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셀프 연금?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협박 온다고 도망가면 뭐가 되나”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10.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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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셀프 개혁’ 비판한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당 차원에서 진행해오던 공무원연금 개혁의 주체가 정부로 바뀐 데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4선 중진에 원내대표를 지낸 이 위원장은 10월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직접 겨냥했다. 정부안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한 데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그는 “당이 주도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주도해야지, 안 그러면 당이 자꾸 도망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공공 부문 개혁을 주도하는 이른바 ‘셀프 개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했다. 관료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로 공무원 집단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지적한 그는 “힘없는 사람들이야 여기저기서 강압을 하면 셀프 개혁 비슷하게 할 수도 있지만 힘 있는 사람들이 셀프 개혁을 하는 것 봤느냐”고 반문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경제혁신특위 내에 공적연금개혁분과를 둔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당내에서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 아닌가.

“당연하다. 공공 부문 개혁을 공무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해서 당이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국민 눈높이에 맞춰 개혁을 주도하자고 만든 게 경제혁신특위다. 3개 분과로 구성했는데 규제 개혁과 공기업 개혁은 이미 개혁안이 완성돼 입법 절차만 남았다. 반면 공적연금 개혁의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도 덜 끝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위원회 출범 당시부터 이른바 ‘셀프 개혁 반대’를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지 않았나.

“공무원연금 개혁뿐 아니라 규제 개혁과 공기업 개혁도 다 공무원 사회의 먹거리와 직결된 사안이다. 관피아 문제도 여기서 생기는 거다. 공무원보고 하라고 해서는 제대로 된 방안이 안 나온다. 그래서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

그런데 진행 과정에서 당이 한 발짝 물러선 것 아닌가. 공적연금개혁분과의 활동도 종료됐다.

“정부에서 개혁안을 만들어 당으로 보내기로 했는데 이는 경제혁신특위가 목적했던 것하고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 같은 일을 두 군데서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손 떼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정부에서 안을 만들기로 결정한 당·정·청 회의에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참석했는데 당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해 줄 게 없다. 그랬다가 괜히 또 싸웠다는 얘기 나오니까.”

안 수석은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공적연금개혁분과 위원장을 맡지 않았나.

“그렇다. 그래서 내용을 잘 안다.”

내용을 잘 아는데 그랬다면 청와대도….

“당 정책위의장이 몇 차례에 걸쳐 그런 주장을 하니까 아마 청와대도 기분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이후 안 수석과 통화한 적 있나.

“통화했어도 얘기해줄 수 있겠나. 그리고 이것은 안 수석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혁신특위를 만들 때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와 당이 다 합의한 사항이다. 당이 주도하기로 했다. 그래서 청와대나 정부에서도 황당할 것이다. 당이 지금 와서 발을 빼니까.”

당 지도부가 발을 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보면 알지 않나.”

“당에서 뒤치다꺼리하고 있다”거나 “공무원연금 개혁을 들고 나가면 표가 떨어진다”는 말이 나왔다.

“그것 모르고 개혁하려고 했다면 이상한 거다. 개혁을 환호 받으며 하는 것 봤나. 개혁 대상자들이 바보들인가. 그런 것도 각오 안 하고 어떻게 개혁을 하겠다는 건가. 국회의원이든 당직자든 공무원이든 간에 다 국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국가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손해가 있고 협박이 온다고 해서 도망가버리면 뭐가 되는 거냐. 누군들 인심 얻으며 살고 싶지 욕먹으며 살고 싶겠나. 그렇지만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면 해야 하는 거다.”

정치인 개인으로 볼 때 향후 정치를 계속하는 데  공무원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는 것 아닌가.

“그건 상식이다. 지금 정치인들에게 관료는 가깝고 백성은 멀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는 백성이 가깝고 관료가 멀다. 우리나라 현실이 아직 여기에 있는 거다. 그래서 국민이 들고일어나야 되는 문제라고 얘기하는 거다. 국민이 남 일 보듯 하고 있으면 이해관계가 얽힌 관료들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 원체 공무원 집단의 힘이 크고 또 완고하다. 그리고 네트워크가 무시무시하다. 탄소섬유보다 더 튼튼하다. 그렇다 보니 관료 체제와 관련한 개혁이 안 이뤄지는 것이다.”

결국 정부안이 지금 안과 비교할 때 일정 부분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건가.

“물론 눈치는 볼 것이다. 그런데 기술적으로 뭔가를 할 것이다. 연금 부문은 상당히 전문성을 요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한 것을 다 체크해야 엉터리 개혁이 안 된다. 연금을 계산하는 중요한 자료는 정부만이 갖고 있다. 물론 전문가 그룹은 알 수 있지만 정부가 주도하면 이들이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

위원회 출범 때는 황우여 대표가 힘을 많이 실어줬는데 김무성 대표 체제로 바뀐 후 이런 일이 있다 보니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런 얘기 듣게 생겼다.”

당 지도부의 의지가 어떻다고 보나.

“뻔한 거다. 의지가 별로 강하지 않다. 의원들도 안 나설 거다. 나섰다가는 관료들한테 찍힐 테니까. 우리나라는 관료 공화국이다. 정치인들은 국가 대계나 국민 전체를 위해 일을 해봤자 잘 표시가 안 나고 관료들한테 찍히면 즉시 표시가 난다고 여긴다. 그러니까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당 지도부가 나서줘야 한다. 개별 의원이 나서면 집중 포화를 맞는다. 당 지도부가 나서야 일이 된다.”

정부안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할 건가.

“당연히 얘기해야 한다. 시원찮게 나오면 얘기할 거다. 정부에서 시원찮게 나와도 얘기할 거고 당에서 시원찮게 나와도 얘기할 것이다. 이것도 개혁안이라고 내놨느냐, 이런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당 지도부와 부딪칠 수밖에 없는데.

“지도부 무서워서 해야 할 말 못할 것 같은가. 청와대에도 듣기 싫은 소리 수시로 하는데. 국회의원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잘못된 것을 알고 있으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얘기는 지금도 수시로 하고 있다. 그런데 그래봤자 효과가 없다. 효과가 있으려면 국민이 들고일어나야 한다. 그래야지 국회의원들이 무서워하고 정부 고위직도 무서워한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마무리돼야 한다고 했는데.

“2016년 4월에 총선이 있다. 총선 1년 전부터는 표 떨어질 가능성 있는 것은 아무것도 못 한다. 사회적인 분쟁이 클 것 같으면 할 수 없다. 벌써 겁이 나서 꽁무니 빼는 사람들이 잔뜩 있는데 그때쯤 돼서 하자고 그러면 국회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겠나.”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할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다. 그런데 가난한 집안에서 왜 부잣집 애같이 안 키워주느냐고 하는 말과 똑같은 소리 아닌가. 국민연금과 관련해 잠재 부채가 480조원이 넘는다. 지금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이 내 돈 내놓으라고 하면 줘야 할 돈이 480조원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뭘 더 해줄 수 있나. 그 돈은 누가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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