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국가원수보다 일반인 만나는 걸 중요하게 여겨”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08.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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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전문 기자 토르니엘리 인터뷰

교황은 어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을까. 일반인처럼 휴가는 갈까.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궁금증은 무궁무진하다. 시사저널은 그를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온 안드레아 토르니엘리(Andrea Tornielli·50) 기자를 만나 답을 들었다. 이번 교황 방한 때 교황을 수행한 이탈리아 일간지 ‘라 스탐파’ 기자인 그는 교황청 전문가로 유명하다. 약 17년 동안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교황 등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교황 측근이기도 하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10년 전부터 아는 사이다. 지난해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될 것으로 직감했고, 그 후 펴낸 책(<따뜻한 리더, 교황 프란치스코>)은 29개국에서 번역·출간됐다.

8월14일 저녁 롯데호텔에서 의 저자 안드레아 토르니엘리 기자를 만나 교황과의 에피소드를 비롯해 교황 방한의 의미 등에 대해 물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언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았고,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만났나.

10년 전부터 인터뷰하고 식사하면서 친해졌다. 몇 번 만났는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교황이 되기 전에 그는 로마에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왔는데 그때마다 만났다. 서로 책을 낼 때 번역 일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했다.

몇 년 동안 바티칸을 출입했나.

기자로서 첫 기사를 1992년 썼고, 1997년부터 교황·바티칸에 대해 취재했다.

교황 선거 전에 프란치스코의 당선을 점쳤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지난해 선거를 위해 모인 추기경들은 교회의 큰 변화를 갈망하고 있었다. 추기경 시절 인터뷰한 내용과 일기에 적어둔 메모, 그리고 교황청의 외교적 관계 등을 고려해보니 그가 그 갈망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교황으로 선출될 것으로 확신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해 펴낸 책이 한국에서도 출간됐는데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한국어를 전혀 모르지만 한국에 와서 직접 한국판을 보니 기분이 남다르다. 이 책에서 사제·주교·추기경·교황으로서의 인간 베르고글리오가 누구인지 말하고 싶었다. 교황이 된 후에도 그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12억 가톨릭 신자들을 대표하는 교황의 말 한마디는 도덕적 권력이다. 그러나 그의 검소한 생활과 일반인을 가까이하려는 인간애는 전과 변함이 없다.

그 책을 교황도 읽었나.

교황에게 전달했지만 읽었는지는 모르겠다(웃음).

서울문화사가 간행한 .
이전 교황에 대한 책도 출간했나.

너무 많아서 몇 권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직접 만난 교황뿐만 아니라 과거의 교황에 대해서도 책을 썼다. 그러면서 교황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과 무신론자에게 교황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른 종교 신자나 무신론자도 교황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교황의 핵심 메시지는 종교적 믿음뿐만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역설하기 때문이다. 나라와 문화가 달라도 인간의 가치는 동등하게 중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노인·아이·빈민층에 주목하는 이유는 종교가 아니라 인간 자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신념에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이전 교황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교황이 된 후 그는 자신이 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황은 군주와 같은 지위와 권위를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교황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분 명하다. 또 일반 사람들 만나기를 무척 좋아한다. 매주 수요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반인을 만나는데, 되도록 오랜 시간 머무르기를 원한다. 다른 국가원수의 서신에 답장하는 것에 비하면 시간 낭비일 것도 같은데 그는 일반인을 만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여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과가 궁금하다.  

새벽 4시나 4시 반에 일어나 7시까지 기도·묵상하고 아침에 집전하는 미사를 준비한다. 아침 미사는 바티칸 방송이 중계하므로 교황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미사를 마치면 8시쯤 산타 마르타의 집(성직자들의 공동 숙소)에서 여러 사람과 식사한다. 그 후 아침 일정을 시작하는데 추기경·방문객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만난다. 매주 수요일에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반인들을 만난다. 오후 1시에 점심을 먹는다. 그 후에는 고향인 아르헨티나에서의 습관대로 약 40분간 시에스타(낮잠)를 즐긴다. 그 후 각국에서 온 서한에 답장을 작성하고, 필요한 곳에 전화하고 로마 시민을 만나기도 한다. 저녁식사 후에는 주로 기도 시간을 갖고 오후 10시쯤 잠자리에 든다.

교황은 일반인처럼 휴가를 보내는가.

주교·추기경 시절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휴가를 가지 않는다. 지금까지 길어야 2~3일 정도 휴가를 간 적은 있어도 일반인처럼 긴 휴가를 즐긴 적은 없다. 교황이 된 후로는 더욱 그래서 어디를 가더라도 당일 여행으로 그친다. 7월 어느 날 교황에게 휴가라는 게 있었는데, 아침 미사·추기경 면담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한국 관련 서적을 읽으며 공부하고, 문서 작업을 하고, 지인을 만난 것이었다.

음악 감상이 취미인데 영화도 즐기는가.

그는 음악과 영화를 좋아한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2008년 즈음에 아르헨티나에서 덴마크 영화 <바베트의 만찬>을 본 적이 있다. 지난해 중동 성지 순례 전에 나는 바오로 1세가 1964년 1월 그곳을 방문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그가 그 영화를 봤는지는 모르겠다.

인터넷·스마트폰·게임 등을 하는가.

그는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른다. 휴대전화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고 게임도 하지 않는다. 농담이겠지만 그는 TV 리모컨만 겨우 조작할 수 있다는데, 그것도 켜고 끄는 정도만 안다고 했다.

술과 담배는 즐기나.

담배는 전혀 피우지 않고 술은 아주 조금 마시는 것 같다. 그는 일반인에게 친절하고 부드럽지만 자신에게는 사제로서 엄격한 잣대를 대는 스타일이다.

18세 때 폐렴으로 폐 수술까지 받았는데 현재 건강에 문제는 없나.

1951년 폐 일부를 도려내는 수술로 현재 숨이 쉽게 차기는 하지만 77세 나이에 비하면 건강한 편이다.

특별히 먹는 약은 없나.

그건 잘 모르겠다. 

북한이나 한반도 통일에 대해 말한 적이 있나.

들어본 적 없다. 다만 그가 남북한의 화해를 바란다는 점은 확실하다.

교황이 불교나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에 대한 갖는 시각은 어떤가.

아르헨티나에서 성직자 생활을 할 때부터 그는 유대인 사회와 이슬람 친구들과 관계를 맺었다. 그곳에 불교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신념을 볼 때 불교도와도 친분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신념은 평화이고 거기에는 타 종교와의 평화도 포함한다.


안드레아 토르니엘리 기자는… 


196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안드레아 토르니엘리 기자는 파도바(padova) 대학에서 그리스어 역사 학사학위(1987년)를 받았다. 1992년 주·월간지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1997년부터 일간지 ‘일지오날레(il gionale)’, 2011년부터는 현재 신문사인 일간지 ‘라 스탐파’의 교황청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와 교황에 대해 50여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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