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화약고’에서 피바람 몰아친다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4.06.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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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대범해지는 위구르인 테러…한족과의 차별이 근본 원인

5월22일 아침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烏魯木齊) 시에서 자살 폭탄 사건이 발생했다. 테러리스트 4명이 번호판이 없는 지프 2대에 나눠 타고 도심에 위치한 사이바커(沙依巴克) 공원 부근 아침시장에 돌진해 들어갔다. 이들은 안전 펜스를 뚫고 들어가 군중 속에 폭탄을 던진 후 자폭했다. 많은 시민이 장을 보거나 아침 식사를 하다가 변을 당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한족으로, 5월29일 현재 43명이 사망했고 90명이 부상당했다. 사건 당시 목격자들은 “10여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화염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공안 당국은 “마이마이티 마이마이티밍(麥麥提 麥麥提明) 등 4명의 테러분자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협력자 1명은 바인궈렁(巴音郭楞)에서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용의자들은 모두 피산(皮山) 현 출신의 위구르인들이었다. 신장에서 부는 피바람은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달 8일 아커쑤(阿克蘇) 시에서 흉기를 든 괴한이 경찰을 공격해 1명이 사살되고 1명은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치안대원 1명이 크게 다쳤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신장을 시찰 중이던 4월30일에는 우루무치 기차역에서 자폭 테러가 일어났다. 범인은 사야(沙雅) 현 출신 써디얼딩 사우티(色地爾丁 沙吾提) 등 3명이었다. 사건 당일 용의자들은 기차역 출구에서 폭탄을 터뜨려 보안원 2명을 비롯해 3명을 숨지게 하고 79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신장이 ‘중국의 화약고’라 불리지만, 이처럼 위구르인에 의한 대형 테러가 꼬리를 물고 발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4년 5월23일 트럭을 타고 우루무치 시내를 이동하는 중국 경찰을 한 위구르인이 바라보고 있다. 하루 전날인 22일 우루무치 공원 인근에서 자살 폭탄테러가 발생해 역대 최다인 43명의 사망자와 9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 Reuters
더구나 최근에 발생하는 테러의 양상과 참가자는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먼저 칼과 같은 흉기를 쓰던 것에서 차량과 폭탄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공격 대상도 경찰과 관공서에서 불특정 다수로 바뀌고 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위구르 독립운동단체는 민간인은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지켰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톈안먼 돌진 사건과 쿤밍·우루무치 기차역 테러, 우루무치 폭탄 테러 등과 같이 대중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인들이 받는 충격과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SNS에서 떠돈 ETIM(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 테러설이 좋은 예다.

테러 참가자의 연령은 갈수록 젊어지고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우루무치 폭탄 테러 용의자는 모두 1980~90년대에 출생했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폭탄 제조법과 테러 기술을 익히고 SNS를 이용해 거사를 모의했다. 5월25일 신장 공안 당국이 새벽부터 돌입한 ‘0시’ 체포 행동으로 붙잡은 사회질서 파괴 용의자 200여 명도 대다수가 10대와 20대 젊은이였다. 쿤밍 기차역 테러에 가담한 8명 중 2명은 여성이었다. 현장에서 사살된 1명은 20대였고, 도망가다 붙잡힌 1명은 10대 소녀였다. 신장에서 장기 근무한 한 테러 전문가는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 결혼한 지 5일밖에 안 된 새색시가 남편의 종용으로 자살 테러를 시도했었다”며 “이들은 체첸의 검은 과부 못지않게 복종적이고 과격하다”고 밝혔다.

현재 해외에서 활동하는 위구르 독립운동단체는 독일 뮌헨에 본부를 둔 세계위구르회의(WUC), 터키에서 성립된 동투르키스탄 망명정부, 파키스탄에 본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ETIM 등이 있다. WUC는 가맹 단체만 20여 개에 달하는 최대 운동 조직이다. 고도의 자치권 획득을 통한 민족 자결권의 확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 비폭력과 평화적 수단에 의한 대(對)중국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동투르키스탄 망명정부는 무력을 통한 완전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1990년대 신장과 인접한 중앙아시아를 거점으로 독립운동을 주도했으나, 중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인 관련 국가들의 탄압으로 지금은 보잘것없을 정도가 됐다.

금세기 들어서는 ETIM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직원들은 파키스탄 및 아프가니스탄으로 넘어가 탈레반 기지에서 군사훈련을 받는다. 성전을 통한 독립을 추구하면서, 알카에다로부터도 지원을 받고 있다.

외부와 공모 없는 자생적 조직 테러 빈번

그동안 중국 정부는 위구르인이 저지르는 테러를 해외 독립운동단체의 조직원이 자행했거나 그들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치부했다. 공안 당국은 우루무치 기차역 테러를 감행한 3명과 그들을 도운 혐의로 붙잡은 8명을 ETIM 조직원이라고 발표했다. 신장사회과학원 중앙아시아연구소 판즈핑(潘志平) 소장도 “일련의 테러 사건에 단일한 조직이 있고, 이 조직은 외부와 공모해 테러를 자행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해외 독립운동단체와 전혀 무관한 자생 조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독실한 무슬림인 위구르인들은 해마다 수만 명씩 중동으로 성지 순례를 떠난다. 시사평론가 장자오융(蔣兆勇)은 “이 과정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에 물들어 은밀하게 테러 조직을 지원하거나 아예 테러리스트가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안부는 “어떤 형태로든 테러를 직간접으로 지원하는 자는 엄단 조치한다”는 포고문을 발표하고 상시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쥐가 거리를 지나가면 때려잡아야 한다”며 위구르 독립 세력에 대한 척결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강경 일변도의 정책은 더욱 큰 반격만 초래했다. 잇단 테러는 한족의 끊임없는 이주와 경제력 독점, 위구르인의 취업난 등 사회·경제적 원인이 배경이다. 가혹한 ‘채찍’보다는 한족 위주의 사회·경제 구조를 시정하는 ‘당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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