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 “국민 기대 큰데, 상황이 쉽지 않아 어깨 무겁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9.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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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향력 조사에서 급부상한 김무성 대표 동행 인터뷰

“아이고, 이게 누구예요. 정말 미남이시네. 데이트 한번 하면 안 돼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일행이 8월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60대로 보이는 한 여성 상인이 김 대표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김 대표의 손을 꽉 잡은 이 상인은 “정말 멋지다. 으샤으샤”를 연발하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30년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 문 아무개씨(64·여)도 “언론을 통해 김 대표를 지켜봤는데 심지가 굳은 정치인 같아 늘 호감을 갖고 있었다”며 “지금대로라면 앞으로 더 큰일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김무성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가신 그룹인 상도동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5선 의원을 지낸 관록의 정치인이다. 오랫동안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도, 그는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나, 특정 계파의 좌장 정도로 여겨졌다. 전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전국구 정치인’의 이미지는 약했다. 지난 7·14 전당대회는 그의 정치 인생에 일대 전환점이 됐다. ‘친박’을 대표한 서청원 의원을 누르면서 그는 일약 집권 여당 대표로 등극했고, 여권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8월29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해 추석 수산물 수급과 물가를 점검한 후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이 1989년 창간 이후 매년 실시하고 있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조사에서도 급상승한 김 대표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그는 올해 조사에서 ‘차기 대권후보로 잠재력 있는 정치인’ 공동 1위(지목률 18.1%)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름을 나란히 했다. 또 전체 영향력 조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78.1%)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2.2%)에 이어 3위(지목률 12.1%)에 올랐다. 지난해 21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변화된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결과다.

전체 영향력 조사에서 1, 2위를 차지한 인물은 현직 대통령과 국내 최대 재벌 삼성그룹 총수다. 이를 감안하면, 자리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김무성의 힘’을 전문가들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애초 김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기 전 우려도 컸다. 친박계의 조직적인 반발로 인해 당내 계파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재 실세 당 대표로서 장악력을 과시하고 있다.

“세월호 정국 난맥 풀 수 있는 인물” 평가

김 대표는 8월26일 폭우 피해를 당한 부산 기장군 등 수해 지역을 이틀 동안 방문한 데 이어 29일에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을 만나고, 오후에는 경기 의왕에서 열린 농산물장터를 방문하는 등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세월호 정국으로 여야의 대치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생 현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대표의 민생 현장 방문에선 과거 여당 대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무게감이 느껴진다. 부산 수해 지역 방문 당시 지역구 의원인 하태경 의원과 서병수 부산시장이 동행한 것 외에도 정종섭 안전행정부장관이 함께했다. 8월29일 노량진수산시장 방문 때는 이인제·김을동 최고위원과 주호영 정책위의장,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 등 여당 의원 10명을 비롯해 김영석 해양수산부 차관이 보좌했다. 같은 날 오후 경기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 운동장에서 열린 ‘추석맞이 우리 농축수산물 페어’에는 홍문표 국회 예산결산위원장 등 농림수산위 소속 국회의원 6명과 여준홍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수행하면서 민생 현장 탐방에 힘이 실렸다.

김무성 대표는 자신을 향한 ‘실세 당 대표’ ‘차기 대권 후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여전히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차기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는 내 이름을 빼달라”고 할 정도로 대권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이고 있다.

8월29일 민생 현장 탐방을 동행한 기자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조심스럽게 속내를 비쳤다. 시사저널의 전체 영향력 순위에서 3위에 오른 결과에 대해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 정국 해법과 관련해서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시사저널의 올해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체 영향력 조사에서 박 대통령과 이건희 회장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사실상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라는 이야기인데, 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내가 (결과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는 어려운데…. 결국 국민들의 (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뜻인데, 막상 상황은 쉽지 않으니 어깨가 무겁다.”

수해를 입은 부산 방문에 이어 오늘도 노량진수산시장 등 민생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세월호 정국을 풀어야 하는 게 먼저 아닌가.

“정치는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미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정치가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해답이 나오지 않았나. 국회에서 민생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먹고살기 어렵다고 국민들의 걱정이 큰데 민생 법안을 빨리 처리하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당 내 일각에서도 ‘여당 양보론’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여당이 ‘통 큰 양보’로 세월호 정국을 풀어야 하지 않나.

“(여당 양보론은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다. 아무리 해도 해답을 찾을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여당이) 매번 양보하다 보면 국민 모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급부상한 데는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다져진 ‘소신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한몫을 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위상을 한껏 높였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계속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마이웨이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여당 내 비박(非朴) 진영에서는 세월호 정국 해법과 관련해 ‘더 이상 양보는 어렵다’는 김 대표와 다른 입장을 드러내는 움직임이 있기도 하다. 김 대표는 비박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전당대회에서 승리했다. 둘 사이는 가깝다. 지금 난맥처럼 얽힌 세월호 정국에서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인물은 김 대표밖에 없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 대표에게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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