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 아, 골키퍼가 환상적으로 막아냅니다”
  •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7.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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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장 오초아·나바스·음볼리, 빅클럽 입성 예약

월드컵은 축구 선수에게 가장 큰 취업박람회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무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자신의 가치를 단숨에 끌어올리고 더 큰 팀으로 이적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유럽 명문 클럽도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발휘한 숨은 재능을 찾기 위해 스카우트를 대거 파견한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새로운 별들이 떠오르고 있다.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는 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의 최고 히트 상품은 골키퍼다. 눈부신 선방 퍼레이드를 펼친 골키퍼는 각 팀 돌풍의 주역이다. 어느 대회보다 많은 골이 터지는 대회에서 골키퍼의 선방이 돋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실제로 16강전 8경기 중 5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가는 MOM(맨 오브 더 매치)이 골키퍼였다. 토너먼트에서는 스트라이커보다 골키퍼가 더 중요하다는 축구계의 속설이 증명되는 셈이다.

가장 크게 눈길을 모은 선수는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실점만 허용한 그는 특히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온몸을 이용한 무수한 선방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184cm라는 크지 않은 신장에도 민첩함과 빠른 반응을 보여 눈길을 모았다. 네덜란드와의 16강전에서는 막판에 2골을 내주며 멕시코가 1-2 역전패를 당했음에도 경기 내내 펼친 활약으로 MOM에 뽑혔다. 오초아의 선견지명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현재 자유계약 신분이다. 소속팀이었던 프랑스 리그1의 아작시오와의 계약이 종료된 상황이다. 이적료 없이 그를 데려가기 위해 유럽의 20개 팀이 그의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안에는 바르셀로나·아스널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골 풍년 속 골키퍼 선방 돋보이는 아이러니

코스타리카 돌풍의 또 다른 주역인 케일러 나바스도 오초아 못지않게 몸값이 치솟고 있다. 온몸을 던진 방어로 코스타리카가 이탈리아·우루과이·잉글랜드가 속한 ‘죽음의 D조’에서 2승 1무,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스와의 16강전에서도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며 MOM이 됐다. 알제리도 골키퍼 라이스 음볼리의 활약이 돋보였다. 음볼리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러시아전과 16강 독일전에서 가장 눈에 띈 알제리 선수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중·하위권 팀 레반테에서 뛰는 나바스와 불가리아 CSKA 소피아에서 뛰는 음볼리 모두 더 높은 레벨의 팀으로 이적할 것으로 보인다.

돌풍의 진원지에는 될성부른 떡잎이 있었다. 20대 초반의 유망주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본격적인 스타로 부상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다. 콜롬비아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불리는 그는 라다멜 팔카오가 부상으로 빠진 콜롬비아를 사상 첫 8강 진출로 이끌었다. 최전방·측면·중앙 어디에서나 뛸 수 있는 데다 스피드와 드리블, 골 결정력까지 갖췄다. 16강까지 5골 2도움으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득점왕에도 가장 접근해 있는 선수다. 1991년생인 그는 지난 시즌 이미 화제를 모아 4500만 유로(약 62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FC 포르투에서 프랑스 리그1의 AS 모나코로 이적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빅클럽이 1년 만에 다시 그를 이적시키려고 혈안이다. 오초아와 더불어 이번 대회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로드리게스·포그바·오리기 ‘될성부른 떡잎’

코스타리카의 공격수 조엘 캠벨은 인생역전을 앞두고 있다. 북중미 최고의 유망주로 2011년 아스널에 입단했지만 이후 로리앙(프랑스)·레알 베티

ⓒ epa 연합·aP 연합
스(스페인)·올림피아코스(그리스)로 임대만 다녀야 했다. 어찌 보면 박주영과 흡사한 경우다. 캠벨은 이번 월드컵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보여주며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캠벨 입장에서는 아스널 복귀는 물론 다른 팀으로의 이적 등 여러 옵션을 거머쥐게 됐다.

이제 만 21세인 프랑스의 새로운 기둥 폴 포그바는 세계적인 미드필더로 확실히 도약했다. 10대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일찌감치 재능을 알아보고 영입했지만 기회를 주지 않아 유벤투스로 이적한 포그바는 제2의 파트리크 비에이라가 될 재목으로 인정받고 있다. 디디에 데샹 감독도 포그바를 중용했고, 그는 나이지리아와의 16강전에서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유벤투스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얻었다.

1992년생인 나이지리아의 아메드 무사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환상적인 개인기로 2골을 넣으며 리오넬 메시 못지않은 능력을 보여줬다. 러시아의 CSKA 모스크바 소속인 무사는 아프리카의 차세대 공격수로서 프리미어리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알프스의 메시’란 별칭을 갖고 있는 스위스의 미드필더 제르단 샤키리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온두라스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도 돋보이는 개인기를 자랑했다. 169cm의 단신이지만 탁월한 볼 터치와 마무리 실력을 지녀 바이에른 뮌헨이 2012년 영입했다.

한국 덕분에 빛난 별들도 있다. 알제리의 공격수 이슬람 슬리마니는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는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한국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주전으로 올라섰다. 러시아전에서 헤딩 동점골을 터뜨리며 알제리의 16강 진출을 이끈 그는 독일과의 맞대결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줬다. 포르투갈의 스포르팅 리스본 소속인 슬리마니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명문팀들이 탐을 내고 있다. 화려한 드리블 돌파로 한국전에서 측면을 헤집은 압델무멘 자부도 세계의 눈을 사로잡았다. 한국전과 독일전에서 골을 터뜨렸다. 이미 아프리카에서는 뛰어난 돌파력으로 인정을 받았던 자부는 유럽으로 진출할 기회를 이번 대회에서 확실히 잡았다.

벨기에의 백업 공격수였던 디보크 오리기도 한국전에서 맹활약했다. 로멜루 루카쿠에 밀려 벤치 신세였던 오리기는 루카쿠의 부진을 틈타 한국전에 선발 출전했고 결승골 과정에서 멋진 개인기와 강한 슛을 날려 사실상의 도움을 기록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미국과의 16강전에도 선발 출전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995년생인 오리기는 리버풀과 아스널의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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