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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비선 조직 ‘포럼동서남북’ 실체

이정현·유정복·홍사덕 등 친박 핵심 포진…“정부 출범 후 청와대 대거 입성”

조해수·안성모 기자 ㅣ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07.02(Wed) 08: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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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인사 시스템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적색 경고등이 들어온 지는 사실 오래됐다. 정부 출범 때부터 인사에 난항을 겪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안대희 총리 후보자에 이어 문창극 총리 후보자까지 연이어 낙마하면서, 두 달 전에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가 다시 유임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만사(萬事)여야 할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될 판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인사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이른바 ‘비선 라인’이 인사를 주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만만회’를 비선 라인으로 지목해 주목을 받았다. 만만회는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만 총무비서관, 그리고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로 박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정윤회씨의 이름 뒷글자에서 따온 것이란 전언이다.

   
ⓒ 연합뉴스
‘만만회’가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비선 라인에 대한 의혹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최근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공식 채널이 아닌 소규모 비선 라인을 통해 상당히 많은 얘기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비선 라인 논란은 어제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부터 ‘마포팀’ ‘강남팀’ 등 지역명을 붙인 비선 라인이 끊임없이 회자됐다. 이 중에서 강남팀은 정윤회씨가 주도한 것으로 정치권에 알려지기도 했다. 2012년 18대 대선 때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조직을 담당한 희망포럼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정씨의 강남회는 우리도 말로만 들어 알 뿐, 창피한 얘기지만 사실 실체를 잘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시사저널은 박 대통령의 비선 라인을 오래전부터 추적해왔다. 이 과정에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고위 당직자로부터 한 조직에 대해 상당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바로 ‘포럼동서남북’이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고 이춘상 보좌관 등 이른바 ‘문고리 비서진 그룹’에서 포럼동서남북을 관리했는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친박계 유력 인사들이 발탁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포럼동서남북 출신들은 중용됐다”고 주장했다.

“고 이춘상 보좌관 등이 포럼동서남북 관리”

포럼동서남북이 정치권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해 정권 출범 당시 ‘깜짝 인사’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발탁됐을 때였다. 누가 추천했는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이 포럼동서남북 소속이며 이를 관리했던 박 대통령 보좌진의 천거로 발탁됐다는 소문이 나돈 것이다.

포럼동서남북은 2007년 2월, 과거 군사정권 때 학생운동을 했던 인사들이 주축이 돼 결성된 조직으로 그해 7월29일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경선에서 박 후보와 이명박(MB) 후보 간에 초접전 양상이 펼쳐지면서, 포럼동서남북의 조직도 확대돼 회원 수가 1500여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후보가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조직이 와해되다시피 했다. 포럼동서남북 결성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경선에서 진 후 MB를 도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박 후보의 사조직을 만든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 발전적 해체를 고민하게 됐다. 사실상 해체를 선언하고 핵심만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2010년 중순 무렵, 18대 대선을 대비해 조직의 역량을 키우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초창기 멤버는 대부분 ‘정치 조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새롭게 참여한 멤버들을 중심으로 ‘선거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 힘을 얻었다고 한다. 초창기부터 활동했던 한 인사는 “초기 집행부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성기철 회장을 중심으로 새 집행부가 꾸려졌다. 이후 조직이 다시 확대되고 선거 활동도 본격화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정현 전 홍보 수석 ⓒ 인수위사진기자단, 유정복 인천시장 ⓒ 시사저널 이종현, 홍사덕 전 의원 ⓒ 시사저널 포토
포럼동서남북은 서서히 박 대통령의 외곽 조직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 조직은 2011년 1월14일 당시 친박(親박근혜)계 핵심인 서병수 의원(현 부산시장)·이정현 의원(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함께 파주출판단지에서 1박 2일 워크숍을 가졌다. 그해 11월30일 열린 송년의 밤에는 친박 원로인 홍사덕 의원(현 민화협 상임의장)과 함께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이정현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한다. 2012년 6월 초 홍사덕 의장은 명예회장, 이 전 수석은 특별고문으로 추대됐다. 현 집행부 중 윤 아무개 수석부회장은 이 전 수석의 오랜 친구로, 이 전 수석이 18대 의원으로 있을 때 후원회장을 맡았던 인사다.

이들 외에도 포럼동서남북 멤버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포럼동서남북이 매월 발간하는 ‘포럼 뉴스레터(Fourum Newsletter)’에 따르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회원으로 유정복 인천시장이 우선 눈에 띈다. 유 시장은 초선 의원 시절이던 2005년 11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은 ‘원조 친박’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고, 박근혜정부 출범 후 안전행정부장관으로 내각에 참여했다. 

유 시장 외에도 이필운 안양시장, 김성기 가평군수, 나동연 양산시장, 이숙자 서울시의원, 이인화 강남구의원, 강광섭 구리시의원 등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지방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회원도 여럿 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조전혁 전 의원, 강원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김광래 관동대 교수, 용인시장 선거에 출마한 최승대 전 경기도 행정부지사 등 20여 명에 이른다.

