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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한 편의 허무한 코미디 ‘낙하산 감사 납시오’

안성모 기자·손가영 인턴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4.08.20(Wed) 1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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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낙감’(낙하산 감사)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미국에서 활동해온 방송인 자니 윤씨가 최근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경영 정상화를 강조해온 박근혜정부가 경영 감시를 해야 할 감사를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뽑는 건지부터 헷갈린다. 감사로서의 전문성은 차치하더라도 관련 경력조차 찾을 수 없는 인사를 감사 자리에 앉혀놓고 경영이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시사저널은 윤씨의 감사 임명 과정과 이를 계기로 공공기관의 낙감 실태를 살펴봤다.


재미동포 코미디언 자니 윤씨(78·한국명 윤종승)가 한국관광공사(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보은 인사의 끝판왕’ ‘코미디 인사의 절정’ 등 조롱 섞인 비난이 거세다. ‘감사(感謝)’ 하니까 ‘감사(監事)’ 자리 내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그동안 윤 감사는 주로 미국에서 방송인으로 살았다. 1989년 귀국해 1992년까지 KBS <자니 윤 쇼>와 SBS <자니 윤 이야기쇼>를 진행한 게 국내 경력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해 현재 이중 국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일러스트 박기종
그런 그가 한국 관광산업을 이끄는 공기업의 감사 자리에 오른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 감사는 미국 LA에 거주하면서 박근혜 후보 경선 캠프 재외국민본부장에 이어 대선 캠프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윤 감사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공사 노조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공공기관 감사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윤 감사는 앞으로 2년 임기 동안 고액의 연봉에 차량과 운전기사까지 지원받는다. 공사에서 책정한 올해 감사 연봉은 8300여 만원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공사는 지난 5년 동안 2011년을 제외하고 매년 감사에게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4000만원  이상을 지급해왔다. 지난해 감사가 받아간 연봉은 기본급 8300여 만원에 성과급 4800여 만원이 더해져 1억3100만원이 넘는다. 여기다가 매달 200만원 정도의 판공비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니 윤, 장관 경질된 후 감사에 임명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국민에게는 황당한 소식으로 들렸겠지만, 윤 감사에 대한 ‘보은 인사’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감사는 당초 공사의 차기 사장 물망에 올랐다. 이참 전 사장의 공식 임기가 두 달여 남았던 지난해 6월 초부터 후임 사장 인선을 놓고 ‘자니 윤 내정설’이 나돌았다. 이 전 사장은 지난해 11월 중순 청와대의 내사를 받던 도중 사퇴했다. 공석이 된 사장 자리에 윤 감사가 앉을 것이라는 소문이 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올해 4월 변추석 사장이 취임했고, 그로부터 넉 달 뒤 윤 감사가 임명된 것이다.

그런데 시사저널 취재 결과 감사 임명 과정에서부터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여러 군데 확인됐다. 공사 홈페이지에 감사 공개 모집 공고가 올라온 게 4월28일이었다. 지원서·자기소개서·직무수행계획서 등 서류 제출 기간은 이날부터 5월12일까지였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인사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5월 중에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공사 관계자는 세월호 추모 분위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측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주가 되기도 전에 감사를 뽑겠다고 공고까지 내놓고는 한 달 반이 지나도록 회의조차 안 열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거취와 연관 짓는 해석이 나온다. 유 전 장관은 7월17일 면직 처리됐다. 당초 정성근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유 전 장관은 유임되거나 당분간 장관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후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이 면직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여러 가지 뒷말이 나왔다. 세월호 참사 직후 국무회의에서 ‘내각 일괄 사퇴’ 발언을 한 게 괘씸죄에 걸렸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세월호 정국에서 정부 입장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유 전 장관이 산하 기관 인사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게 경질의 원인 중 하나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여기서 인사 문제가 거론된 산하 기관이 바로 한국관광공사라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이 윤 감사의 공사행을 계속 반대하다가 결국 면직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 자니 윤씨가 한국관광공사 감사에 임명됐다. 사진은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윤씨가 2012년 12월20일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악수하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임원추천위, 자니 윤에게 평가 점수 ‘몰아주기’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 결과는 일방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정식 새정치연합 의원이 공사가 제출한 ‘한국관광공사 감사 임원추천위원회 심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원추천위원회는 1차 서류 심사에서 7명의 위원 중 6명이 윤 감사에게 9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몰아줬다. 한 위원의 경우 윤 감사에게는 만점에 가까운 99점을 주고 나머지 28명의 응시자에게는 평균 42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윤 감사는 평균 93.85점, 가장 높은 점수로 서류 심사를 통과했다. 2차 면접 심사에서도 94.2점을 받았다. 응시자 6명 가운데 90점 이상은 그가 유일했다.

임원추천위원들이 자필로 작성한 심사 평가를 두고도 부실 평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차 서류 심사에서 4개 항목에 각각 점수를 매겨 평가한 위원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6명의 위원은 합계 점수만 기재했다. 2차 면접 심사에서도 5개 항목에 각각 점수를 매겨 평가한 위원은 한 명뿐이었다. 윤 감사를 사실상 내정해 놓고 형식적으로 심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법한 대목이다.

