는 의원은 60여 명에 달한다. 친노 진영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분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흐름이다. 당내 친노 진영이 ‘원로 그룹’ ‘친문재인계’ ‘친안희정계’ ‘범(汎)친노’로 나눠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화 흐름은 친노 진영 내 대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5월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5주기 추도식’에서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친노 인사들이 묘역을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리틀 노무현’ 김두관 잠재력 여전  

18대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은 현재 친노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당내에선 지난 대선 당시 캠프에서 주로 활약했던 인사들이 친문재인계로 분류되고 있다. 노영민·윤호중·전해철·진선미·홍영표 의원 등 30여 명의 의원이 ‘친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친노 진영 내의 또 다른 축을 구성하고 있다. 현재 당내 의원들 가운데선 박수현 의원 정도만이 친안희정계로 분류되고 있지만, 김윤덕·김태년·박남춘 의원 등도 꾸준히 안 후보와 친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세균 상임고문과 가까운 의원 10여 명도 범친노 진영에 포함된다. 강기정·김성곤·전병헌·최재성 의원 등이 정세균계로 분류된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도 친노 진영의 또 다른 축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자신을 지원했던 인사들 대다수가 현 지도부와 호흡을 맞추고 있어 “규정하기가 애매하다”는 분석도 있다. 

새정치연합을 벗어나면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천호선 대표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을 중심으로 한 정의당 내 친노 그룹과 문성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재야 그룹이 있다.

문재인과 안희정, 친노 진영 양대 축 전망

이들 가운데서도 최근 정국 상황과 맞물려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해 NLL 대화록 파문 정국 이후 당 지도부와 줄곧 엇박자를 내면서 불편한 관계를 가져왔다. 통합 과정에선 대권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안철수 공동대표 측으로부터 ‘정계 은퇴’를 요구받으며 양측 간에 긴장이 계속됐다. 하지만 최근 세월호 참사와 새정치연합 내 공천 갈등으로 인해 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면서 문 의원의 활동 공간이 열리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선 안 대표를 누르고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명숙 전 총리와 이해찬 전 총리는 2012년 총선·대선 패배로 인해 뚜렷한 활동 없이 정국을 관망 중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가끔씩 톡톡 튀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지만 정계 은퇴 선언 후 존재감이 약해졌고, 문성근 전 최고위원도 활동이 뜸하다.

반면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의 행보가 눈에 띈다. 정 전 수석은 최근 안철수 공동대표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 전 수석은 안 대표가 지난해 4월 서울 노원병 재·보선에 출마했을 당시 안 대표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 전 수석을 ‘친노’라기보다는 ‘친안(親안철수)’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향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 전 수석이 안 대표 체제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천 전 장관도 윤 후보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그간의 ‘칩거’를 끝냈다. 

정치권의 관심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친노 진영 내부가 어떻게 재편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친노 진영 내부에서도 2015년 당권 경쟁,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진행될 권력 재편기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과거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그랬듯, 대선을 두 번 정도 거치면 그 계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며 “벌써 두 번의 대선이 지났기 때문에 ‘친노’라는 계파는 이제 새로운 대권 주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노 진영의 한 핵심 인사도 “아직 구체적인 흐름은 없지만, 친노도 새롭게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친노 진영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의원과 안희정 후보 중심으로 친노 진영이 재편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물론 6·4 지방선거의 결과가 남아 있긴 하지만, 현재 여론조사상으로 앞서는 안 후보가 재선에 성공한다는 전제하에서 보면 향후 친노 진영에서  두 사람의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상임고문의 향후 행보도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한 명의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대표 진영에는 ‘비노(非노무현)’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지만 일부 친노 인사들이 여기에 가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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