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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체인징 게임 벌어지고 있다

동북아 질서 급속 재편…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박승준│중국 푸단 대학 국제문제연구원 한반도연구소 ㅣ 승인 2014.07.10(Thu) 10: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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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일 서울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루비콘 강을 건넜다.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장쩌민(江澤民) 주석은 물론 훨씬 더 이전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때부터 중국 외교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오던 ‘한반도 무핵화(無核化·비핵화)’를 사실상 버리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란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 지역에서도, 특히 미군의 핵무기 반입도 반대한다는 뜻을 포함하는 용어였다. 생전 김정일도 평양을 방문한 후진타오에게 “조선반도의 무핵화는 선대 김일성 동지 때부터 달성하려던 과업”이라면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말하곤 했다.

시진핑, ‘한반도 비핵화’에서 ‘북핵 반대’ 진전

   
ⓒ 연합뉴스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일본·러시아 등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4개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그동안 분명히 했지만, 중국과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를 쓰며 북핵 반대라는 6자회담의 핵심 의제를 회피해왔다. 북한은 또 2003년부터 시작된 6자회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핵실험을 하고 운반체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해왔다. 그런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중국이 반대의 뜻을,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서울을 직접 방문해 분명히 밝힌 것이다. 7월3일 발표된 한·중 공동성명의 제6항은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공동성명에 나타난 북한 핵 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 표현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이 끝난 후 기자회견장에 나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 회담에서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고,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과의 회담 내용 중 북한 핵 관련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중국은 반도의 문제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략) 우리는 조선(북한) 핵 문제를 지속 가능하면서도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그리고 실효적인 해결 과정을 밟을 것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시진핑의 이번 방한은 저장(浙江)성 당서기이던 2005년과 국가 부주석이던 2009년에 평양을 먼저 방문하고 서울을 방문한 전례와는 달랐다. 이번에는 평양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서울을 방문했다. 전임 당 총서기나 국가주석들이 취임 후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평양이었던 관례를 시진핑은 이번에 무너뜨렸다. 시진핑이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자리에 오른 뒤 평양을 방문하지 않고 서울부터 방문한 것 자체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큰 셈이다. 시진핑의 이런 행보에 불만을 가진 북한 김정은은 세 차례나 동해안으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는 것으로 불편한 심경을 표현했다.

미국은 미국대로 7월1일 하와이에서 한·미·일 3개국 합참의장 회의를 개최하고 이 회의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시진핑의 방한에 대한 대응수(對應手)를 두었다. 미국은 겉으로는 “우리는 아시아 국가들 간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왔다”는 말로 중국의 한국 접근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1년에 아시아 중시(pivot Asia) 전략과 중국에 대한 재개입(re-engagement) 전략을 밝힌 이래 미국의 중국 포위망이 한국 쪽에서 뚫릴까 봐 걱정스러워하는 속내를 시진핑 방한에 맞추어 한·미·일 3개국 합참의장 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보여준 것이다.

중국과 소원해진 북한에 접근하는 일본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한에 대해 중국 안팎의 사정에 밝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신문은 7월2일 중국 문제 전문가 도널드 커크(Donald Kirk)의 분석을 통해 “현재 동북아에서는 체인징 파트너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을 대신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국가로 전환한 일본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중국과 소원해진 북한에 접근하고 있는 흐름에 따라, 한·중과 북·일이 새로운 파트너로 맺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외교가 발진하기 전에는 어디까지나 북·중과 한·일이 대치하는 구조였는데, 체인징 파트너 게임이 벌어져 한·중과 북·일이 서로 접근해 상대방 파트너들을 견제하려는 게임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베이징(北京)에 있는 중국인민대학의 국제정치학자 진찬룽(金燦榮)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한을 ‘점혈(點穴)식 외교’라고 진단했다. ‘점혈식 외교’란 ‘정곡 또는 핵심을 찌르는 외교’라는 뜻이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한 견제에 나서자, 중국이 외교적으로 일본을 고립시키기 위한 핵심 찌르기 작업에 나서 한국에 다가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일본을 견제하려는 목표를 실현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당(唐)나라 시인 왕지환(王之渙)이 쓴 ‘관작루에 올라(登觀雀樓)’라는 시구를 붓글씨로 쓴 족자를 선물로 주었다. 시구는 ‘천 리 바깥 멀리까지 보기 위해서는 누각을 한 층 더 올라가서 볼 필요가 있다(浴窮千里目 更上一層樓)’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또 이번 방한에 맞추어 조선·동아·중앙일보에 보낸 특별기고를 통해 ‘바람이 좋으니 돛을 올려야 할 때(風好正揚帆)’라고 두 나라의 현재 관계를 표현하는가 하면, “꽃 한 송이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니라 온갖 꽃이 만발해야 비로소 봄이 온 것이다”라는 말도 했다. 모두가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자는 표현이었다.

