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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가 동네북 된 게 공 때문이라고?

올 시즌 프로야구 극심한 타고투저… “공인구에 장난쳤다” 루머도

김경윤│스포츠서울 기자 ㅣ 승인 2014.07.10(Thu) 11: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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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는 극심한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타자는 득세하고, 투수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치가 증명한다. 7월3일 현재 9개 구단 중 5개 팀의 팀 방어율이 5점대를 넘는다. 특히 KIA와 한화의 팀 방어율은 6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6점 이상을 내준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역사상 6점대 팀 방어율을 기록한 팀은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6.23)가 유일하다. 역대 최약체 팀으로 꼽히던 1999년 쌍방울도 팀 방어율 5.85를 기록했다. 그러니까 많은 구단이 80년대 삼미, 90년대 쌍방울처럼 매 경기를 얻어맞고 있다는 뜻이다. 10점, 20점대 핸드볼 스코어가 속출하고 있고 경기 시간은 늘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야구인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직·간접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4월, 선수들 사이에선 루머가 돌았다. 분명히 잘 맞은 타구가 아닌데 공이 담장을 넘어간 것이었다. 한 베테랑 투수는 “공이 ‘딱’ 하고 맞는 순간 투수는 홈런인지, 안타인지, 뜬 공인지 감이 온다. 그런데 요즘엔 이상하게도 아웃이 돼야 할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장면이 속출하고 있다.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급기야 선수단은 공인구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지난 5월 취재진에 “아무리 봐도 공이 이상하다.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우태윤
KBO, 공인구 검사 모두 ‘합격’

현재 국내 프로야구 공인구 제작 업체는 스카이라인·빅라인·ILB(옛 맥스)·하드 등 4곳이다. 미국(MLB) 롤링스, 일본(NPB) 미즈노처럼 단일화돼 있지 않다. 올 시즌에는 KIA·넥센·두산이 스카이라인, SK·LG·NC가 빅라인, 한화·삼성은 ILB, 롯데는 하드 공을 쓰고 있다. 목동구장(넥센)에서는 스카이라인, 문학구장(SK)에서는 빅라인 식으로 각 구단 홈구장 기준으로 공인구가 사용된다. 어떤 공인구를 쓸지는 구단이 고르는데 마운드 전력과 타선의 전력이 불균형한 팀이 업체와 짜고 공인구 반발력을 높이거나 줄일 수도 있다는 문제 제기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KBO는 지난 5월 한국스포츠개발원(개발원)에 의뢰해 4개 업체 공인구 반발계수 검사를 불시에 진행했다. 개발원은 각 야구장 창고에서 야구공 한 박스(12개)씩을 임의로 수거한 후 검사를 했다.

공인구 반발계수 검사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개발원 권용주 과장은 “1년에 3~4차례 반발계수 검사를 한다. 이번 검사도 똑같은 절차에 따라 치렀다”고 말했다. 반발계수 검사 절차는 다음과 같다. 개발원은 모든 구장에서 가져 온 모든 공을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맞춘 환경실에 3일간 놔둔다. 검사를 위해 공의 상태를 비슷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후 특수 장비를 이용해 콘크리트 벽에 시속 270㎞로 던진다. 이때 공이 튀어나온 속도를 던진 속도로 나눠 반발계수를 측정한다. 일본 프로야구 반발계수 검사와 똑같은 방식이다.

검사 결과 공인구의 반발계수는 모두 합격 기준(0.4134~0.4374)을 통과했다. KBO는 이 결과를 가지고 ‘타고투저 현상과 공인구는 관계가 없다’고 루머를 일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또 다른 문제점을 제기했다.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제조사마다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반발계수가 가장 높은 공은 롯데가 쓰고 있다. 하드사가 제조한 공(0.4349)이다. 이 공인구는 KIA가 쓰고 있는 공(스카이라인, 0.4152)보다 반발계수가 0.0197 높게 나왔다. 일본 미즈노사가 일본 프로야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발계수가 0.01 늘어날 경우 비거리도 2m가 늘어난다. 즉, 같은 타구라도 사직구장에선 3.94m 더 날아간다는 뜻이다. 롯데 타자의 성적이 KIA 타자보다 전체적으로 좋게 나올 수 있다.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졌다?

반발계수는 비거리만 늘리는 것이 아니다. 권용주 과장은 “반발계수가 높으면 땅볼 타구의 경우 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수비가 힘들다. 실책이라든지 안타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몇몇 업체의 공인구 반발계수는 일본 프로야구 기준(0.4134~0.4274)보다 높게 나왔다. 일본 프로야구는 과거 국내 프로야구 공인구 반발계수 합격 기준과 동일한 기준을 사용했지만 올해 ‘공인구의 반발력이 너무 높다’는 판단하에 합격 기준 최대치를 0.01 낮췄다. 국내 몇몇 업체가 제조한 공인구는 국내 기준으로는 합격이지만 일본 기준으론 불합격 수준의 공이다.

