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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주석궁 절대 권력자가 실종됐다

김정은, 한 달 넘게 모습 안 보여…신변이상·쿠데타설 등 의혹 난무

이영종│중앙일보 정치부 기자 ㅣ 승인 2014.10.07(Tue) 13: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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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정은이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못한 지 한 달을 넘겼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그의 가장 오랜 공백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동정과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로동신문은 그가 과학자 휴양소에 선물을 보낸 소식을 1면 톱기사(10월2일자)로 편집하는 방식으로 그가 건재하다고 주장한다. 조선중앙TV는 잠적 직전 그의 왕성했던 군부대·공장 방문 모습을 되풀이해 방영 중이다. 다리를 심하게 저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냄으로써 그가 국방력 강화와 민생 챙기기에 노력한 지도자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초미의 관심사는 그가 과연 어떤 상태인가 하는 점이다. 경우의 수는 몇 가지다. 첫째, 단순한 건강 문제로 한동안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다. 이럴 경우 일정한 치료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레 복귀 수순을 밟을 수 있다. 둘째는 심각한 건강 이상으로 정상적인 통치 활동이 어려운 상황일 경우다. 수술 등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어렵거나 장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말한다. 셋째는 건강 문제와 함께 권력에 균열이 가는 형국이다. 이는 북한 체제의 안정성 문제와 직결되고, 자칫 한반도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공백기를 갖기 전 현대화 공사를 마친 한 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거주시설 특이 동향 감지 안 돼

현재 누구도 평양 핵심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어느 곳에서 어떤 치료를 받고 있고, 그의 건강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포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보 관계자는 “단서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의 집무실과 관저는 물론 전용 의료시설인 봉화진료소 등의 ‘통신 침묵’(보안 유지를 위한 통화 자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정보당국의 대북 감시망이나 첩보위성에도 북한 고위 간부들을 태운 차량의 집결이나 김정은 거주시설에서의 특이 동향은 감지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온갖 설과 추측이 난무한다. 9월 말에는 중국 베이징 외교가를 중심으로 평양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설까지 등장했다. 북한 군부 최고위급 핵심 인사가 주도해 김정은 체제 전복을 기도했다는 줄거리다. 그런데 그 주역이란 인물이 ‘조명록 북한군 총정치국장’으로 전해지면서 설득력을 잃었다. 조명록은 이미 2010년 11월 사망해 장례까지 치른 인물이다. 최소한의 팩트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그럴듯하게 만들었지만 정보 당국자나 전문가들이 보면 한눈에 루머성이란 판단이 내려질 저급한 내용이었다. 뒤늦게 “죽은 조명록이 아니라 현 총정치국장 황병서”라는 수정판이 돌았지만 한번 추락된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웠다.

곧이어 서울의 증권가와 인터넷 공간에는 김정은의 병세가 심각한 상황이란 소문이 번졌다. 이번에는 뜬금없이 이란의 한 이슬람 관련 매체를 출처로 주장하면서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난 형 김정철에 대한 관리가 강화됐다는 말까지 덧붙여져 나왔다. ‘뇌어혈(腦瘀血)’이란 병명까지 붙어서 나온 얘기여서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등장했다. 하지만 낭설에 가깝다는 판단이 제기되면서 곧 수그러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출현한 것에 관심이 쏠렸다. 한때 후계 1순위로 지목됐던 그가 동생의 신병이상설 속에 오랜만에 서방 국가에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보 관계자는 “현지에서 학업 중인 아들 한솔을 만나거나 체류하기 위해 프랑스를 종종 오가는데, 현지 우리 기업인들의 눈에 띄어 언론에 보도된 것일 뿐 평양 상황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김정은의 두 여자인 부인 리설주와 옛 연인 현송월의 ‘막장 사랑 전쟁’이란 주장도 퍼졌다. 한마디로 부인과 내연녀 사이에 낀 김정은이 극단으로 치닫는 사랑싸움에 말려들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면서 밤낮으로 폭주와 폭식을 하다 과체중에 의한 당뇨가 심해졌다는 얘기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2010년 6월 마카오 시내 알티라 호텔 10층 식당 앞에서 한 국내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 중앙선데이 & 연합뉴스
러시아·프랑스 의료진 평양 방문 치료

추측과 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대해 정보 관계자는 “호사가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정보 당국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여론 시장에 뿌려보는 일도 있다”고 귀띔했다. 과거 김정일의 동정이 한동안 사라져 파악되지 않을 때 슬쩍 사망설을 띄우면 평양 쪽이 어떤 형태로든 움직이고, 후속 동향을 추적하면서 추가 첩보 수집에 나선 적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병세를 직접 파악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핵심 측근 몇몇을 제외하고는 관련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최고위층 탈북 망명 인사였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김정일 개인사나 동정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북한은 최고 지도자의 건강 문제를 극비에 부친다. 해외여행 중 호텔 투숙 때는 용변을 회수해갈 정도였다고 한다. 비록 우방이지만 중국·러시아 측에 노출될 경우 최고 지도자의 건강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를 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래서 한·미 정보 당국은 물론 서방의 관련 기관들은 치료를 담당한 의료진에 주목한다. 의료 기술이 낙후된 북한의 경우 최고 지도자의 병 치료를 위해 해외 유명 의료진을 평양에 초청하는 경우가 잦다. 2008년 여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려졌을 당시에는 프랑스 의사가 방북했다.

