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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김정은-아베 동맹’에 뿔났다

중국 지도자론 처음 평양보다 서울 먼저 방문 박 대통령과 ‘북·일 밀약’ 대응책 논의할 듯

박승준│중국 푸단 대학교 국제문제연구원 방문교수 ㅣ 승인 2014.06.11(Wed) 13: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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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국, 결일본, 연미국(親中國, 結日本, 聯美國)’.

1880년 일본에 파견된 수신사 김홍집은 일본에 주재하던 청국 공관의 참사관 황준헌이 쓴 <조선책략(朝鮮策略)>을 구해서 고종에게 바쳤다. 그 요지가 ‘중국을 가까이하고, 일본과 손을 잡으며, 미국과 연결하라’는 것이었다. 황준헌이 <조선책략>을 쓴 이유는 당시 동진하고 있던 러시아가 조선을 탐내고 있다고 보고, 중국으로서는 이를 방어해야 하기 때문에 조선으로 하여금 “중국과 친하고, 일본과 손잡으며, 미국과 연결해야 한다”는 주문을 한 것이다.

시진핑, 평양 제치고 서울 먼저 방문

134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은 또다시 복잡하고 어지러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굴기(起)하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며 ‘리 밸런싱 아시아(Rebalancing Asia·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이 전략을 일본·한국·필리핀·태국·호주 등 ‘전통적인 우방 5개국’과 손잡고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일본은 그런 미국의 속뜻을 잘 읽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가쿠 제도)를 둘러싼 해상 영토 분쟁과 역사 왜곡을 통한 중국 견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에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5월20일(현지시간) 상하이 국빈관에서 의장대 사열 도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바라보고 있다. ⓒ AP 연합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맞서 중국은 지난 5월20일부터 26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대한해협을 거쳐 동중국해의 상하이 앞바다에 이르는 해역에서 중·러 해상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중·러 결맹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선언하고 있는 견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의 접근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자극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일본·필리핀·베트남과는 달리, 환한 미소를 던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을 통해 미국의 포위망을 뚫기 위한 전략이다. 그 적극적인 접근책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이래 최초로 평양 방문을 아직 하지 않은 상태에서 7월 초 서울 방문을 먼저 하겠다는, 한국에 대해 사상 초유의 미소 정책을 펼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제치고 서울을 먼저 방문하게 될 경우, 중국과 북한은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10년 가까이 계속되던 북·중 소원(疏遠)의 관계에 다시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1차로 한국에 접근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의 의미로 해석되는 전술, 다시 말해 오는 9월로 예정된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다는 선포를 통해 남북한 접근 카드를 들어 보였다.

미국·중국·러시아가 130여 년 전의 복잡한 상황을 재현하기라도 하려는 듯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아베 일본 총리는 ‘북·일 수교’ ‘북·일 정상회담’ 등의 카드를 꺼내 “도대체 아베의 속내가 무엇인가”라는 주변국의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로서는 130년 만에 재연되는 복잡한 한반도 주변 형세 속에서 ‘일단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한 수(手)를 두어두는 게 좋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란 분석이다.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그런 꼼수를 쓰는 아베 총리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책에 제일 앞장서 호응하고 있는 일본이 얄미운 상황인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일본의 기습적인 한 수에 대해 “북한을 놓고 일본이 사통(私通)을 해서 중국을 한번 ‘왕따(掉)’시켜보겠다는 거냐”라며 불쾌해하고 있음은 당연하다. 시진핑 주석이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방문하는 마당에, 한국에 대한 시진핑의 미소 전략 배후를 찔러 일·북 접근으로 견제하겠다는 암수(暗手)를 쓰는 데 대한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5월6일 발표된 ‘중국 국가안전 청서(靑書)’는 우리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하다. 중국 국제관계대학원 국제전략과 안전 연구센터가 펴낸 이 청서에는 ‘중국 국가안전 연구보고 2014’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현 상황에서 중국이 선택해야 할 대외 전략의 큰 줄기는 ‘연(聯)러시아, 납(拉)유럽, 온(穩)미국’이어야 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130년 전 황준헌의 <조선책략>은 동진하는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조선에 권고하는 전략으로 ‘친중국, 결일본, 연미국’을 제시했지만, 현 상황에서 중국이 택해야 할 전략으로 ‘러시아와 연결하고, 유럽을 끌어당기며, 미국을 다독여야 한다’고 한 것이다. 중국 국가안전 청서는 일본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에 대해서만 신형 대국 관계를 통해 ‘서로 대항하지 않고, 상호 존중하며,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될 경우 일본 문제는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26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진핑 방한에 대한 미·북·일 반응 살펴야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실제로 7월 초 시진핑 주석이 평양보다 먼저 서울을 방문할 경우, 우리 정부가 계산해봐야 할 항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이 교환하는 미소를 관찰하는 미국의 속마음을 잘 읽어야 한다. 우리도 어차피 복잡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치밀한 계산하에 바둑을 두고 있다는 인상 정도는 미국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란 얘기다.

다음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잘 관찰해야 한다. 중화인민공화국 65년 사상 처음으로 중국 국가원수가 평양보다 먼저 서울을 방문하는 사건이 벌어지는 데 대해 김정은 체제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중국과 남북한 관계 측정에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우리 외교 당국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로 국내로만 쏠렸던 시각을 돌려 시진핑 방한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반응을 잘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아베와 김정은의 접근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을 포함한 주변 강대국과 북한의 움직임을 일차방정식으로 보지 말고, 복잡한 다면기(多面棋)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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