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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값 오를 텐데 큰손들이 담배 풀겠어?”

한 달 만에 다시 간 면세담배 불법 유통 현장 정부 가격 인상 발표 여파로 갑당 200원 올라

김지영·조해수·엄민우 기자 ㅣ abc@sisapress.com | 승인 2014.10.02(Thu) 17: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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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1일 정부가 ‘담배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현재 2500원인 국산 담배를 내년 1월부터 4500원으로 2000원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시사저널은 한 달 전인 지난 8월 말 면세담배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현장을 르포 기사로 보도했다(9월2일자). 취재 과정에서 ‘미군부대→남대문시장(도매)→풍물시장(소매)→소비자’로 이어지는 면세담배 불법 유통 경로를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전격 발표된 정부의 담뱃값 인상 선언으로 면세담배 블랙마켓이 더 커지진 않았을까. 시사저널 취재진은 밀거래되는 면세담배 유통 현장을 다시 찾아갔다.

한 달여 만에 다시 찾은 풍물시장과 남대문시장에서는 여전히 손쉽게 면세담배를 구매할 수 있었다. 한 갑 단위가 아닌 한 보루 단위로 팔리는 것, 구입한 면세담배를 반드시 시커먼 비닐봉지에 싸주는 판매 수법도 같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바뀐 점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가격이다. 불법 유통되는 면세담배 가격이 올랐다. 한 보루당 2만원에서 2만2000원, 한 달여 만에 정확히 2000원 올랐다. 담배 가격을 올리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후 불과 2주 만이다. 하지만 담배 가격이 4500원으로 오르는 내년 1월까지 면세담배 블랙마켓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9월25일 면세담배를 불법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풍물시장(왼쪽)과 남대문시장.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 여파로 이곳에서 거래되는 면세담배 가격도 올라 있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면세담배가 안 풀려, 사재기라도 해야 하나”

9월25일 풍물시장. 기자는 한 달 전에 면세담배를 샀던 그 가게에 갔다. 매대 위에 올라와 있는 각종 비타민류도 전과 다를 게 없었다. 담배를 판다는 간판은 여전히 없었다. 상인도 그대로였다. 흰 러닝셔츠에 긴 면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린, 60대쯤으로 보이는 그는 의자에 몸을 반쯤 누인 채 매대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는 낯선 기자에 대한 어떤 경계심도 보이지 않았다. 기자가 상인의 지시에 따라 직접 매대 아래에 있는 서랍장을 열었다. 까만 비닐봉지에 상자 두 개가 꽁꽁 싸매져 있었다. 기자가 비닐봉지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에쎄 등 국산 담배가 가득했다. 한 상자당 50보루이니 상인은 총 1000갑의 면세 담배를 갖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한 달 전처럼 2만원을 지갑에서 꺼냈다. “2만2000원!” 상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추석 전에 2만원에 샀는데요”라는 기자의 반박에 “요새 물량이 없어. 나도 지금 남대문에서 (한 갑당) 500원 더 주고 사정해서 겨우 요만큼(2박스) 쟁여놓은 거야.” “물량이 왜 없는데요? 단속 나왔어요?” 기자는 되물었다. 시사저널이 ‘미군부대에서 면세담배 수백억 원대 불법 유출’을 보도한 게 한 달 전쯤이니 그 사이 단속이 강화됐을 법도 했다. 그러나 예상 외의 답변이 되돌아왔다.

 “아니. 단속은 무슨…담뱃값 오르잖아. 그거 발표 나자마자 남대문에서도 (면세담배가) 안 풀려. (지금보다 가격이) 엄청 오른다고 봐야지. 나도 사재기를 해야 하나….” 기자는 두 박스 중 한 박스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지금 현금이 없으니 내일 다시 사러 오겠다고 했다. 그러자 상인은 “에이. 내일까지 남아 있겠어? 금방 다 팔려. (상자 안에서) 한 보루만 뜯어서 가져와.” 기자가 담배를 상인에게 가져가자 상인은 담배를 이전과 마찬가지로 까만 봉투에 담아서 건네줬다.

“물량이 없다”는 상인의 말을 확인하러 같은 날 남대문시장으로 향했다. 폭이 1m도 안 되는 비좁은 통로에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과 오후 7시 마감을 앞두고 마지막 피치를 올리려는 상인들로 남대문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달 전쯤에 갔던 상가를 되찾았다. 외관상으로는 수입 과자를 취급하는 상가였다. “담배 많이 사려고요.” 기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은 없어”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한 달 전쯤 기자가 면세담배를 대량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을 땐 직접 구매업자를 소개해주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면세담배, 불과 한 달 새 ‘귀한 몸’ 돼

“저번에는 한 박스까지 살 수 있다고 했는데요.” 기자가 되묻자 “요즘엔 물건이 아예 안 나와. 큰손들이 지금 (면세담배를) 풀겠어? 내년에 가격 오르면 (한 갑당) 3000원에 팔아도 되는데…. 많이 사려면 저기 ㅇ상가로 가봐”라고 상인은 말했다. 상인이 알려준 곳으로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물건이 없다”는 말을 다시 들어야 했다. “언제쯤 풀릴까요?”라는 질문에 “기약 없지. 담뱃값 올리잖아. (1월 전엔) 더 구하기 힘들어지지 않겠어?”라고 상인은 답했다.

풍물시장에서도 남대문에서도 면세담배는 불과 한 달 새 더 ‘귀한 몸’이 돼 있었다. 취재팀이 만난 상인들은 모두 경찰의 단속보다 면세담배 물량이 없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눈치였다.

단속이 전혀 없었던 것일까. 풍물시장을 관할하는 동대문 경찰서 측은 “풍물시장에서 면세담배가 불법적으로 팔리는지는 금시초문이다”고 발뺌하며 담당자를 연결해줬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지난 25, 26일 양일간 수차례 불법 담배 유통 단속을 담당하는 동대문 경찰서 지능팀 곽철섭 팀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곽 팀장은 사무실 유선전화뿐 아니라 개인 핸드폰으로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기자의 신분을 밝히자 휴대전화 전원을 꺼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력하게 외쳤고, 인천지검이 미군부대에서 면세담배가 유출된 것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게 한 달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정작 면세담배가 불법 유통되는 중심지에서 지하경제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엄포로, 법의 엄정함은 무력으로 그치고 있었다.

담뱃값이 올랐다고 더 비싼 값에 면세담배를 파는 풍물시장 상인이나 면세담배 물량이 대대적으로 풀리기만을 고대하는 남대문 상인은 탈세에 사재기를 일삼는 셰익스피어의 소설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을 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속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들만을 탓할 수도 없지 않을까. 담뱃값이 오르는 내년 1월1일 더 많은 베니스 상인이 나올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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