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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거래시장, 우량 회사 많아 잘 고르면 대어 낚을 수도

K-OTC, 삼성SDS·LS전선·포스코건설 등 포진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ㅣ 승인 2014.10.07(Tue) 14: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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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종목을 잘만 고르면 대어를 낚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손 아무개씨(45). 지난 9월12일 K-OTC(Over-The-Counter·장외 주식시장)를 통해 건강 소재 생산업체인 퀀텀에너지 주식을 300만원어치 샀다. 매입 가격은 주당 150원. 주가 게시판을 며칠간 들여다본 그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불과 2주일도 지나지 않아 주식 가격이 10배 넘게 뛴 것. 손씨는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움직이더라”며 “유가증권 시장하고는 확실히 차별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K-OTC는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8월25일 개설한 장외 주식시장이다. 그런데 요즘 관심이 뜨겁다. 무엇보다 주식 거래량이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돈다. 개인투자자들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0억원을 넘나들고 있다. 1일 가격 제한 폭이 30%로 큰 데다 유통 물량이 적다 보니 이른바 ‘대박’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K-OTC엔 종전 유가증권이나 코스닥 시장에선 볼 수 없던 116개 기업(124종목)이 등록 또는 지정돼 있다. 투자자들은 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기업의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거래 기업의 시가총액은 10월1일 기준으로 36조원 규모다. 금융투자협회가 과거에 운용했던 ‘프리보드’(장외 주식 게시판)와 비교할 때 달라진 점이 많다. 가장 큰 것은 거래 기업의 면면이다.

   
ⓒ 일러스트 송윤정
K-OTC에는 삼성SDS 주식이 올라 있다. 11월께 상장을 앞두고 몸값이 치솟은 종목이다. LS전선·포스코건설·미래에셋생명·제주항공·SK텔링크·IBK투자증권·삼성메디슨·SK건설 등 대형 기업 주식도 유통된다. 상당수가 최근 실적이 괜찮고 부도 날 가능성이 매우 작은 우량 기업들이다. 자본금 1000억원 이상 기업만 10개다. 연간 매출 1조원을 넘는 기업도 7곳 포함됐다. 머지않은 시기에 유가증권이나 코스닥 시장에 정식 상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대형 우량주를 장외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은 K-OTC에만 있는 독특한 ‘임의 지정’ 제도 덕분이다. 금융투자협회는 기업의 의사와 관계없이 임의로 지정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최소한의 조건은 있다.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 중 ‘자본 잠식 상태가 아닐 것’ ‘연매출 5억원 이상일 것’ ‘주식 공모 실적이 있을 것’ ‘감사인 감사 의견이 적정일 것’ 등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이다.

 K-OTC 외에도 장외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38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장외 주식 호가 게시판에서 매매하면 된다. 다만 브로커를 통해야 한다. 과도한 수수료를 내거나, 최악의 경우 돈만 보내놓고 주식을 받지 못하는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 코넥스 역시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코스닥에 진입하기 어려운 영세업체 위주인 데다 투자자들이 코넥스 종목을 거래하기 위해선 3억원의 기본 예탁금을 맡겨야 한다. 코넥스의 하루 평균 거래액이 2억원으로 부진한 배경이다.

장외 기업 상장 후엔 양도세 비과세

장외 주식시장이 인기를 끄는 요인으론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상장(IPO)을 앞둔 기업에 선투자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기업이 상장하는 과정에서 공모주를 발행하는데 보통 경쟁률이 수백 대 1로 치솟는다. 주관 증권사를 통해 몇 억 원어치를 신청해도 고작 몇 십만 원만 배정받기 일쑤다. 상장 직후 주가가 수십 배 급등하더라도 많은 차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장외 시장에서 유통되는 기업의 주주가 된다면 상장 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 공모주를 조금이라도 더 배정받으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소액주주들이 장외에서 매입한 주식을 상장 이후 매각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일반적으로 장외 시장에서 주식을 판 후 차익이 생기면 양도소득세(22%)를 내야 한다. 매년 5월 양도세 신고 기간에 과거 1년간의 소득 내역을 한꺼번에 신고하는 식이다. 성실하게 신고하지 않으면 가산세까지 낼 수도 있다. 그런데 장외 주식을 사서 상장 후 장내 매도하면 양도세를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다. 장외주의 상장이 다가올수록 주가가 급등하는 배경이다. 삼성SDS의 경우 1~2년 전만 해도 장외 시장에서 주당 5만~6만원에 호가가 형성됐지만 현재 K-OTC에선 3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K-OTC에서 장외 주식을 거래하는 절차는 간단하다. 키움증권·삼성증권·KDB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 등 각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접속해 ‘K-OTC’ 코너를 찾으면 된다. 거래는 1주 단위다. 매매 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유가증권 시장과 같다.

장내 주식을 거래할 때와 다른 점도 있다. 매수호가와 매도호가가 꼭 맞아야만 거래가 체결된다. 유가증권 시장에서처럼 시장가로 자동 체결되지 않는다. 매도자가 꼭 팔고 싶어 하는 가격, 매수자가 꼭 사고 싶어 하는 가격에만 거래가 이뤄진다.

   
주식과 위탁증거금은 100% 매수·매도자의 계좌에 들어 있어야 한다. 덕분에 안정성은 탁월하다. 증권사에 내야 하는 위탁수수료는 기존 온라인 주식 거래와 동일하게 0.1% 안팎이다.

K-OTC의 단점은 유통 물량이 적다는 점이다. 특정 종목의 경우 가격이 아무리 뛰더라도 원할 때 매도가 어려울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OTC 개장 후 1개월간 단 한 주도 거래되지 않은 종목이 전체 124종목 중 32개(25.8%)에 달했다. K-OTC의 하루 거래량이 20억원가량 되지만, 이 중 삼성SDS 한 종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삼성SDS가 유가증권 시장으로 떠나고 나면 나머지 종목의 거래량은 더욱 빈약해질 수 있다.

주가의 급등락이 심한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루 상·하한가 제한 폭이 30%로 유가증권 시장의 두 배다. 예컨대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지오엠씨의 주가는 8월25일 첫날 기준가와 비교할 때 한 달도 안 돼 240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유통량 적어 제때 팔기 어려울 수도

장외 종목인 만큼 기업공시 등 각종 투자 정보도 절대 부족하다. 거래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거래 정지 또는 투자 유의 경보 등 시장 감시 시스템이 거의 없다. 투자자들이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

장외 주식을 상장 전에 매도해 차익이 발생했다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장내 거래 때 소액주주에 한해 비과세되는 것과 비교할 때 아무래도 불리하다. 차익을 남기고 대기업 주식을 팔면 양도세는 20%다. 중소기업 주식을 팔았을 땐 10%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벤처기업 주식을 매매할 때만 비과세가 가능한데 이런 혜택을 볼 수 있는 벤처 종목은 매우 드물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공모주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K-OTC와 같은 장외 주식시장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며 “장외 시장은 투자 위험이 큰 만큼 상장을 앞둔 우량주를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현재 상장이 임박했거나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장외 주식은 삼성SDS를 비롯해 포스코건설, 미래에셋생명, 제주항공, LS전선 등이다. 그 밖에 많은 기업이 “상장 추진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상장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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