일부 야구인은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지자 국내 프로야구도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KBO 정금조 운영부장은 “일본에서 낮췄다고 해서 우리도 낮출 필요는 없다. 또 반발계수 합격 기준을 낮추기 위해선 제조업체에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올 시즌 중에 바꾸는 것은 무리다. 구장마다 타고투저 현상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내년 시즌부터 단일구를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 논란’이 잦아들자 두 번째 의혹이 제기됐다. 바로 ‘스트라이크 존’ 문제다. 올 시즌엔 유독 심판 오심 논란이 많은데 심판이 이를 피하기 위해 지나치게 스트라이크 존을 좁게 형성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스트라이크 존이 좁게 형성되다 보니 투수는 던질 곳이 없어 결국 가운데로 집어넣다가 홈런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독은 “최근 중계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실시간으로 투구의 궤적이 시청자에게 전달된다. 조금이라도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난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을 때마다 논란이 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 변화가 심판을 위축시켰고 스트라이크 존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아졌다”고 말했다.

스트라이크 존 문제는 최근 프로야구 타고투저 현상의 원흉으로 떠올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심판들 사이에선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특히 6월20일부터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이 좌우로 넓어진 느낌이다. NC 찰리 쉬렉이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24일 잠실구장에서 상대팀 LG의 모 코치는 “최근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매우 유연해졌다. 오늘 경기에서도 바깥쪽 공을 잘 잡아주더라”고 말했다.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에 대해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다수 관계자들은 ‘외국인 타자의 합류가 타고투저 현상의 가장 큰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롯데 초대 감독인 타격 전문가 박영길 전 감독은 “타고투저는 외국인 타자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각 구단은 50억원짜리 FA 타자를 영입했다고 보면 된다. 강타자 한 명의 합류는 단순히 타자 한 명의 전력 강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타선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최근 각 팀의 타선을 살펴보면 외국인 타자의 합류로 기존 중심타자 중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하위타선에 배치됐다. 대다수 투수는 전력 피칭 타이밍과 쉬어가는 타이밍을 나눠 ‘완급조절’을 하는데, 하위타선이 막강해질 경우 ‘쉬어가는 타이밍’을 잃어버리게 된다. 결국 투수들은 하위타순에 배치된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전력 피칭을 하게 돼 경기 운영 능력에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됐다.

선발 투수가 지치니 불펜도 함께 무너졌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완투승을 기록한 투수는 단 5명에 불과하다. 완봉승은 단 한 차례만 나왔다. 나머지 경기에선 모두 불펜 투수가 투입됐다. 불펜 투입이 많아지니 각 구단 마운드 전력은 몸살을 앓고 있다. 더군다나 올 시즌 프로야구는 아시안게임 일정 때문에 주말경기가 우천 순연될 경우 월요일에 경기를 치른다. 최대 8연전까지 소화해야 할 때도 있다. 불펜 투수가 휴식을 취할 시간이 거의 없다. 외국인 타자의 영입은 나비효과가 돼 각 팀 마운드 전력을 괴롭혔고 타고투저 현상이 심화됐다.

   
ⓒ 연합뉴스
타고투저 또 다른 주범, 7번 타자

각 구단 7번 타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외국인 타자의 합류로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 있다. 올 시즌 들어 유독 7번 타자의 활약상이 눈에 띄고 있다. KIA 7번 타자로 주로 출전하는 김다원은 7월2일까지 타율 0.341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한화는 과거 4번 타자를 맡았던 최진행이 주로 7번 타자로 나선다. LG 채은성, NC 권희동, SK 박정권, 롯데 박종윤 등 ‘한 방’을 갖춘 7번 타자가 하위타순에서 4번 타자 못지않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장타력을 갖춘 타자들이 7번 타자 역할을 맡으며 각 구단은 완성형 타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7번 타자는 ‘하위 타순의 4번 타자’로 불린다. 타순이 2, 3, 4번에서 끊겼을 때 중심타선 역할을 해줘야 할 타자가 바로 7번 타자다. 기존 중심타선이 폭발했을 땐 7번 타자의 활약도에 따라 대량 득점을 꾀할 수도 있다. 포수와 발 빠른 선수가 주로 배치되는 8, 9번 타순 앞에서 주자를 싹쓸이할 마지막 관문 역할을 하는 셈이다. 권희동·채은성·김다원은 모두 찬스에 강하고 장타력이 있는 선수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중심타선에 두기엔 위험이 따르고 선수에게도 부담감을 줄 수 있다. 하위타선에서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치라는 의미에서 7번 조커로 내세운 것이다. 7번 타자의 활약상이 커진 구단일수록 대량 득점을 만드는 폭발력이 극대화됐다. 리그 전체적으론 타고투저 현상이 더욱 깊어졌다.

타고투저 현상은 프로야구에 갖가지 루머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현장에선 감독에게 타순 배치와 불펜 투입에 대한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프로야구의 생태 변화와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를 만든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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