포럼동서남북은 2013년 3월호 포럼 뉴스레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포럼동서남북 동지들께서 대략 500분 참석하셨다”며 세를 과시했다. 2013년 안전행정부에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했고, 2014년 ‘범국민 안보의식 강화와 왜곡된 역사관 재정비’라는 사업 명목으로 5700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았다. 포럼동서남북 측은 현재 미국·유럽·호주 등 3개 해외지역본부와 국내 20개 지부, 212지회에 9만80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안행부로부터 국고보조금 지원받기도

포럼동서남북이 이처럼 유력 정치인을 배경으로 둔 정치 조직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비선 라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직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한 인사는 “성 회장이 모임을 맡은 게 분기점이 됐다. 처음에는 대중적인 정치 조직을 만들려던 게 아니었다. 당시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 어떻게 감당할 거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나중에 사고 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였다”고 그때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ㄱ지회장이 대형 교회에 갔는데, 당에서 얼굴이 알려진 ㄴ씨가 자신이 포럼동서남북 회원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그때 주변에서 ㄱ씨를 가리키며 이분이 지회장이라고 소개하니까, 당황한 ㄴ씨가 따로 얘기하자며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포럼동서남북이 지난 18대 대선에서 맡았던 역할이다. 핵심 인사들에 따르면, 당시 포럼동서남북은 직능총괄본부 아래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부문을 담당했다고 한다. 문제는 불법적인 SNS 활동을 펼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 하루 전날인 2012년 12월18일 서강바른포럼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퍼 나르다가 적발된 바 있다.

18대 대선에서 불법 SNS 활동하다 적발

그런데 포럼동서남북은 당시 서강바른포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우선 사무실부터 함께 사용했다. 또 박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인 성기철 회장은 서강바른포럼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17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성 회장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을 보면 포럼동서남북이 불법 SNS 작업에 어떻게 동원됐는지 드러난다. 판결문에 따르면, 성 회장은 ‘2012년 6월경 박근혜 후보자를 지지하는 서강바른포럼 회원들로 트위터팀(26명)·페이스북팀(15명)을 구성하고, 포럼동서남북 회원이 포함된 대응팀(55명)을 구성하고’, ‘포럼동서남북 일부 회원 등으로 신지식인 카페팀을 구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위한 인적 시스템을 구축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이뿐이 아니다. ‘전파용 트위터 및 뉴스 앱(애플리케이션) 등을 관리하기 위하여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의 공동 서버를 마련하여 사용하고’, ‘2012년 7월12일경부터 같은 해 12월7일경까지 카카오아지트 대화방을 개설하여, 서강바른포럼 직원과 박근혜 후보자를 지지하는 회원 등으로 구성된 SNS팀·미디어대응팀·지식IN팀·포럼동서남북팀 등으로 하여금 박근혜 후보자에 대한 긍정적인 글과 부정적인 내용에 대한 대응 글, 상대방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글 등을 작성하여 공유한 후 네이버 지식IN코너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 및 트위터 등을 통하여 전파하게 하였다’고 한다.

이와 함께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의 공동 서버를 이용하여 스마트폰에 뉴스 앱을 설치한 서강바른포럼 회원 약 106명 및 포럼동서남북 회원 약 277명에게 박근혜 후보자에 대한 긍정적인 글과 부정적인 내용에 대한 대응 글, 상대방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글 등 약 775개의 글을 전파하게 하였다’는 내용도 나와 있다.

포럼동서남북 출신들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청와대로 대거 입성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ㄷ씨는 “포럼동서남북은 외곽 조직을 담당한 고 이춘상 보좌관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근무한 김 아무개 행정관이 함께 관리했다. 청와대 행정관 인사가 끝난 후 SNS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찾아와 ‘포럼동서남북 출신들만 청와대에 입성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때부터 포럼동서남북을 주목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행정인턴·행정관 대거 발탁”

시사저널이 파악한 포럼동서남북 출신은 행정인턴부터 행정관까지 다양했다. 주로 홍보수석실에 배치됐는데, 일부 민정수석실에 들어간 사례도 발견됐다. 포럼동서남북 출신의 이동 경로는 김 아무개씨의 행적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김씨는 서강바른포럼이 적발됐을 때 검찰 수사를 받은 인물이다. 2012년 3월께부터 8월께까지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의 불법 SNS 선거운동의 실무자였던 그는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 선대위 홍보본부에서 활동을 했다. 대선 후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에서도 근무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청와대 행정인턴에 합격해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반면 포럼동서남북의 정치적 영향력이 다소 부풀려지고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럼동서남북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한 인사는 “윤창중 전 대변인은 회원이 아닌 것으로 안다. 그리고 이들을 추천할 만큼 청와대와 밀접한 관계에 있지 않다. 정윤회씨 얘기도 나오는데, 나이도 모르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평가절하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과도하게 평가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성기철 회장 역시 “포럼동서남북이 비선 라인이라는 얘기를 누가 하더냐. 포럼동서남북은 (18대 대선 당시) 수많은 외곽 조직 중 하나였을 뿐이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포럼동서남북과 관계가 없다. 포럼동서남북 회원들이 청와대에 입성했다는 것도 금시초문이다”고 일축했다.

시사저널은 포럼동서남북 회원들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물론 이정현 전 홍보수석에게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하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6월27일까지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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