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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고민 ‘아직, 친서까지는 좀…’

끝내 청와대 방문이 불발된 사연…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북한 실세 3인방의 12시간 전격 인천 방문 후일담

감명국 기자 ㅣ kham@sisapress.com | 승인 2014.10.05(Sun) 12: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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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방문’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인천으로 집중시켰던 북한 최고 권력실세 3인방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직후 밤 10시25분경 인천공항을 통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다.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폐막식에 참석해 대한민국 국기가 계양될 때 꼿꼿이 서서 예의를 갖추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끝내 기대됐던 청와대 예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우리 측 대표로 나선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사실상 양측의 조율이 불발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청와대는 북한 대표단의 초청 의사가 있었으나, 북한 대표단 측이 일정상을 이유로 방문이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밝혀, 북측이 우리 측의 조처에 대해 뭔가 실망한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도 대두됐다.

 

   
10월4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등이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자 일어나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측근 셋 동시 보낸 것만도 파격적…친서까지는 굴욕적이라 여겼을 것”

이에 대해 10월4일 북한 대표단의 약 12시간여 인천 일정을 현장에서 밀착취재했던 중앙일보 이영종 안보전략팀장은 “시종일관 분위기는 좋았다. 남북 양측이 가볍게라도 서로 얼굴 한 번 붉히는 일 없이 덕담과 배려로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로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발된 배경에 대해 이 팀장은 “처음부터 북측에서 그 정도까지는 준비를 안 하고 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대개 (북측에서) 청와대를 방문하고 싶다고 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왔느냐고 묻는다. 만약 친서를 갖고 오지 않았다면,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그냥 예방을 허락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저들이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외교관계상 친서는 위임장 비슷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그래도 우리 정부가 ‘청와대는 초청 의사가 있었으나, 저쪽(북 대표단)이 일정상의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고 발표한 것은 서로의 입장과 명분을 살리는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본다. 나름대로 북한 대표단을 우리 정부가 상당히 배려한 측면이 강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애당초 아시안게임 폐막식만 참석하기로 정하고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만약 친서가 있었다면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서 청와대 방문을 희망한다, 이렇게 해야 (대통령과의 면담이) 성사되는데, 아직은 그 정도로까지 남북관계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본 듯하다. 우리 정부 역시 굳이 (김 위원장의) 친서가 없는데 대표단을 접견한다는 게 껄끄러울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북측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최측근들을 보낸 만큼 대화 의지를 충분히 내보인 셈인데, 거기다 친서까지 갖고 오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굴욕적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고유환 교수는 “2차 고위급 회담 일정에 대해 합의한 것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 양측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경색국면이었다. 양측 국가원수의 친서가 오가는 정도로까지 발전하기에는 그 전에 현안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전격 방문을 계기로 악화된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자기들이 잡아나가는 계획을 잡고 있었던 듯하고,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소기의 목적을 (이번 방문으로) 달성한 만큼 2차 회담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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