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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덕분에 사이버 망명 급증

모바일 메신저 검열 우려에 외국계로 옮기는 ‘사이버 망명’ 급증

민경배│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ㅣ 승인 2014.10.07(Tue) 13: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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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차 생소했던 외국산 모바일메신저 ‘텔레그램’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앱스토어 인기  무료 앱 순위에서 순식간에 1위를 차지하더니, 급기야 텔레그램의 국가별 다운로드 순위에서도 한국을 1위로 밀어올렸다. 텔레그램 관계자들조차 “도대체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고 어리둥절해하며 한국어 버전 개발을 서두르는 중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휴대전화에 등록된 지인들이 매일 십수 명씩 꾸준히 신규 가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텔레그램 열풍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외국산 SNS 열풍 이끈 ‘대한민국 검찰’

이 모두가 검찰이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 수사팀’을 신설하고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 사이트뿐 아니라 모바일메신저도 모니터링할 방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생긴 일이다. 검열당하지 않을 대안의 메신저로 텔레그램이 주목받게 된 것이고, 그래서 지금의 텔레그램 열풍을 다른 말로는 ‘사이버 망명’이라고 부른다. 검열을 피해 외국산 서비스로 옮겨가는 것이니 사이버 망명이란 작명이 기가 막히게 적절해 보이면서도 씁쓸하다.

   
ⓒ 일러스트 배중열
실제로 텔레그램을 통해 만난 지인들 대다수가 대화의 첫 마디를 “이게 다 박근혜정부 때문이다”로 시작하면서 망명객으로서의 울분을 토로한다.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한 지인들 중에는 네이버·다음 등 모바일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임직원도 있고 심지어 경찰공무원까지 있으니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앱스토어 사용자 리뷰 게시판에도 사이버 망명을 하게 만든 박근혜정부를 향한 원망과 분노 일색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검찰이 “모바일메신저는 모니터링하지 않는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사이버 망명 행렬이 잦아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전 국민의 모바일메신저를 일일이 다 모니터링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물리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직후 검찰의 도를 넘은 과잉 충성이 빚어낸 졸속 대응의 결과일 뿐이다. 물론 모바일메신저 검열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특정인을 겨냥한 모바일메신저 압수수색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장 검찰의 발표가 있던 9월18일 당일에도 노동당 부대표인 정진우씨에 대한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압수수색 통지가 있었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이라고 마냥 안심할 일도 아니다. 보안 전문가들은 모바일메신저 소통 내용 중 특정 키워드에 대한 실시간 검열쯤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가령 ‘사라진 7시간’이란 말이 들어간 소통 내용만 뽑아서 누가 한 말인지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검찰의 해명 발표도 모니터링을 “안 한다”이지 “못한다”는 게 아니었다. 뒤집어 생각하면 ‘마음만 먹으면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정진우씨 사례에서 보듯 실시간 모니터링은 안 해도 사후 검열은 이미 하고 있었다. 이래저래 이번 검찰 방침은 국민들로 하여금 검열에 대한 공포감과 정치적 의사 표현에 대한 위축 심리를 조장하기에 충분했다.

국내 네티즌들의 사이버 망명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한 차례 있었다. 주경복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에 대한 선거법 위반 수사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들의 이메일 내용이 무려 7년 치나 압수수색당하고, 곧이어 YTN 노조원 20여 명의 이메일이 경찰에 압수수색당한 사건이 계기였다. 언제든 자신의 이메일이 국가 권력에 의해 털릴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 다수의 네티즌이 대거 구글 지메일로 사이버 망명길에 올랐다.

주목할 것은 당시 그 여파로 토종 포털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구글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는 점이다. 텔레그램으로의 사이버 망명 역시 국내 IT 기업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메신저 같은 쌍방향 매체는 일정 규모의 사용자 수가 확보되면 이후부터는 사용자층이 기하급수로 증폭되는 특성을 지닌다. 지금 같은 추세로 사이버 망명이 계속 이어진다면 특히 카카오페이·카카오픽·카카오토픽 등 신규 서비스를 내놓고 다음과의 합병을 통해 야심 찬 새 출발을 준비했던 다음카카오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것이다. ‘창조 경제’ 대신 ‘창조 규제’에 더 창조력을 발휘하는 정부 때문에 국내 IT 기업들만 더 힘들어진 셈이다.

주목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이번 검찰 해명에서도 여전히 모니터링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고 나타난 포털과 커뮤니티 게시판 공간에서는 아직까지 네티즌들의 움직임에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헌법 18조에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게시판 모니터링을 통해 처벌을 하겠다는 검찰 방침은 2010년 위헌 결정으로 사라진 이른바 ‘미네르바법’(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사이버 망명 자체가 자기 검열 방증

사이버 망명 역시 마찬가지다. 사이버 망명을 촉발했던 모바일메신저나 이메일은 모두 사적인 비공개 소통 공간이다. 결국 사이버 망명은 사적인 비공개 소통에 대한 국가 권력의 감시와 검열만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발의 표현이라 하겠다. 하지만 사이버 망명은 어디까지나 소극적 저항에 그칠 뿐이다. 감시와 검열 없는 안전한 곳에서 안심하고 사적 소통을 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폭압적 상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분통을 터뜨리며 사이버 망명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기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곧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 사이버 망명이라는 소극적 저항보다 더 강하고 적극적인 저항과 불복종 운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여론이 악화일로를 치닫자 검찰이 다소 주춤하는 현상과 맥이 닿아 있다. 지난 19세기에 시민 불복종 개념을 주창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이 세상에 왔다. 이곳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가기 위함이다. 좋은 곳인가 나쁜 곳인가는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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