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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사이버 공안 시대 검열이 두렵다

이승욱·조해수 기자 ㅣ gun@sisapress.com | 승인 2014.10.07(Tue) 13: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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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이 ‘신(新)공안 정국’의 위기감에 휩싸였다. 발단은 과거 ‘반공 이데올로기’를 자극하면서 공안 정국의 칼바람을 일으켰던 검찰이다. 현재 검찰의 칼끝은 ‘사이버 세상’을 향해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른바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침’의 배후로 현 정권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공안 라인을 지목하기도 한다.

 

 9월18일 오전. 인터넷 관련 정부기관의 간부 ㄱ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의 주인공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을 대검찰청 소속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ㄱ씨에게 “오늘 대검에서 유관 기관 회의가 열리니 참석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장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ㄱ씨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검찰 쪽에서 회의 참석 요청을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회의 당일 급한 호출이라니…. 무슨 일일까?’ 대검 직원은 ㄱ씨에게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 시사저널 포토
ㄱ씨는 이날 오후 대검을 향했다. 10월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ㄱ씨는 “솔직히 회의 장소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불과 보름여 정도 지났을 뿐인데, 회의 장소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허둥지둥한 상태였다. 회의장에 가보니, 인터넷과 관련된 다른 정부기관과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굴지의 포털 사이트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업체 관계자들도 상당수 앉아 있었다. 회의는 검찰 측이 주재했다. 검찰 측은 회의 자료를 건네주면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사범에 대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ㄱ씨에 따르면 회의는 검찰 측의 방침 설명과 다른 참석자들의 기관 현황 설명을 간단히 듣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 직후 검찰은 대검찰청 형사부 명의로 ‘사이버상 허위사실에 대한 유관 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전담 수사팀을 운용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검찰 발표를 접한 취재진과 정치권 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직감적으로 이틀 전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떠올렸다. 9월16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만에 급조되듯 전격 소집된 유관 기관 회의로 인해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해명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이 9월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회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 발언 이틀 만에 대책회의 소집한 검찰

9월25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실. 기자들과 마주한 3차장검사는 “SNS상에서 이뤄지는 사적 대화의 경우 검색을 하거나 수사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는 ‘의아하다’는 식의 반응을 내놓았다.

기자 : “대다수 국민이 걱정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 우려도 있고….”

3차장검사 : “왜 위축이 되나? 아무 문제가 없는 글을 쓰면 위축이 안 될 것 같은데….”

검찰이 온라인과 SNS 등 사이버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 검열 논란’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검찰이 지난 9월18일 발표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사범 엄정 대응’ 방침이다. 당시 검찰의 대응 방침 발표의 수위는 높았다. 검찰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허위사실과 명예훼손 등을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중대 사범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할 것”이며 “무관용 원칙”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특히 검찰은 유관 기관과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악의적인 정보는 즉각 삭제, 허위사실을 유포·확산시키는 이를 엄벌한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전담 수사팀’을 운영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사실상 사이버 공간에 대한 상시 감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검찰이 사이버 공간의 ‘사회적 폐해’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여론의 반응은 달랐다. 검찰이 ‘박 대통령과 정부 등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반발이 확산됐다. 특히 검찰의 발표 시점은 9월16일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였다. 검찰이 박 대통령의 발언 이틀 만에 사이버 강경 대응 방침을 내놓는 등 기민한 대응을 보이자, 이를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는 이가 많은 배경이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검찰이 권력에 과잉 충성을 한다. X팔리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대신해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모바일메신저인 카카오톡 등 SNS에 대한 검열 논란까지 일면서 검찰의 대응에 반발은 더욱 커졌다. 

   
관련 업체 “검찰, 대책회의 당일 참석 요청”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명했다.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검찰이 오래전부터 인터넷실명제 주장을 해왔고, 검사들 사이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논의가 많이 됐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검찰의 사이버 강경 대응 방침은 상당 부분 급조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9월18일 방침 발표 당일 대검찰청과 방통위, 미래부, 안행부, 경찰청, 한국인터넷진흥원 및 주요 포털 사이트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유관 기관 대책회의를 가졌다.

시사저널이 취재한 결과, 유관 기관 대책회의 일부 참석자들은 회의 당일 오전에 검찰로부터 전화로 참석을 통보받았고, 회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나 사전 교감도 하지 못한 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유관 기관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업체의 관계자는 “회의가 열리는 당일 오전에 전화 연락을 받고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안다”며 “(간부 직원이)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논의할 것이라는 정도만 듣고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관의 참석자는 “당일 오전에 검찰 쪽 인사라는 사람이 전화를 해왔고 참석을 요청해 대검찰청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면서 “검찰의 입장을 듣고 각 기관별로 (사이버 피해 대응과 관련한) 상황을 돌아가며 설명하는 자리였을 뿐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검찰이 한 발짝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의구심을 사고 있다. 검찰은 당초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내에 검사 5명(팀장급 부장검사 1명 포함)으로 전담팀을 구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별도의 직재상 개편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사이버 강경 대응을 밝힌 것을 두고 충분한 논의나 내부 검토를 거친 게 아니라 보여주기 식이나 엄포성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도 없이 댓글만 달면 걸려들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 여론의 반발을 자초했다”며 “내밀한 SNS 대화까지 엿볼 수 있다는 인상을 준 것이 검찰의 패착”이라고 말했다.

