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안철수 다시 운명적 대결 펼치나
  • 김현│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4.10.0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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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당 대표 출마 가능성 커질수록 ‘안’ 행보에 관심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정치적 재기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7·30 재보선 참패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두 달여 간 정치적 침잠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문재인 의원이 최근 정치적 보폭을 넓혀나감에 따라 그에게 다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새정치연합 내 ‘친노(親盧)’와 ‘비노(非盧)’의 대표적 주자로 꼽히는 두 사람 간 ‘운명적 대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월19일은 안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이때를 즈음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9월5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역 주민과 지인들에게 추석 인사 문자메시지를 보내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뚜벅뚜벅 바른길로 걸어가겠다”며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흔들림 없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9월23일엔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사퇴 파문과 관련해 “경찰에 소환돼 조사까지 받은 인사의 임명을 강행한 그 오만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송 수석의 사퇴는 명백하게 박근혜정부의 고질병인 ‘수첩 인사’에 따른 인사 참사다. 참여정부의 인사 시스템을 한번 되짚어보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 연합뉴스
9월24일엔 정치 입문 2년에 대한 반성문(?)을 내놓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지난 2년을 돌아보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 정치 입문 전에 출간했던 <안철수의 생각>을 다시 읽으며 당시의 초심을 돌아볼 수 있었다. 삶의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고 국민께 듣고 함께 길을 찾겠다”며 “지난 2년간의 정치에서의 값진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이제부터 다시 뚜벅뚜벅 한 걸음씩 내딛겠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글에서 자신의 대표 재임 시절 현안이었던 세월호 특별법, 기초선거 무(無)공천 방침 철회,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에서의 전략 공천 논란, 기초연금법 처리 등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김대중 대통령이 말씀하신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의원들 개별적으로 만나며 ‘내일’ 조직 정비

이와 함께 안 전 대표는 당내 의원들은 물론 과거 독자 신당을 추진하던 당시 자신을 따랐던 인사들을 그룹별로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9월19일 7·30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입성한 박광온 의원 등과 오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전엔 ‘정치적 동지’인 송호창 의원과도 식사를 함께 했다고 한다. 자신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에 참여했던 인사들과도 그룹별로 만나 “고맙고 미안한 것에 대해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리더십에 대한 쓴소리와 향후 행보에 대한 조언을 묵묵히 청취했다고 한 참석자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했다.

정책 기능 강화를 위해 안 전 대표는 ‘내일’의 재정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안 전 대표는 최근 공석이던 ‘내일’ 소장에 정연호 전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부소장에는 김형민 대선캠프 기획실장을 내정했다. 정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예전부터 함께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특보단도 구성했다. 아울러 조만간 ‘안철수표 경제정책’을 선보이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재기를 위한 움직임에 시동을 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당내 최대 계파 친노계의 좌장인 문재인 의원의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 전 대표 진영의 세력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선 “문 의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한다면 안 전 대표가 지더라도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년 후에 열릴 대선 후보 경선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전대 출마를 통해 전국적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의 측근들은 “당분간 ‘반성과 성찰’ 모드가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로선 전대에 출마할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표철수 전 최고위원은 “지금은 성찰과 구상의 시간”이라며 “문 의원은 전대에 출마하더라도 기본적인 자기 세력을 갖고 있지만, 안 전 대표는 그렇지 못하다. 굳이 전대에 나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안 전 대표도 당장 세력화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태곤 전 비서관은 “새정치연합이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지금이 문 의원과 안 전 대표가 맞대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9월29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안철수 측 “성찰과 반성 모드 계속”

최근 안 전 대표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비대위원 합류 요청에 대해 “지금 저로선 비대위에 참여해 다시 당을 이끌어 가겠다고 나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고사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안 전 대표 측은 설명했다. 안 전 대표 측의 한 핵심 실무진은 “비대위 참여를 거절한 것은 당분간은 별다른 선거 이벤트 참여 없이 책임감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실무진은 ‘내일’의 재정비에 대해서도 “‘내일’은 조직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과거 독자 신당 추진 당시 별도로 조직 기능을 둘 곳이 없어 일부 조직 기능이 가동되긴 했지만, 내일은 정책기능을 위주로 한 연구소에 가깝다”며 “안 전 대표가 ‘내일’을 재정비하는 것은 앞으로 정책 구상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직을 사퇴하고, 이르면 내주부터 당 조직을 재정비하기 위한 조직강화특위 구성을 앞두고 있는 당내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친노계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 그룹에선 박 원내대표의 후임으로 친노계로 분류되는 우윤근 정책위의장을 추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비노 진영에선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며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차기 전대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거 승패에 영향을 미칠 지역위원장 선정을 위한 조직강화특위 구성을 놓고 계파 간 치열한 샅바싸움도 예상되고 있다. 안 전 대표로서도 당권 도전을 하지 않더라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17개 시·도당의 안 전 대표 측 사무처장들은 10월1일 모임을 갖고 지역위원장 선정을 앞두고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 측 소식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조직강화특위에서 친노 진영은 어떤 식으로든 다수를 차지하려고 할 것이고, 이를 앞세워 지역위원장도 자신들 사람으로 선정하려고 할 텐데,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안 전 대표가 스탠스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현재는 문 의원이 전대에 나오면 대항마로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과 실력을 쌓으면서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 뒤섞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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