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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선 고쳐 모두 살아서 내려야 한다”

세월호 참사 전후 한국 사회 시스템 비판한 경제학자 우석훈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4.08.06(Wed) 14: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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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는 이상한 일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배에 대한 말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정부의 대책 중 배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 역시 없었다.”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46)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가 더 성숙해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엄청난 희생을 겪고도 나아지기는커녕 더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암울했다. 참사와 관련해 책을 쓰자는 요청이 많았다. 가깝게 지내는 이들이 특히 그랬다. 우 박사가 평소 배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고 쓰는 내내 ‘무겁고 압축적인 시간’을 버텨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봤지만 결국 써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띄운 책이 <내릴 수 없는 배>다. “국정조사가 어떻게 될 것이고, 청문회는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가 너무 뻔히 그려졌기 때문이다. 정말 밝혀져야 할 것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고,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질 것이다.”

   
ⓒ 시사저널 우태윤
“국민 안전보다 문제 있는 것을 권유하는 나라”

7월 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 우 박사는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 3층에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는 7년 전 <88만원 세대>를 통해 이 땅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박복한 상황을 전했던 ‘생태경제학자’다. 그는 “당시보다 더 나빠졌다. 그땐 전환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구조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을 태운 배가 침몰했다니 더더욱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사회에 희망을 가져다줄 미래의 주체’들을 왜 그런 배에 태웠는지, 배가 침몰하는데 왜 아무도 빠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구조에 실패했는지 온통 의문투성이였다.

“비행기가 아니라 카페리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는 게 좋겠다는 교육 당국의 노골적인 권유는 2011년부터 흔적이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공문은 2011년 9월에 발송됐다.”

우 박사는 세월호 참사를 취재하는 기자 모임에서 공문 원본을 입수했다. 정부가 사고 수습 대책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각계에서 제기하는 대안을 접하면서 의문은 더 커지고 많아지기만 했다. 왜 국가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파고들지 않는 건지, 또 중요한 배 이야기를 안 하는지 궁금했다.

“군사정권 시절 이후 한국 경제는 공공성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 정도는 확보하고 있었다. 공공성 문제에서 가장 예민한 게 바로 대중교통이다. 버스의 경우 사람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또 가까이서 지켜보기 때문에 상황이 다소 낫다. 그렇지만 카페리는 완전히 방치돼 있었다.”

그는 경제학자답게 세월호 참사를 통해 ‘한국식 재난 자본주의’를 분석했다.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현실적이고 절실한 제안을 던지는 것이 그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재난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안에서는 끔찍한 사고가 나면 문제가 개선되기보다는 그 반대의 기회로 작동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재난 자본주의’란 사람들이 엄청난 재앙에 놀라고 당황할 때, 다국적 기업이나 통치 세력은 자신들이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을 더욱 강력하게 전개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재난 자본주의가 지금 어떻게 한국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너무나 명확하고 간결하게 보여준다. 이 상황에서 권력층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자신의 세력을 비호하거나 더 키우고 있는가.”

그는 해양경찰청을 해체하는 것에 못마땅해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는 꼴이다. 해양경찰청의 주요 임무를 생각해보면 이번 일로 모든 책임을 지우는 듯한 조치는 잘못이라는 것이다. 구조를 제대로 못한 것이 해양경찰청의 잘못이 아니며 그보다 불완전한 위기관리 시스템, 상황 판단의 실패 등 이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라는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인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에 주목하기를 바랐다. 그는 이렇게 반문하기도 했다.

“그럼 앞으로 우리의 일상은 안전해질 것인가?”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 사회 구성원 모두에 작동”

위험한 나라라는 징후는 세월호 참사 전에도 숱하게 나타났다. 그 사건·사고들이 세월호 참사로 거론되지 않을 뿐이다. 아니 이번 참사 같은 충격적인 사고가 있었는데도 한국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는 게 더 큰 충격을 안겨준다. 1993년 서해페리호 사고, 2003년 대구 지하철 사고 등을 통해 위험성을 눈치 채고 불안에 떨었을 뿐이다. 국가에 크게 항의하거나 요구하기보다 그것이 일상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 와중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위기관리센터 시스템은 없어졌으며, 한국은 일본보다 조선업에서 앞선 나라가 됐으면서도 그들이 쓰다 버린 중고 배를 사다가 타는 나라가 됐다. “배의 평균 연령이 늘어났다. 2013년 나온 연안여객 발전 방안 보고서에 보면 중국이 28년인데 조선 대국이라는 한국은 30년이다.”

우 박사가 <내릴 수 없는 배>를 통해 주장하는 것의 본질은, 바로 이 비극의 가장 큰 희생자인 다음 세대들에 대한 얘기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어린이날을 가진 나라다. 그만큼 ‘아이’라 해도 무시하지 않고 미래의 주체로 여기는 것이, 대한민국이 가진 가장 보편적인 건국이념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듯이 우리는 학생을 여객산업의 이익을 위해 ‘동원’하고 그들이 주체적인 판단과 행동을 가질 수 없도록 명령해왔다. 세월호 내에서 내려졌던 ‘가만히 있으라’라는 명령은 이제 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작동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주체들은 과연 어떤 주체들인가. 분명한 것은 명령에 잘 따르는 이들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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