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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2014 대학언론상] 스펙 쌓으려다 착취만 당한다

‘속빈 강정’ 대학생 대외 활동…취업에 별 도움 안 돼

박평안(대구대) 김남희(영남대) ㅣ webmaster@sisapress.com | 승인 2014.10.07(Tue) 14: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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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이 6편의 수상작을 냈습니다. 기자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수상작들 속에는 예비 언론인들의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다소 투박하고 덜 매끄럽지만 풋풋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원문을 게재합니다

박평안(대구대학교 신문방송학과 2년)
김남희(영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3년)


최근 취업을 앞둔 유혜미씨는 마음이 급하다. 대학 4년 동안 학점과 영어 공부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대외 활동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생들의 기자단·서포터스·홍보단 등 대외 활동이 졸업 요건에 필수가 돼버렸다.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기업에서 내세우는 혜택도 괜찮아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대외 활동이 취지와 달리 변질되고 있다.

대외 활동은 젊은이의 무임금 노동 시장

대외 활동은 기업에는 홍보에 도움이 되고 학생들에게는 관심 분야를 미리 체험하는 등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윈-윈’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기업 홍보를 위한 경우가 많아졌다. 대학생 기자단의 경우 검색어에 노출되도록 특정 단어를 사용할 것을 요구받기도 한다. 제대로 된 취재와 기사 작성을 경험하기 위해 지원한 학생들이 기업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포터스나 홍보단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실제 한 은행의 서포터스 모집 공고에는 자사의 일자리 창출 사업 홍보, 길거리 홍보, 은행을 위한 콘텐츠 제작 등을 활동 내용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은행에서 활동한 김수미씨(22)는 “대학 입구에서 하루 종일 학생들을 붙잡고 상품을 설명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노동의 대가는 수료증뿐이었다.

기업들의 속내는 지원 요건에서도 드러난다. 바이럴 마케팅을 할 학생을 뽑는 한 기업은 지원 자격에 일정 방문자 수 이상의 블로그와 SNS 계정을 요구한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홍보하는 경우 ‘포토샵·일러스트 가능자’를 우대한다. 학생들을 자사의 홍보 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학생들은 기업의 무상 홍보 자원에 불과하다.

 

   
 

수료증 발급, 입사 시 서류전형 면제, 해외 탐방 기회 제공 등이 대외 활동을 마친 후 주어지는 혜택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우수 활동자에 한해 혜택을 지급하겠다’는 단서가 붙는다. 문제는 활동 종료 후에 발생한다.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취재진이 여섯 개의 취업 커뮤니티, 128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34%의 학생이 ‘대외 활동 후 수료증 또는 활동비에서 손해를 봤다’고 답했다. ‘약속된 혜택을 받았다’는 응답은 61%였다. ‘약속된 혜택을 일부만 받았다’는 의견은 5%였다. 평균적으로 10명 중 4명의 학생이 대외 활동 기업에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윤 아무개씨는 7월25일 한 취업 커뮤니티에 ‘활동인증서 주지 않고 있는데 신고 같은 거 못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취업 준비로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 게임 서포터스로 활동했던 윤씨는 두 달이 넘도록 수료증조차 받지 못했다. 그는 “서포터스 주최 측에 다섯 번 이상 전화를 했지만 보내준다는 말만 할 뿐 계속해서 말을 돌리고 있다”며 “열심히 활동했던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윤씨의 주장에 서포터스 주최 측은 “담당자가 바뀌면서 누락된 것 같다. 확인 후 보내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반면 윤씨는 “반복되는 핑계가 지겹다. 이젠 더 이상 믿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대외 활동에 대한 불신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깊다. 대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한때 케이블 채널에서 최고 시청률을 내며 대박 행진을 이어갔던 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지역 예선 참가자가 몰려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매년 방송 관련 학과 학생들을 ‘서포터스’라는 이름을 붙여 진행요원으로 삼았다. 12시간 정도 일을 하는 학생들은 수료증과 소정의 교통비를 받는 것으로 돼 있었다. 2010년과 2011년, 해당 프로그램의 대구 지역 예선에서 서포터스로 활동했던 류 아무개씨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신청했지만 12시간 동안 카메라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며 “끝난 후엔 약속한 수료증과 교통비도 주지 않았고, 남은 건 진행 시 입었던 티셔츠뿐이었다”고 말했다.