공사는 감사 공모를 하면서 자격 조건으로 감사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 청렴성·준법성·책임감 등 투철한 직업윤리 의식, 경영·경제 및 관광산업에 대한 학식과 경험 등을 내세웠다. 이러한 자격 조건을 고려할 때 어떻게 윤 감사가 29명의 응모자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임원추천위원회의 구성을 들여다보면 ‘윤 감사 밀어주기’ 심사 결과가 나온 배경을 짐작할 만하다. 7명의 위원 가운데 외부 인사는 2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5명은 공사의 비상임이사들이다. 이 중에서 4명의 비상임이사는 올해 4월7일 임명됐다. 다른 한 명의 비상임이사는 2012년 11월30일 임명된 이애주 전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그해 4월11일 치러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당시 공추위원 중 당내 인사는 3명이었는데, ‘친박 핵심’으로 불린 권영세 사무총장(현 주중 대사)과 현기환 전 의원, 그리고 이 전 의원이었다.

조정식 의원은 “감사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자니 윤씨가 1000억원 이상 적자를 내고 있는 관광공사 감사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박근혜정부는 자니 윤씨 감사 선임을 즉각 철회하고 외부 인사가 절반 이상 참여한 임추위를 구성해 감사 선임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는 올해 정부기관 평가에서 최저 등급의 한 단계 위인 D등급의 낙제점을 받았다.

세월호 추모 분위기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을 때도 공공기관의 감사 인사가 단행됐다. 6월10일 공석이던 중소기업진흥공단(공단)의 상임감사로 이영애 전 새누리당 의원이 낙점된 것이다. 이 감사는 2011년 9월 김금래 의원이 여성가족부장관에 임명된 후 비례대표를 승계해 금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이듬해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했고, 이에 항의하다 실신까지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감사는 육군 대장 출신의 김근태 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2013년 4월23일 치러진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에 도전했다가 또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당시 공천은 현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가 받았다. 이번 공단 감사 인선을 두고 여권의 ‘배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공단 노조는 출근 저지에 나서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감사를 전형적인 ‘낙감(낙하산 감사)’으로 규정하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우선 한 해 3조원 이상 중소기업 정책 자금을 취급하는 기관에서 관련 업무 경력이 전무한 인사를 감사로 임명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이 감사가 발령 전부터 자금 지원과 관련해 무리한 청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 감사가 고향인 충남 부여 지역 업체 관계자들을 데리고 공단을 찾아와 자금 지원 청탁을 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공단 노조가 제시한 대화록에 따르면, 6월11일 오전 감사실을 찾은 노조 관계자가 청탁 의혹을 제기하자 이 감사는 “고향 분들이 축산업과 관계된 일들을 하고 싶어 한다”며 “좋은 기관이 있으니 이용해보라고 권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당사자들은 그것을 청탁이라고 느낀다’고 하자 이 감사는 “그럴 수도…”라며 말끝을 흐렸다고 한다. 공단 노조는 “청탁을 막아야 할 감사가 청탁을 하고 다니는 현상을 머지않아 볼 것 같다”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영애 전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중소기업진흥공단 감사에 임명됐다. 사진은 이 감사가 의원 시절이던 2011년 11월23일 충남 청양군수를 면담하는 모습. ⓒ 뉴시스
잠시 욕먹어도 눌러앉으면 그만

공단의 감사 경쟁 역시 치열했다고 한다. 몇 가지 이유가 거론되는데 그중 하나가 감사의 처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공단이 금융형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감사의 보수가 이전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고 한다. 실제 2012년 9500여 만원이던 기본급은 올해 1억4700여 만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여기에 지난해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3600여 만원이 지급된 것을 감안하면 2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인사를 포함해 13명이 감사 공모에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사 자신도 공단 노조가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유난히도 경쟁이 심했다”며 “잘 뚫고 절차를 밟아서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출신의 정치인인 이 감사가 다른 응모자들을 제치고 공단 감사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근거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박근혜정부의 새 경제팀이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 방향을 확정해 발표했다. 벌써부터 장밋빛 전망이 넘쳐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정상화의 열매가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사 행태를 봤을 때 과연 최 부총리의 기대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공기관은 그동안 방만한 경영이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다. 박근혜정부가 공공기관 경영 정상화를 강조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만큼 경영 감시를 맡고 있는 감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공공기관 감사는 여전히 ‘낙하산의 꽃’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전문성이 없어도 권력의 줄만 잘 타면 앉을 수 있는 자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낙감’에 대한 반발이 임명 이후 한두 달 정도 지나면 수그러든다는 점이 잘못된 관행을 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기관장보다 감사 인사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게 사실이다. 처음에는 반발 여론이 거세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기 일쑤다. 해당 감사로서는 잠시 욕을 먹더라도 참고 눌러앉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노조도 별반 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여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니 윤 감사 임명에 반대했던 공사 노조의 핵심 인사는 “낙하산 이슈가 계속되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최대한 빨리 감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영애 감사의 임명에 반발해 출근 저지까지 했던 공단 노조도 “1년 후 중간평가를 받는 것으로 정리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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