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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위원장 전격 사퇴에 권력 다툼설

‘왕실장’ 눈 밖에 났나

김현일 대기자·남궁창성 강원도민일보 기자 ㅣ 승인 2014.07.30(Wed) 17: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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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위원장은 1946년 동해 태생이다. 행정고시(제15회)에 합격해 영월군수·강릉시장·부천시장 등 행정 관료로 평탄한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1995년부터 3년여 강원도 행정부지사로 일한 그는 1998년 민선 2기 강원도지사 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2010년까지 내리 세 차례에 걸쳐 지사를 연임했다.

김 전 위원장과 동계 스포츠의 인연은 그가 1999년 평창동계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동계올림픽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다. 이명박 정부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특임대사로 활동하던 그는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의 평창올림픽 유치에 일익을 담당했다.

그러나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원하면서 친박계로 분류된 김 전 위원장의 이명박 정부에서의 행보는 제한적이었다. 이후 박 후보가 주도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된 김 전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은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강원도 내 국회의원 9석 모두를 석권하고, 같은 해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강원도가 박근혜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높아졌고, 제18대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장을 맡으면서 한껏 고조됐다.

   
1년 3개월 임기를 남기고 물러난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 연합뉴스
이런 그의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행정 관료로 체득한 ‘몸조심’에 특히 유념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녀 혼사를 지인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검소하게 치른 것 또한 ‘몸조심’과 무관치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 그가 정치인으로서 주목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월 박 대통령의 인도·스위스 국빈 방문 중 돌출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사퇴설과 ‘후임자’와 관련해서다. 당시 언론은 청와대와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2013년 8월 취임한 김 실장이 박 대통령의 출국에 앞서 일신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으며, 박 대통령은 김 실장의 뜻을 존중해 귀국 후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할 경우 후임으로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장을 지낸 김진선 위원장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사퇴설이 돌던 김기춘 실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권력의 세계에서 이 같은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러 차례 증명된 바 있다. 후임으로 거명된 인사는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던 일이라도 눈총을 받기 마련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 전 위원장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평창동계올림픽대회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 우연일 수도 있으나 어찌 됐든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권 내 파워 그룹의 견제구에 걸려들었다는 해석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실제 그렇게 읽힐 만한 일련의 흔적들이 없지 않다.

올림픽조직위는 지난 5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감사는 특별감사 형태로 이뤄졌으며 관계자의 비리·비위 등의 문제를 찾는 데 집중됐다. 감사원은 일부 조직위 관계자들의 기금 전용 등 혐의를 적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김 전 위원장이 직접 연루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11년 7월6일 남아공 IOC총회에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었다.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진선 전 위원장. ⓒ EPA 연합
김진선 오른팔 문동후 부위원장 고강도 감사

감사와 관련한 것 중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 위원장을 겨냥한 ‘기획성 특감’이라는 사실이다(18쪽 상자기사 참조). 얼핏 두 차례에 걸친 고강도 특별감사가 문동후 부위원장을 타깃으로 한 듯 보이지만 김 위원장의 오른팔 격인 문 부위원장에게서 하자가 드러날 경우 그 불똥이 김 위원장에게로 향하는 것은 불문가지라는 점에서다. 실제 정권 핵심 인사의 ‘관여’하에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는 감사 결과로 문 부위원장은 밀려났고, 사태가 심상찮다고 느낀 김 위원장 역시 사퇴 수순을 밟았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평가를 받는 문동후 부위원장의 비리 내역에는 선수권대회 마무리를 하면서 사무실 중고 집기를 임의 사용했다는 소소한 부분까지 적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전 위원장 사퇴와 관련해서는 정부와의 불화설과 준비작업 지지부진 때문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정부와의 불화설이란,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회를 치르려는 정부 측 입장과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김 전 위원장의 주장이 충돌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김진선 위원장의 일 추진에 일부 문제가 없지는 않으나, 위원장을 퇴진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여권 내 갈등론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김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에 대해 또 다른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청와대는 당초 김 전 위원장 후임에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꼽았으나, 한 전 총리가 박 대통령의 이종 형부라는 사실과 김기춘 실장의 ‘절친한 선배’라는 점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보류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모양새’와 관련해서도 정 전 차관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발이 강원도민들을 중심으로 불거졌다. 정 전 차관은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는데, 올림픽조직위의 당연직 부위원장인 문화부 장관과 강원도지사 입장에서는 차관 출신에 도지사 경선에서도 떨어진 인사를 위원장으로 모셔야 하는 상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 전 차관은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뻔히 불협화음이 예상됨에도 굳이 그를 위원장으로 내정한 속셈을 모르겠다는 반발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급기야 위원장 임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진선 낙마’ 사태의 진상은 아직 안개에 가려져 있어 예단키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김기춘 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은 견고하고 따라서 ‘김기춘 스타일’의 인사는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점이다.