   
아베 일본 총리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합성사진. ⓒ AP 연합·조선중앙통신 연합
미·중, 일·중 사이에서 균형 감각 필요

이 대목에서 지금 한국 외교가 위치한 지점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반도가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힘이 충돌하는 곳이라고 볼 때, 한국 외교는 미국과 중국의 가운데 지점에 위치하는 것이 정위치라고 할 수 있다. 그 위치에서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한·중이 접근하는 가운데 일본이 북한을 끌어들여 북·일 협력이 이뤄지는 틀이 만들어진다면, 우리의 위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다소 중국과 가까워지는 그런 위치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있는 우리의 현실은 중·일 갈등에서도 중국과는 다소 가깝고, 일본과의 거리는 다소 멀어진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일본과 우리의 마찰계수가 커지면서 독도 문제, 역사 왜곡 문제가 더욱 커다란 파열음을 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처럼 한쪽으로 치우치는 위치 선정은 결코 현명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외교는 미·일 쪽으로 좀 더 다가서는 위치 교정을 해야 할 필요성을 안게 될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은 이번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통일에 관한 중국의 협력을 역설한 것으로 보인다. 한·중 공동성명은 제7항에서 한반도 통일에 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측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한 간의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남북한 관계 발전을 추진하며, 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중략) 이에 대해 중국은 남북한 관계 개선에 대한 한국 측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이와 함께 남북한 쌍방이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협력을 통해 조선민족이 반도의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는 의사를 존중하며, 최종적으로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이 밝힌 이 같은 견해는 중국이 지금까지 밝혀온 한반도 통일에 대한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른바 “남북한 간의 대화를 통해 자주적이고 평화적으로”, 다시 말해 미국을 비롯한 외세의 개입 없이 이루어지는 통일은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후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급랭했다. 2002년 후진타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체제가 들어설 때까지 10년간 베이징과 평양 사이에는 어떤 고위층 교류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좌적(左的)인 성향을 갖고 있던 후진타오 주석은 북·중 관계를 장쩌민 시대와는 다르게 운영했다. 2010년에는 한 해에만 세 차례나 후진타오-김정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정도로 밀월 관계를 회복했다. 그러던 북·중 관계는 양쪽의 리더가 시진핑과 김정은으로 교체되면서 다시 급랭 국면을 맞게 됐다.

오는 8월로 수교 22년을 맞는 한·중 관계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는 정치적으로도 뜨겁고 경제적으로도 뜨거운 정열경열(政熱經熱)의 관계를, 후반부에는 정치적으로는 냉각되고 경제는 뜨거운 정냉경열(政冷經熱)의 흐름을 보여주었다. 그러다가 이번 시진핑의 방한을 통해 다시 정열경열의 흐름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 뜨거운 양국 분위기에서 외교 전문가들은 한국 외교 당국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을 당부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평양에 앞서 서울을 방문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가르침을 주려는 자세를 취한 것은, 언제든 우리에게도 적용 가능한 바이스 버사(vice versa·逆도 성립한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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