“특수부나 형사부의 경우 검사의 재량과 소신이 사건 수사에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다. 반면 공안부는 성질이 다르다. 검사의 개별 판단에 앞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누구는 간첩이라고 하고, 누구는 간첩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렇지 않아도 폐쇄적인 검찰 조직 내에서 공안통이 획일적이고 경직돼 있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온다.” 검찰의 조직문화를 설명하던 검찰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검찰에 공안(公安)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검찰의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는 국가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검찰에 정권과의 관계는 필연적이다. 공안을 매개로 청와대-법무부-검찰·경찰 등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를 통해 일종의 공안 가이드라인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역대 검찰이 주도한 이른바 공안 정국을 두고 그 정치적 의도에 의구심이 제기되곤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공안 정국은 정부와 집권 세력이 사회 질서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한 것처럼 확대·과장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일련의 정치적 국면을 말한다. 공안 정국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로 각인된 건, 1989년 노태우 정권 시절이다. 하지만 과거 ‘반공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했던 공안 정국의 양상은 이미 상당 부분 퇴색했다.

1989년 공안 정국 도래 이후 25년여 만에 대한민국은 신(新)공안 정국 시대를 맞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그 대상이나 방식에서 과거와 다르다. 북한과 좌익 사범으로 향했던 검찰의 칼날이 ‘사이버 세상’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이미 국민 대다수가 인터넷과 모바일 SNS 등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공안 정국의 칼바람은 불특정 다수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검찰이 섣부르게 건 ‘공안 드라이브’가 큰 파장을 초래하고 있는 이유다.

이번 사태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공안 라인이 당(黨)·정(政)·청(靑)을 장악하고 있는 양상과 연관해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공안 정국에 대한 우려는 박근혜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역대 공안통의 대표 격인 김 실장이 청와대로 입성한 이후, PK와 TK를 주축으로 한 공안 라인이 사정기관과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26쪽 딸린 기사 참조).

   
경찰로부터 카카오톡 압수수색을 받은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10월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민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공안 정국은 오히려 정권 신뢰 무너뜨려

야당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기춘 실장의 거취와 연결 지어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김 실장의 사퇴설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다. 검찰의 사이버 강경 대응 방침이 논란을 빚는 와중인 10월2일 김 실장의 ‘연말 사퇴설’이 언론에 보도되자, 청와대는 “논평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면서 일축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측근 그룹 일각에서는 “김 실장이 사퇴하더라도 국정을 안정적으로 도모한 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권력 안정을 꾀했던 김 실장의 불안한 거취를 고려해, 정권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를 사전에 차단하려다 조급한 조치들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구시대적인 공안 정국을 연상시키는 움직임이 오히려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어느 정권이든 비판 세력의 입을 막는 것이 정권을 유지하는 데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유혹을 가질 수 있다”며 “하지만 공안 정국에 기대는 식으로 접근하면 정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지지기반이 약화돼 결국은 더 큰 국민적 저항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열 논란’ 직격탄 맞은 ‘카톡’, 해명도 안 통해 



검찰의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안’을 두고 논란이 확산된 데는 ‘카카오톡(카톡) 실시간 검열 논란’이 화근이 됐다. 수사기관이 여차하면 SNS 이용자들의 내밀한 대화 내용이 담긴 자료를 꺼내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반발이 커졌다. 검찰의 방침이 나온 직후, 경찰이 집시법 위반 혐의를 받던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카톡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인권·시민단체에 따르면, 경찰은 정 부대표의 지난 5월1일부터 6월10일 치 카톡 메시지 내용, 대화 일시·대화 상대의 아이디·전화번호, 수·발신 내역, 그림 및 사진 파일 전체를 압수수색했다. 다만 대화 내용은 서버에 일주일 치만 저장돼 경찰의 6월17일 압수수색 당시에는 6월10일 하루 치만 확보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검찰 관계자는 “(여론이) 우려하는 것처럼 SNS에서 이뤄지는 사적 대화의 경우 검색을 하거나 수사를 할 계획이 없다. 실질적으로 사적 공간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없을뿐더러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다음카카오 측도 “카톡은 감시와 검열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대화 내용은 3~7일간만 저장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 없이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미 독일계 SNS인 텔레그램으로 이용자들이 이동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으로 피해를 본 다음카카오 측은 “저장 기간을 2~3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시간이든, 사후든 국민의 상당수가 이용하고 있는 카톡의 내용이 사정기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진우 부대표는 10월1일 기자회견에서 “압수수색당한 내용 가운데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와 사측에 알려지면 (노조가) 불리해질 수 있는 쟁의사업장의 대응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이를 들여다본 것만으로도 국민의 정치적 견해 표현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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