‘윗분’ 뜻 받들어 공직자 길들이기? 


   
국가기관 및 대다수 공기관·단체의 회계검사와 공무원의 직무감찰을 담당하는 ‘제5 권부(權府)’ 감사원. ⓒ 시사저널 최준필
김영삼(YS) 정부 시절, 대통령 YS는 이회창 감사원장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대쪽’ 감사원장이 율곡 사업에 대한 엄중한 감사로 여론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군부 내 하나회 제거 명분에 힘을 실어준 것까지는 좋았으나, 청와대에까지 많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되지만, 그 직무에 대해서 대통령은 간섭하지 못한다’ ‘국가 세입·세출의 결산 검사와 (법이 정하는) 공공기관 회계를 상시 검사·감독하고 행정부 공무원들 직무를 감찰한다’는 감사원법 규정을 들어 물러서지 않았다. 난감해진 YS가 고심 끝에  짜낸 아이디어는 이 원장의 ‘국무총리 승진’이었다. 4년 임기가 보장된 데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감사원장을 마구잡이로 해임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이회창 감사원장’과 관련한 이런저런 일화는 헌법기관으로서 감사원의 위상·역할과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그러나 실제 이 원장처럼 헌법이 보장한 권한을 행사하려고 나선 원장은 그리 많지 않다. 각 정권마다 아예 속을 썩일 만한 인물을 미리 걸러낸 것도 한 이유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정동기 청와대 사정수석비서관을 감사원장에 앉히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중도 포기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대통령 퇴임 후 ‘돌을 던진’ 원장(양건)도 없지는 않았지만, ‘점잖은’ 원장이 좌장으로 있는 감사원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니 청와대를 방치하는 정도가 아니라 청와대의 뜻을 적극적으로 받드는 경향이 강해졌다. 사실 다른 행정기관과는 완전히 별도의 조직·인사 체계를 지닌 감사원의 실권은 내부에서 승진한 사무총장이 쥐고 있다. 원장이나 감사위원들이 이 합의제 조직의 수뇌부이긴 하지만, 역시 ‘굴러온 돌’보다는 내부 사정에 밝은 사무총장이 핵심이 되게 마련인 탓이다.

청와대는 바로 이 사무총장을 연결 고리로 삼아 감사원을 ‘조정’하기 일쑤였다.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같은 사정기관이 있으나 공직사회 내부를 통제하기에 감사원만큼 효율적인 조직은 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을 병행하는 감사원이 작심하고 나서면 배겨날 공직자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미운 고위 공직자를 망신 주거나 손보는 데는 감사원이 ‘딱’이었다. 소리 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이 같은 변칙이 행해져왔다. 이 바람직스럽지 못한 행태가 현 정부 들어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대회조직위원장이 이번에 전격 사퇴한 것 또한 그 배경에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전언이다. 가장 엄정해야 할 조직이 권력에 의해 오염되면 전체 공무원 조직은 멍들게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얼마 전 철도업체로부터 6년 동안 2억2000만원을 챙긴 김 아무개 감사관이 구속됐다. 또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 5억원 뇌물을 받은 혐의로 다른 김 아무개 감사관이 구속 기소됐다. 이는 ‘책임은 안 져도 되고 권한만 큰’ 조직에서 생기는 병폐인데, 이런 것들도 순수성 훼손이 초래한 기강 해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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