이번에도 중국·러시아·프랑스 의료진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치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단 다리를 쩔뚝거리게 만들었던 원인인 발목 등을 정형외과적으로 치료한 것으로 관련 첩보망을 통해 잠정 확인됐다고 한다. 정보 관계자는 “관련 의료진과의 접촉을 통한 첩보 수집이나 해당국과의 정보 협력 루트를 통해 퍼즐을 맞춰나가면 구체적인 윤곽을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공개 언급을 삼가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한 내부 사정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는 방증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건강 이상을 넘어 권력 유지에 문제가 생긴 단계라면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이 뭔가 운을 뗐을 것이란 관측이다. 2008년 김정일 건강 이상 때는 청와대 핵심 인사가 “양치질 정도는 할 수 있는 정도”라고 언론에 말해 한동안 식물인간에 가까운 심각한 상황에 처했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부터 측근 인사로 자리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동선을 볼 때도 체제 위기나 건강에 위중한 문제가 생긴 건 아님이 드러난다. 9월 말 유엔 총회 연설을 마친 그는 곧이어 러시아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만약 평양 주석궁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이 같은 행보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정일의 둘째 아들 김정철의 과거 모습. ⓒ 조선중앙통신
건강 이상설이 나온 김 위원장은 올해 30세에 불과하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도 건강 문제에 시달렸지만 중년을 넘어선 때의 일이었다. 김일성·김정일 모두 심근경색으로 숨졌고, 사망 당시 나이가 각각 82세와 69세였다. 심장 계통에 가족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 위원장의 경우 너무 빨리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건강 문제가 끊임없이 권력 안정이란 기반을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족한 카리스마를 채우려 할아버지의 풍채를 따라 하려다 체중 과다로 무리가 온 것이란 견해도 있다. 김일성·김정일의 경우 후계자가 있었지만, 김정은에겐 어린 딸 둘뿐이다. 친형 김정철이 있지만 그 역시 호르몬계 건강 이상을 갖고 있어 동생에게 후계 자리를 내줬다.

북한 당국이 깜짝 반전 카드를 준비 중일 가능성이 있다. 쿠데타설까지 나온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다시 서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역시 우리 지도자는 건재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체제 불안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킬 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김정일이 혼수상태 등의 관측을 뒤엎고 석 달 만인 그해 11월 공개석상에서 건재를 과시했던 전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약 복용·절주·체중 조절 처방 받았을 것”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통풍과 동반한 질환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은영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 환자는 대개 요로결석과 고지혈증·고혈압·당뇨 등 대사증후군을 동반한다”며 “게다가 김정은은 비만하므로 다른 질환을 함께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통풍은 우리 몸의 노폐물인 요산이 관절에 쌓여 염증과 통증을 보이는 일종의 관절염이다. 요산은 신장을 통해 오줌으로 배출돼야 정상이다. 요산이 너무 많이 생기거나 배출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면 몸에 요산 농도가 짙어지고 10년에 걸쳐 요산이 관절 부위에 쌓인다.

이런 상태에서 폭음과 같은 무리한 자극을 받으면 그 관절에 염증이 생긴다. 주로 엄지발가락 관절에서 시작되며 무릎·발목·발등·손·손목·팔꿈치 등의 관절에 잘 생긴다. 수 시간 내에 관절 부위가 벌겋게 붓고,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플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증상은 일주일 정도 지나면 좋아진다. 그러나 1년 이내에 재발할 우려가 크고, 재발하면 만성 중풍에 시달리게 된다. 잦은 염증과 통증으로 관절이 망가지는 게 문제다. 일단 증상이 보이면 약물 치료가 일반적이다. 통풍은 완치가 어려워 장기간 약 복용으로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이 교수는 “김정은이 다리를 절며 걸을 정도면 이미 염증과 통증이 심해서 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풍이 나타나는 때는 대개 40대 이후다. 젊은 김 위원장이 통풍에 걸린 원인은 가족력·폭음·폭식·비만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기름진 음식과 술을 과하게 먹으면 요산 수치가 급격하게 오른다. 고기 국물, 정어리, 멸치, 간·지라, 등 푸른 생선, 시금치 등은 통풍에 좋지 않은 음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장성택 처형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과 주민 여론 악화로 인한 정신적 불안으로 폭음과 폭식을 거듭해 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김인제 이대목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요산이 관절에 장기간 축적되는데 김 위원장처럼 젊은 사람이 통풍에 걸리는 원인은 가족력(유전)이나 폭음·폭식·비만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안고 있는 비만은 모든 병의 근원으로 꼽힌다. 과체중인 통풍 환자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점은 체중 조절이다. 섭취하는 열량을 줄이고 가벼운 운동으로 살을 빼야 한다. 달리기와 같이 관절에 무리를 주는 행동은 오히려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다. 냉찜질이나 온찜질도 좋지 않다. 물과 우유는 통풍 완화에 좋은 음식이다. 매일 최소 10~12컵의 물을 마시는 것은 요산이 몸에서 배출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노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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