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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아이가 천식도 잘 걸린다

미국 연구진, 비만과 상관관계 규명… 과일·채소 식습관 가져야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4.10.02(Thu) 17: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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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부는 요즘은 천식 환자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때다. 환절기 천식은 보통 비염과 함께 나타난다. 비염이나 천식은 알레르기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식 요인에 비만이 하나 더 추가돼 천식과 비만의 밀접한 상관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뚱뚱한 어린이일수록 천식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돼 화제다. 왜 비만 어린이가 천식에 걸릴 확률이 높은 걸까.

비만 관여하는 호르몬, 천식에도 영향

천식은 만성적인 기관지 염증 질환이다. 기관지의 알레르기 반응에 의해 발생한다. 알레르기 반응은 ‘비만세포’에서 분비되는 히스타민이나 염증성 사이토카인 같은 물질로 인해 생긴다. 공기가 들고나는 길인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면서 기관지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고 점막이 부어올라 기관지가 좁아지는 탓에 숨이 차오른다. 대개 잦은 기침과 함께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며 간혹 호흡곤란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합뉴스
천식에 걸린 사람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작은 자극에도 기도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쉽게 기관지가 좁아지는 ‘기관지 과민성’이 특징이다. 비만인 사람은 더하다. 살이 찌면 숨을 쉴 때 가슴 부위의 팽창과 수축이 적다. 따라서 모세 기관지염이나 기관지 천식 등이 잘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비만 어린이일수록 천식과 숨을 헐떡거리는 증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메스제너럴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밝혔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의학계에서 진행된 28개의 어린이 천식 관련 연구를 분석해 어린이 비만과 천식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비만과 천식 사이에 관련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는 많았지만 어린이의 천식과 비만의 밀접한 관계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 어린이는 보통 어린이보다 6% 정도 천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후 1년부터 4년 동안 체질량지수(BMI)가 급격하게 증가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6세까지 천식이 발생할 위험성이 컸다. 또 지방이 많을수록, 비만 상태가 오래갈수록 폐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결과도 얻었다. 이 연구는 ‘알레르기 천식, 면역학 연보’(Annals of Allergy, Asthma and Immunology) 9월호에 소개됐다.

그렇다면 비만인 아이들이 천식에 걸리게 되는 주원인은 무엇일까. 호르몬 때문이라는 가설이 떠오르고 있다. 비만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천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식은 기관지가 쉽게 수축하는 특성이 있다. “천식 환자가 뚱뚱할수록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인 렙틴과 아디포넥틴이 기관지 수축을 일으키는 류코트리엔이라는 물질 분비 증가와 연관성이 있으며 운동을 할 때 기관지 수축이 심했다”는 게 백혜성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설명이다.

비만과 천식은 악순환의 관계다. 미쉘 포그스 미국 알레르기 천식 및 면역학회 회장에 따르면, 비만으로 생긴 천식 때문에 호흡이 불편해진 아이들은 운동을 힘들어해 운동 능력이 떨어지고, 운동량 감소가 결국 비만으로 이어지게 돼 다시 천식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비만과 천식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좀 더 쉽게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어린이 천식은 성장과 지능 발달에 영향을 미치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천식을 치료하려면 비만 치료도 병행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국내 천식 환자들의 경우, 비만을 치료하면서 천식도 호전된 사례가 많다.

소아 비만은 아기의 수면 부족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의 아비 피셔 건강 및 행동연구센터 교수팀은 영국의 아기 1303명을 대상으로 생후 16개월 당시의 수면 시간과 5개월 후인 21개월 당시의 섭취량 및 식단을 조사했다. 그 결과 1일 수면 시간이 10시간이 되지 않는 아기는 13시간이 넘는 아기들에 비해 105㎉ 이상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의 수면 장애가 1일 평균 섭취량을 982㎉에서 1087㎉로 약 10% 이상 증가시킨 셈이다. 다시 말해 짧게 자는 아기들은 더 많이 먹기 때문에 소아 비만이 될 수 있다. 수면 패턴이 아기들의 식욕 호르몬 조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이를 둔 부모라면 이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 같다.

비만 어린이는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지 않고 기름기가 많은 고소하고 단 음식을 즐긴다. 한번 형성된 식습관은 바꾸기 힘들다. 식습관 형성은 대부분 영아기에 완성되므로 첫돌이 되기 전부터 과일·채소를 맛보는 경험을 늘려줘야 한다.

지방세포 크기 변화로 살찌거나 빠져

소아 비만이 있으면 탄탄한 체격을 갖기 힘들다. ‘어릴 때 살은 키로 간다’는 말이 있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소아 비만은 인체 내 지방세포를 늘리는데, 지방세포는 한번 증가하면 다시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비만인 사람이 청소년이 되어서도 고도 비만일 경우 천식에 걸릴 확률은 1.37배까지 높아진다.

살이 찌고 빠지는 것은 지방세포들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줄었다 하는 크기의 변화다. 지방이 세포에서 빠져나왔기에 지방세포의 크기가 작아져 몸무게가 준 것이다. 지방세포 하나하나가 크면 뚱뚱하고, 작으면 마르게 된다. 이때 수분도 빠져나온다. 지방 조직은 5~10% 정도의 수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방이나 수분이 다시 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체중이 늘어난다. 따라서 운동으로 지방이 제거됐다 해도 언젠가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비만인 사람이 절식하면서 열심히 운동을 해 살을 뺐다는 것은 지방세포 수 자체가 줄어든 게 아니기 때문에 다시 살이 찔 수 있다는 얘기다. 지방세포 수가 태어났을 때부터 적었다면 처음부터 살이 찌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와 같다. 여자는 남자보다 생리적으로 지방이 많다. 이것은 유아기 때부터 여자가 지방세포를 많이 지녔다는 얘기다. 한번 생긴 지방세포 숫자는 고무줄 늘어나듯 늘거나 줄어들지 않는다. 근세포처럼 지방세포도 물과 지방이 들락거릴 뿐 절대로 세포의 수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스웨덴 카롤린연구소의 키스티 스팔딩 박사팀에 따르면, 유아기에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지방세포의 수가 20세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스팔딩 박사팀은 복부비만 환자 687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현재 지방세포 수를 청소년이었을 때의 지방세포 수와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의 지방세포 수는 20세까지 늘어났고 그 후부터는 일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성인이 체중 감량을 할 때 지방세포의 크기는 줄일 수 있어도 이미 20세에 정해진 지방세포 수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청소년기에 적절한 체중이었던 사람은 체내의 지방세포 수가 적어 성인이 돼 살이 찌더라도 체중을 조절하기 수월하다는 뜻이다. 반면 청소년기에 살이 찌면 늘어난 지방세포 수가 성인이 돼도 유지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살이 찔 겨우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이 찐다는 얘기다. 바싹 마른 스펀지 1개를 물에 불릴 때보다 스펀지 10개를 한꺼번에 불릴 때 처음보다 훨씬 더 커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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