“대외 활동 경력, 취업 영향력 미미”

그렇다면 대외 활동이 취업에 얼마나 도움을 줄까. 취재진은 다양한 분야에서 ‘대외 활동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봤다. MBC에 근무하는 PD·기자 직군 30여 명을 대상으로 ‘대외 활동이 취업에 도움이 됐느냐’고 물었더니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 정도’라는 응답이 56%로 가장 많았다. 해당 직군 취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작문, 학벌, 영어 실력, 학점으로 나타났다. 대외 활동이 중요하다는 응답률은 다섯 번째였다. 방송국에 취업하는 데 오디션 프로그램 대외 활동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MBC 편성제작국 김현주 PD는 “공동생활·협력심 등에서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단순히 몇 개를 했느냐는 사실은 의미가 없다”며 “스펙을 쌓는 데 집착하는 것보다 넓은 시야와 문제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은행에 근무하는 직원 20여 명에 대한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취업 시 영향력에 대해 물었더니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 정도’라는 응답이 43%로 가장 많았고 취업에 도움이 되는 순서에서도 다섯 번째로 나타났다. 개인금융팀에 근무하는 김경안 과장은 “아무래도 금융권은 대외 활동이나 공모전보다는 관련 전공의 학점과 자격증, 영어 실력을 더 많이 본다”고 설명했다.

일반 기업에 취업할 때는 어떨까. ‘도움이 된다’고 답한 비율은 32%였다. 한 인사 담당자는 “대외 활동에서 자신이 얼마나 느끼고 깨닫는지에 달린 문제”라며 “활동한 사실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 채용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학점, 학벌, 영어 실력을 먼저 꼽았다. 이처럼 대다수 기업은 대외 활동보다 출신 학교와 전공 학점, 영어 실력 등을 우선시했고 대외 활동은 협동심이나 적극성 등을 참고하는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네이버의 ‘ㅅ’카페는 12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대규모 취업 커뮤니티다. 가장 많은 대학생이 이용하지만 대외 활동 모집 게시판에 올라오는 기업이나 단체는 최소한의 검증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취재진이 직접 카페에 대외 활동 모집 글을 올려봤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단체의 모집 공고였지만 불과 15시간 만에 사진, 주소, 전화번호, 학교 정보는 물론 자기소개서까지 빽빽하게 적힌 다섯 통의 지원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악용이 가능한 개인 정보였다.

김재연 취업 컨설턴트는 “대외 활동을 지원하는 학생들 스스로 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몇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기업의 인지도 및 신뢰도는 어느 정도이고 몇 회째 활동인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지 △이전 차수의 선임 기수들과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지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에 공고가 잘 올라와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른 취업 전문가 역시 공인된 기관과 영향력 있는 기관에서 활동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워크넷’ 등 공신력 있는 사이트에 소개된 직무 관련 단체들의 홈페이지를 자주 확인하고 그곳에서 주최하는 행사 위주의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을 유혹하는 대외 활동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게 현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외 활동을 취업을 보장해주는 ‘열쇠’로 봐서는 안 된다. 경험을 쌓는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게 좋다. 기업들은 대외 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그것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첫걸음이다.

 

 

“비양심적 사회에 경고 날리고 싶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요즘 대학생들은 몸도 마음도 고달프다. 여유로움·낭만 같은 단어는 옛날이야기가 돼버렸고, 여러 가지 이유로 대외 활동을 멈출 수 없다. 안타깝게도 이처럼 다급한 사정을 악용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작은 공공기관부터 대기업까지 대학생들의 대외 활동 피해가 빈발하고 있다.

 

‘갈택이어’(竭澤而漁·연못의 물을 모두 빼내 고기를 잡는다는 말로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는 뜻)라는 말이 있다. 대학생 대외 활동을 악용하는 우리 기업과 단체들의 행태에 딱 맞는 말이다. 

작성한 기사가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기분 좋은 일이다. 대외 활동을 시행하는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이 기사를 꼭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비양심적인 대외 활동 주최자들이 조금이나마 개선하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사 주제를 선정하고 취재하고 작성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는 우리들 삶에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항상 옳은 목소리를 내는 언론인이 되겠다는 다짐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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