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7시간’ 꺼지지 않는 의혹의 불씨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08.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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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해명에도 수그러들지 않아…야당 “대면 보고·대면 지시가 상식”

4월16일. 400여 명의 탑승객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한 그날, 청와대는 없었다. ‘미흡했던 초동 대처, 컨트롤타워 부재’ 등과 같은 문제는 지엽적인 것이 돼버렸다. 세월호 참사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박근혜 대통령의 소재가 참사 당일 무려 7시간가량이나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세월호 참사에 대해 보고했다는 인물도 없다. 당연히 대통령이 주재한 어떤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참사 발생 8시간여 후인 오후 5시가 넘어서였다.

지난 7월7일 열린 국회 운영위에서는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놓고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의혹을 부채질했다. 청와대가 언론 보도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인지한 시점은 오전 9시19분이다. 박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가 올라간 것은 10시다. 대형 참사가 터졌음에도 대면 보고가 아닌 서면 보고가 이뤄진 것이다.

7월7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내에 있는데 어떻게 서면으로 보고하나?”

강동원 새정치연합 의원 : (박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 있는데 어떻게 서류로, 서면으로 보고할 수 있어요? (이 때문에) ‘대통령께서 그날 출근을 늦게 했다’ 이런 세간의 의혹이 있고 그것이 지금 상당히 많이 유포되어 있어요. 이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부재중이었다, 사실은 이 골든타임 시간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 (출근 시간은) 저는 정확하게 모릅니다. 대통령께서는 항상 경내에 계시기 때문에 어디에 계시든지 간에 대통령 보고를…(할 수 있습니다).

첫 보고가 이뤄진 오전 10시쯤, 세월호는 거의 180도로 기운 상황이었다. 그나마 15분 후 구두 보고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면 보고가 아닌 유선 보고였다. 전화통화를 했다는 말인데, 이때까지도 박 대통령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김 실장 : 유선 보고를 할 때 어디서…그것은 잘 모릅니다.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 : 대면 보고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사령관이 이 어마어마한 참사에 대해서 대면 보고를 못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판하신 겁니다.

유선 보고가 이뤄진 후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지시가 하달된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15분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통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여객선 내 객실 등을 철저히 확인해 누락 원인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한 후 10시30분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이 시간 세월호는 이미 침몰한 상태였다. 이후 박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전혀 없다.

홍의락 새정치연합 의원 : (대통령이) 10시15분에 지시를 내리시고 오후 4시 몇 분에 만나뵙기까지 6시간 가까이 아무 지침도 안 내리셨다는 것이 참 의문스럽네요.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 :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그 상황이 발생한 이후부터 계속 상황실에 있으면서 보고를 했고, (박 대통령이) 지침을 또 나중에도….

가장 큰 의문점은 박 대통령에게 20여 차례에 달하는 보고가 계속됐지만, 단 한 번의 대면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모진이 실시간으로 보고를 올렸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뜻한다. 박 대통령도 당연히 진상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누구도 만나지 않고, 지시 역시 유선을 통해 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의원 :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는 이렇게 큰 사고가 났는데 대통령이 다급한 마음에라도 누군가를 불러서 직접 대면 보고를 받고 대면 지시를 하는 게 상식적인 것 아닌가요?

윤후덕 새정치연합 의원 :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냐 아니냐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최소한 아이들의 생명을 걱정하는 어른들이라면, 공직자들이라면 그 시간에 대통령을 모시고 비서실장, 안보실장, 수석들 다 모여서 그 상황에 대한 긴급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습니다.

김 실장 : 4시10분에 비서실장 주관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를 해야 될는지, 비서실장이 회의를 해야 될는지 하는 것은 우리(참모진)들이 판단해서 건의합니다. 대통령이 꼭 회의를 해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선으로 지시하면 충분히 그것이 전달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들이 회의해가지고 중대본부에 가자고 건의하고 총리를 현장에 보내자고 건의했습니다.

김 실장 “그날 청와대에서 대통령 뵌 일 없다”

김 실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가적 참사를 맞아 강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참모진들의 ‘지시’를 받은 셈이 된다. 야당 측에서는 이러한 정황들을 이유로,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청와대에 머무르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국회 출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실장 : 청와대에서는 그날(4월16일) 뵌 일이 없고…오후(5시15분쯤)에 중앙대책본부에 갈 때 제가 수행했습니다.

윤후덕 의원 : 제가 청와대에 한 4년 정도, 3년 반 정도 근무했는데 제가 근무했던 상식·경험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날은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계시지를 않았다는 겁니다. 업무를 안 보신 거지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을 하루 종일, 4시까지 뵙지를 못했다면 비서실장께서 측근도 아니고 실세도 아닙니다.

일본 보수 언론 산케이신문은 8월3일자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나’라는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사생활을 운운하며, 측근을 거론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산케이신문 보도에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고, 같은 날 시민단체인 자유수호청년단과 사단법인 영토지킴이 독도사랑회가 가토 지국장을 고발했다. 가토 지국장은 8월18일 한국 검찰에 출두한다.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이 한·일 외교분쟁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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