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로 돌아가자
  • 김태일 |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 승인 2014.10.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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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4월’의 마음으로 돌아갑시다. 결국 ‘꽃피는 사월의 제주에 가지 못했던’ 아이들이 어느 ‘4월’에 우리들 곁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문화제 ‘네 눈물을 기억하라’에서 한 시인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어느 생에 다시 몸을 받아 이곳에 오게 된다면 그때도 유채꽃 노랗게 핀 사월이면 좋겠어요.”(도종환의 시 <엄마>)

그 ‘4월’에 우리는 함께 아파하고 함께 슬퍼했습니다. 지금처럼 이렇듯 서로의 마음을 할퀴지 않았습니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우리를 그리워하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해보십시오. 엄마 곁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엄마 이렇게 떠나야 해서 정말 미안해요. 바다에서 몸을 잃어, 몸은 여기 없지만 엄마가 기도할 때마다 엄마 곁으로 올게요. 엄마 눈물 속에 눈물로 돌아오곤 할게요. 사월 아침 창가에 새벽바람으로 섞여 오곤 할게요. 교정의 나무들이 새 잎을 낼 때면 연둣빛으로 올게요. 남쪽 바다의 파도처럼 엄마에게 밀려오곤 할게요. 엄마가 팽목항으로 오시는 날이면 나도 빨간 등대 옆에 바닷바람으로 먼저 와 있을게요.”(도종환의 시 <엄마>)

‘4월’ 어느 날 아이들이 ‘눈물로’ ‘새벽바람으로’ ‘연둣빛으로’ ‘파도처럼’ ‘바닷바람으로’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아이들을 맞을 겁니까. 그냥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만 말하시렵니까. 아닙니다. 아이들이 왜 그렇게 떠나야 했는가를 말해줄 수 있어야 하고,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면목으로 아이들을 볼 수 있겠습니까.

루소는 인간이란 ‘연민’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연민이란 무엇입니까. ‘힘들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의 처지에 나를 놓아보는 상상력’이라고 합니다. ‘엄마가 오시는 날이면 바닷바람으로 먼저 와 있을게요’라는 아이들의 애절한 소리가 들리는 저 자리에 자신을 놓아보는 상상력을 말합니다.

연민이 없으면 인간이 아닙니다. 그 연민이 연대를 만들고 공동체를 이루는 힘인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사월 아침 창가에 새벽바람으로 섞여’ 왔을 때, ‘교정의 나무들이 새 잎을 낼 때면 연둣빛으로’ 왔을 때 우리는 뭐라고 할 것인지 준비해야 합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진상 규명 기구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반드시 주어야 한다는 유가족의 완강한 입장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조짐이 있습니다. 세월호 문제 해결에 우왕좌왕하던 새정치민주연합도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다시 의욕을 내고 있습니다. 남은 것은 새누리당의 책임 있는 자세입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청와대의 어이없는 ‘가이드라인’에 대해 “동냥은 못 주더라도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습니다. 모두 그 정신을 잘 살리기 바랍니다. ‘4월’에 오겠다고 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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