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에 공무원들 죽는 소리 해도 국민은 안 믿어
  • 류여해 | 한국사법교육원 교수 ()
  • 승인 2014.10.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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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밥그릇 뺏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했다. 그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고양이 밥그릇 뺏기’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자기 밥그릇 뺏기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공무원들이 지금 노발대발하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연금 개혁의 핵심을 보면 첫째 이미 퇴직한 수급자의 수령액 축소, 둘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통합, 셋째 ‘현직자는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누가 들어도 뭔가 많이 빼앗기는 느낌이다.

공무원은 나라의 녹 먹는 명예직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국민 입장은 어떠한가. 약간의 통쾌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니 통쾌함을 넘어 연금 개혁을 반대하고 나서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국민연금과는 하늘과 땅 차이인 공무원연금을 보면서, 또는 급여가 적다고 퇴직금이 없다고 아우성인 그들을 보면서 자신의 초라한 월급명세서를 덮어버리고 싶을지 모른다. 공무원들의 연금을 주기 위해 그 작은 월급에서도 돈이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보전해야 할 공무원연금 적자 금액이 18조4000억원이라고 한다.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 돈이 공무원들의 연금을 위해 쓰여야 한다. 그 돈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가야 한다.

공무원노조원들이 9월22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공무원연금 개혁 정책토론회에서 ‘연금 개혁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공무원들이 억울해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연금을 바라보고 평생 근무했다는 말에도 백번 공감이 간다.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도 충분히 알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빠뜨린 것이 있다.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국민이 지금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고 안정적이며, 또 나라의 녹을 먹는다는 것은 조금은 명예로운 일이다. 아무리 공무원이 죽는 소리를 해도 국민들에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들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관(官)피아’ 등으로 그들만의 짬짜미가 언론에 알려지고 세월호라는 대사건을 겪으면서 국민들은 사고가 아닌 인재인지도 알게 됐다. 그 사고 뒤에서는 관피아라는 공무원 체계의 뒷거래가 있었다는 것도,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는데 지금 와서 연금 개혁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니 영  못마땅한 것이다.

공무원 시험은 매년 경쟁률이 하늘을 찌른다. 그리 박봉에 힘든 자리라면 과연 그렇게 인기가 높을까. 청춘을 바쳐서 공부를 하고 공무원이 된다. 공무원이 되고 나면 일단 삶은 안정적이다. 대한민국에 그토록 ‘안전빵’인 직장이 몇 곳이나 될까.

모든 직장이 불안하고 내일이 걱정되고 퇴직금이 아니라 월급이 당장 다음 달에 안 나올 수도 있다. 복지는커녕 육아 휴직, 육아시설 혜택도 하늘나라 이야기인 국민이 태반이다.

그런데 그들은 적어도 육아 휴직 또는 병가 등은 편히 쓸 수 있다. 달력 위 빨간 날도 쉴 수 있다. 연금이 지나치게 많이 책정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에 대해 목소리를 못 낸다고 공무원은 주장하는데 그런 사실을 감수하고 공무원이 된 것도 자신의 선택이다.

공무원, 고위직과 하위직 구분해야

그들의 주장대로 정부가 연금 운영을 잘못한 것은 분명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만명이 넘는 공무원을 구조조정하면서 정부가 당연히 내야 할 퇴직수당 4조7169억원을 공무원이 적립한 연기금에서 지출했다. 정부가 이러한 돈만 성실하게 납부했어도 지금과 같은 적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책임질 부분이 분명 있음에도 그 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연금 개혁을 들고나오니 공무원들의 반발을 사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비교해서 말하는 데도 약간은 무리가 있다. 국민연금은 월급의 9%(본인 4.5%+회사 4.5%)를 납부하지만, 공무원은 14%(본인 7%+정부 7%)를 낸다. 또 가입 기간도 국민연금은 10년을 불입하면 수령하지만 공무원연금은 20년에서 33년 만기까지 납부해야 수령이 가능하다. 이런 차이에 대한 공청회와 연구 없이 빨리빨리 하려 하니 저항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확실히 알아둬야 할 것은 공무원이 퇴직 후 받는 그 돈은 본인이 모아둔 본인의 돈이 아니란 사실이다. 자신이 낸 돈은 현재 퇴직한 공무원이 받고 있고 본인이 받는 것은 후배 공무원이 내는 것으로 받는 구조다. 그러니 노년층이 늘어가고 젊은 층이 줄어드는 지금 시점에서는 젊은 층은 노후에 과연 지금 개혁안만큼이라도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독일과 같은 경우 이러한 개혁을 준비할 때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적어도 1년 이상 수집한다. 이것이 법으로 만들어질 것을 대비해 입법에 대한 평가도 미리 한다. 인상률을 정할 때는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 각 통계를 기점으로 해 정한다. 그 기록은 모두 문서로 작성된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에 어떤 기록과 자료가 실명제로 남아 있을까. 누구의 기획이며 누구의 무슨 자료에 의해 개혁안이 나온 것인지 고민한 흔적이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 묻고 싶다. 빨리빨리 만든 법률안은 이익집단의 반발을 사게 되고, 강력한 반대가 그 법을 무산시키면 국민들은 맘에 들지 않는 법안이 등장할 때마다 강경한 태도로 맞설 것이다.

공무원도 공무원 나름이다. 하위 공무원과 고위 공무원을 나누어야 한다. 고위 공무원은 퇴직 후에도 많은 혜택을 누린다. 관피아의 주축이 됐던 것도 고위 공무원들이다. 전관예우가 몰래몰래 이뤄지고 각계각층에서 예전의 예우를 누리고 살아간다. 공무원퇴직금제도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 필요하다. 세금 구간을 조정하듯이 방법이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공무원연금. 각각 다른 이 연금 체계와 방식은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의문을 가져볼 때다. 법을 만들 때 고민에 또 고민을 거듭해서 만들어야 무리수가 없음에도 공무원들의 많은 복지만 생각해서 법을 만드니 이렇게 난리를 불러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시작하니 명퇴가 늘어난다” “말로만 관피아 척결 퇴직 공무원 낙하산 여전하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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