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기다려라, 대륙 지배자가 간다”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4.07.10 11: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의 세계적 전자상거래 제국 ‘알리바바’, 뉴욕 증시 상장 임박

지난해 11월11일 수억 명의 중국인이 동시에 온라인 쇼핑을 하느라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독신자의 날(光棍節·광군제)’을 맞아 전자상거래업체들이 벌인 판촉 행사에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신용카드와 은행 체크카드를 열심히 긁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 업체가 일대 붐을 일으켰다. 바로 중국 제1의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淘寶)’다. 이날 하루 타오바오가 올린 판매고는 무려 350억 위안(약 5조7050억원)이었다. 전년도 같은 날보다 무려 83%나 증가한 실적이다.

타오바오의 모기업은 알리바바(阿里巴巴)그룹이다. 알리바바는 역사가 15년에 불과한 젊은 기업이다. 그러나 1999년 기업 간 거래 시장(B2B)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2003년 오픈마켓(C2C) ‘타오바오’, 2004년 온라인 지불 결제 대행 ‘즈푸바오’, 2008년 인터넷 쇼핑몰(B2C) ‘톈마오(天猫)’, 2010년 공동구매 사이트 ‘쥐화쏸(聚劃算)’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거대 전자상거래 제국을 건설했다.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알리바바의 광고판. 알리바바는 8월8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 EPA연합
알리바바, 구글 이은 세계 2위 인터넷기업

알리바바의 위상은 경영 수치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2~4분기 알리바바의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404억7300만 위안(약 6조5970억원)과 177억4200만 위안(약 2조891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나 증가한 120억3100만 위안(약 1조961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순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32% 늘어난 55억4300만 위안(약 9035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를 이익으로 남겼으니 놀라운 실적이다. 이런 성과는 절대적인 시장 지배력에서 비롯됐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C2C 시장의 80%, B2C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타오바오와 톈마오에서 구매를 꾸준히 유지하는 소비자는 2억3100만명에 달하고, 판매를 지속하는 입주업체는 800만개나 된다.

이런 알리바바가 기업공개(IPO) 의사를 천명하자 미국 월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래전부터 마윈(馬云) 알리바바 회장은 상장을 한다면 중국이나 홍콩이 아닌 미국 증시를 선택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를 증명하듯 6월26일 알리바바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나스닥에 진출할 것이라는 일부의 예측을 뒤엎고 과감히 NYSE를 택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기업 코드를 ‘BABA’로 정하고 상장일을 8월8일로 잡아 본격적인 주식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어로 돈을 번다는 말은 ‘파차이(發財)’다. 파는 ‘팔(八)’의 발음인 ‘바(Ba)’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8은 중국에서 최고의 행운 숫자로 꼽힌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알리바바의 기업 가치를 168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IPO를 통해 전체 지분의 12%가 매각된다고 볼 때 200억 달러가 증시에서 조달되는 셈이다. 이는 역대 IT주 IPO 중 최대 규모였던 2012년 페이스북의 16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또 2008년 비자가 기록한 196억5000만 달러를 능가해, 미국 증시 최대의 IPO 기록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조만간 알리바바가 아마존·페이스북 등을 제치고 구글에 이은 세계 2위의 인터넷기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가의 기대에 부응하듯 최근 알리바바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6월5일 12억 위안(약 1956억원)을 투자해 명문 프로축구단 광저우헝다(廣州恒大)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일주일 뒤에는 모바일 브라우저업체인 UC웹의 잔여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알리바바는 기존에 UC웹 지분 66%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남은 지분마저 접수한 것이다.

미국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6월11일 온라인 쇼핑몰 ‘11메인’을 열어 아마존·이베이 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11메인은 의류·액세서리·보석·인테리어 등 다양한 품목에서 1000여 명의 상인을 끌어들였다. 판매 수수료가 기존 업체의 절반에서 3분의 1에 불과해, 앞으로 더 많은 판매자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알리바바는 동남아·한국·일본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뭐니 뭐니 해도 급팽창하는 중국 시장은 알리바바의 든든한 성장 동력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 소매시장 거래액은 1조8832억 위안(약 306조9616억원)에 달했다. 2015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이다. 중국인들은 즈푸바오로만 하루 평균 106억 위안(약 1조7278억원)을 결제하고 있고, 타오바오와 톈마오에서만 한 해 1인당 49건의 상품을 주문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상장 이후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은 알리바바가 어떤 방식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지도 주목된다.


알리바바의 창업주마윈 회장 ⓒ Imaginechina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은 중국 젊은이들의 꿈이자 롤 모델이다. 오는 8월이면 세계적 거부로 변신하게 될 마윈이지만, 젊었을 때는 실패를 밥 먹듯이 했다. 1964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학교 성적이 신통치 않아 삼수 끝에 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선생님을 짝사랑해 익힌 영어 실력만큼은 최고로 손꼽혔다.

마윈은 사범대 졸업 후 한때 교직에 몸담았으나 창업에 대한 열정을 억제하지 못했다. 1992년 통역회사를 차려 온갖 업무를 닥치는 대로 따내 일하던 중 1995년 미국 출장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한창 보급되던 인터넷을 처음 접했던 것이다. 중국으로 돌아온 마윈은 웹사이트 제작과 전화번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창업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1999년 2월 자신의 아파트에서 마윈은 새 업체를 설립했다. 중국 최초로 기업 간 거래를 이어주는 전자상거래업체였다. 마윈은 <아라비안나이트>를 즐겨 읽었는데, 알리바바가 도둑의 보물을 손에 넣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이런 알리바바의 행동이 사업가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 여겨 회사 이름을 ‘알리바바’라고 지었다. 17명의 직원과 함께 시작한 알리바바는 1년도 안 돼 회원사 10만개를 끌어모아 입지를 다졌다.

같은 해 5월 차이충신(蔡崇信)의 합류는 마윈의 입장에서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았다. 차이충신은 타이완에서 태어나 13세에 미국으로 이민 가서 예일 대학 학사, 하버드 MBA, 예일 대학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럽계 금융회사에서 일하던 초(超)엘리트가 연봉 300만 홍콩달러(약 3억9000만원) 자리를 버리고 작은 벤처기업으로 옮겨간 것은 도박에 가까웠다. 그 후 차이충신은 골드먼삭스를 설득해 재정난에 빠진 알리바바에 500만 달러를 투자하도록 했다. 2000년 손정의와 투자 담판을 벌이고 2005년 미국 야후의 투자를 성사시킨 이도 차이충신이었다.

지난해 5월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루자오시(陸兆禧)에게 넘겨준 마윈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환경 보호와 공익 사업이 그것이다. 평소 마윈은 “오염된 물·공기·음식 문제로 중국인들이 10~20년 후 암과 같은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마윈과 차이충신은 지난 4월, 증시 상장 후 받을 알리바바 주식의 2%(약 31억6000만 달러)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으로 2개의 공익신탁을 설립했다. 이들은 “이 신탁으로 환경오염 퇴치와 보건의료 개선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국판 ‘빌 게이츠’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 대학생 기사공모전, 제3회 대학언론상에 도전하세요. 여러분에게 등록금을 드립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