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대통령 일상 교활하게 파고든 산케이
  • 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4.08.2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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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 이유로 쉬쉬하다 스캔들성 루머로 비화

‘대통령이 숨겨놓은 여인 A를 만나기 위해 대통령 관저를 몰래 빠져나온다.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고 스쿠터를 탔다. 이 모습을 보도로 알게 된 퍼스트레이디 B가 펄쩍 뛴다. B는 대통령과 7년 동안 동거했다. 대통령은 본래 C여인과 30년 가까이 동거하면서 2남2녀를 뒀는데 잡지사 기자였던 B와 눈이 맞는 바람에 C와 갈라섰다. 그래서 B가 대통령 관저 안방마님 노릇을 했는데, 대통령이 영화배우 A와 딴살림을 차린 것이다. A와의 관계가 들통 나고 언론이 “누가 진짜 퍼스트레이디냐”고 묻자 대통령은 7년간 동거해온 B를 내보내기로 한다.’

이 3류 연애소설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다. 대통령 관저는 엘리제궁. A는 쥘리 가예, B는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 C는 세골렌 루아얄 에너지장관(2006년 사회당 대통령 후보)이다.

청와대 본관에서 차로 3~4분 거리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 ⓒ 뉴스뱅크 이미지
청와대도 이제 ‘무조건 감추기’ 버려야

역대 우리 대통령들도 그런 대로 춘사(春事)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프랑스식’은 언감생심이다. 성(性)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너그러운 듯싶지만 실제는 가혹하다. 특히 정치 지도자에게는 엄격하다. 재벌들의 취첩은 ‘일탈’ 정도로 봐 넘기지만, 정치 지도자는 다르다. 알려지는 순간 대통령을 그만둬야 할 정도로 국민 정서는 엄격하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권부는 쉬쉬하게 마련이었고, 권좌에서 내려온 뒤에야 끝자락 일단이나마 확인됐다. 김영삼 대통령의 혼외 아들, 김대중 대통령의 혼외 딸 등을 둘러싼 법정 소송은 단적인 예다.

역대 대통령들의 여성 관련 ‘풍문’은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 전에는 ‘흠집 내기’라는 비판에 수그러들었고,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권력의 서슬에 눌려 그냥 지나쳤다. 왕조 시대의 군왕처럼 행세한 전두환 대통령이나 노태우 대통령 때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청와대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일체의 언급을 차단했고, 일반 시민들은 궁정동 안가에서의 ‘큰 파티’ 도중 피격된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를 떠올리면서 실체적 진실과 상관없이 ‘카더라’를 기정사실로 치부했다. 대통령의 밀회를 간파한 영부인의 분개에서 시작된 한 여배우의 납치극이나, 대통령의 여직원 임신 소동이 뒤늦게 사실로 확인되는 등의 사례는 이런 경향을 부추겼다.

요즘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벌이는 치열한 공방 가운데,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동선을 밝혀야 한다는 논란이 뜨겁다. 이런 틈새를 일본의 극우 신문 ‘산케이’가 비집고 들었다. 산케이는 마치 대통령이 모처에서 전 비서실장 정 아무개씨를 만나느라 세월호 사건을 늦게 대면 보고받은 것처럼 몰아갔다. 정씨가 최근 이혼했다며 마치 무슨 스캔들이나 있는 듯이 간특한 수법으로 독자들을 오도했다.

그러나 이런 산케이의 행태에 분노하는 것과 별개로 청와대도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반 국민들이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오후 6시 퇴청 후 숙소로 돌아간다는 것 정도다. 미처 읽지 못한 보고서를 검토하다가 해당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는 등이 전부다. 예전 대통령들처럼 여야 지도자, 각 분야 전문가, 지인 등을 안가로 초청해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청취한다는 전언도 없다.

가뜩이나 궁금한 대통령의 일상인데, 간만에 스캔들성 소문이 그럴듯하게 포장돼 떠도니 점잖은 이들조차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관음증쯤으로 치부할 게 아니다. 소통하는 대통령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더 가깝게 다가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도 숙고해야 한다는 지적을 경청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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