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은 ‘김영란법’이 그렇게 두려운가
  • 박명호 |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 승인 2014.06.25 10: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직자 부정 청탁 금지 법안…19대 국회 전반기 동안 공청회 한 번 안 열어

#1. 새누리당이 결국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유승우 의원(경기 이천)을 제명했다. 유 의원은 앞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유 의원 제명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 경대수 위원장도 유 의원의 재심 청구에 대해 “심사 결과 탈당 권유를 번복할 사유가 없다. 현재 수원지검에서 유 의원의 부인을 구속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당의 쇄신 노력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재심을 기각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유 의원의 경우, 그의 부인이 이천시장 출마 희망자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가 다른 후보가 공천되자 뒤늦게 돈을 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2.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인천 중·동·옹진)이 정치 후원금 불법 모금 의혹, 측근들의 잇단 폭로와 고발, 그리고 지방선거 ‘공천 장사’ 의혹까지 받고 있다. 박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4월이었다. 당시 그의 보좌관은 한 언론을 통해 자신의 월급을 국회가 아닌 한 건설업체를 통해 받았노라고 폭로했다. 나아가 그는, 자신이 월급을 받은 것은 6개월이지만 국민연금 납부 기록에 따르면 자신이 14개월 동안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일하지 않은 기간 동안의 급여는 박 의원의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자정기능 작동 안 해

최근에는 박 의원의 운전기사가 박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신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검찰은 박 의원이 해운 비리 및 공천 헌금 대가로 불법 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보는 듯하다. 물론 박 의원은 결백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박 의원은 자신의 운전기사가 신고한 돈은 변호사 수임료를 현금으로 마련한 것이고 출판기념회 때 들어온 돈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런데 박 의원의 장남 자택에서 6억여 원의 뭉칫돈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새누리당은 또 급하게 되었다. 당장 7월30일 재·보궐 선거가 걱정이다. 검찰이 박 의원을 기소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상당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6·4 지방선거는 여야 간 정치적 균형을 이룬 선거였다. 국민은 여야 모두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것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잘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메시지다. 따라서 6월 지방선거의 진짜 승부는 7월 재보선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7·30 재보선은 최대 16개 지역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때에 어느 쪽이든 부패 스캔들은 치명적이다. 따라서 ‘차떼기 당’이란 치욕적 역사를 갖고 있는 새누리당이 유 의원의 경우처럼 논란이 제기되자마자 탈당을 권유하고 당사자가 이에 불복하자 재빠르게 제명 조치를 취한 것은 당연하다. 박 의원의 경우도 검찰이 당장 박 의원에 대한 소환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상황에 따라 최소한 탈당 권유 이상의 중징계 결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5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법안소위원회에서 참석 의원들이 부정 청탁 방지 등 일명 ‘김영란법’을 논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 의원의 경우를 보면 정당과 국회의 자정(自淨)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만약 목전에 선거가 없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선거가 없었어도 이처럼 신속한 제명 조치를 취했을까. 아닐 것이다. 선거 때문이다. 만약 선거가 당장 없었다면 이렇게 기민하게 대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2012년 4월 총선으로 구성된 제19대 국회는 개원 2년 동안 30건의 의원 징계안을 국회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징계 처리된 것은 단 3건에 불과하다. 고작 10% 정도다. 징계할 정도의 사안이 아닌, 경미한, 무시해도 될 만한 사안이라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아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항상 그래왔다.

지난 국회를 보자. 제18대 국회는 임기 동안 54건의 국회의원 징계안을 냈지만, 그중 30건을 임기 만료에 의해 폐기 처분했다. 제17대 국회도 37건의 국회의원 징계안 가운데 16건을 임기 만료에 의해 폐기 처분했다. 제16대 국회는 더욱 심했다. 임기 동안 제출된 국회의원 징계안 전부를 임기 만료에 의해 폐기 처분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국회는 자정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감스럽지만 우리 국회는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를 제어하고 통제하며 국민적 신뢰를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해마다 이루어지는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와 정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상상 이상이다. 그만큼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김영란법은 의원들의 발목 잡는다고 봐

따라서 이제는 외부적 힘으로 강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제도적 대안도 이미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法)’이다. 정식 명칭은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법’인데 2011년 6월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이 발의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직자들의 부패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으로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는 대가성 및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의 취지는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 있는 직무 수행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이후 국회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별다른 논의를 진행하지도 않았다. 물론 여론의 비난에 떠밀려 지난 5월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여야가 관련법의 일정 부분에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김영란법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특별감찰관제를 이미 반쪽짜리로 만들어버린 전력이 있다. 특별감찰의 대상을 대통령과 친인척 그리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으로 제한하고 국회의원들은 제외한 것이다.

김영란법에 대해서도 국회는 이 법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법이 될 것임을 알고 있는 눈치다. 김영란법 원안이 통과되면 “최대 1500만명이 커피 한 잔도 얻어먹을 수 없게 된다”고 항변한다. “직간접적으로는 최대 1786만명”이라는 통계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말을한 의원에 대해 동료 의원들은 “참으로 용기 있는 말”이라고 치켜세웠다고 한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여야가 따로 없는 듯하다.

물론 김영란법이 완벽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할 수도 있다. 직무 관련성 여부와 정도 그리고 공공기관의 범위 등에 대해 논란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것을 논의하면 된다. 그것이 국회의 의무이고 역할이다. 그렇게 하라고 국민이 뽑아준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회는 관련법에 대한 공청회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이것이 19대 전반기 국회가 한 일이다. 후반기 국회는 달라야 한다. 김영란법 논의와 처리, 국회와 정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첫 출발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