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안녕들 하십니까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4.07.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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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 대학생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써 붙이자, 많은 사람이 ‘우리는 결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호응했다. 2014년 여름, 우리 국민들은 이제 정부, 특히 청와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청와대가 왠지 안녕해 보이지 않아서다.

박 대통령의 단점으로 꼽히는 것이 ‘만기친람(萬機親覽)’이다. “통일은 대박이다” “규제는 암 덩어리다” 같은 대통령의 정책 메시지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세월호 참사 후에 내놓은 ‘국가 개조론’로 마찬가지다. 야당 원내대표의 말 한마디에 ‘국가 혁신’으로 바뀐 ‘국가 개조’도 이미 흐지부지된 ‘창조경제’의 길을 갈 것 같다. 매사가 충분한 준비도 없이 급조된 비현실적인 아이디어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외교도 그런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대단한 성과로 내세우지만, 중국에 치우친 외교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점이 많다. 미국은 이미 박근혜정부의 외교가 미숙하다는 불만 섞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내정에서나 외교에서나 이 정부의 정책 기능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날, 대통령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청와대 비서실장과 참모들은 이 중대한 사건을 대통령에게 제때 보고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소재를 몇 시간 동안 알 수 없었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청와대 참모들은 사고가 난 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보내야 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정홍원 국무총리가 물러나고 후임으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연거푸 낙마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총리감을 못 구하겠다면서 이미 사표를 낸 정 총리를 유임시켰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겠다고 ‘자백’한 데 대해 많은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김명수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자질 미달이라는 게 온 나라에 드러났다. 연이은 인사 참사를 본 사람들은 과연 대통령이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 문창극·김명수 씨는 대통령이 알았던 사람들이 아니기에, 이들이 총리와 부총리 후보에 오른 배경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장관 후보자라는 사람들은 하도 하자가 많아 그런 사람들을 일부러 주워 모으기도 어렵겠다는 냉소가 팽배해 있다. 

이런 과정을 보고, 박 대통령이 독선적이라고 비난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더 심각하다. 대통령이 과연 안녕한지, 또 비서실이 최소한의 기능이나마 하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할 정도다. 이 와중에 언론은 사흘이 멀다 하고 대통령의 측근 보좌관 3인방과 정 아무개씨에 대한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면서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 정부를 불신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세월호 사건과 인사 참사로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고, 청와대 비서실장은 사퇴 요구에 시달리고 있고, 국무총리는 아예 존재감이 없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레임덕에 깊이 빠져든 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라고 했던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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