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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깃털만 뽑고 몸통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검찰 ‘세월호’ 수사 결과 발표에도 풀리지 않는 5대 의혹

김지영 기자 ㅣ abc@sisapress.com | 승인 2014.10.13(Mon) 14: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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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소설가 박민규가 최근 문학동네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세월호에 대해 내린 진단이다. 이 진단은 날카롭다. 지금까지 정치권은 ‘세월호 사고’와 ‘세월호 사건’을 혼동하고 있었다. 여기엔 여야 구분이 따로 없었다.

“세월호는 교통사고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의 말에 야당은 도덕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야당 역시 ‘세월호는 사고’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유가족이 제안하기도 전에 ‘의사자 지정’과 ‘대학 특례입학’ 등과 같은 보상 카드를 꺼내든 건 그래서였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보상은 필연이다. 유가족들이 정작 원했던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해달라는 특별법 제정 협상 과정에서 야당이 여당의 상대가 될 수 없었던 이유다. 세월호를 사고로 보는 시각에서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라는 단어는 설 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10월6일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앞에서 ‘리멤버0416’ 회원들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뉴시스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게 사고다. ‘왜 구조를 못했나’라는 질문은 통용되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라는 프레임에서 진상 규명이라는 말 자체가 논리적으로 모순이 되고 만다.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도 다르지 않았다. 역시 ‘세월호는 사고’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했다.

 이번에 발표한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는 이렇게 요약된다. ‘사고의 원인은 밝혔으나, 사건의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 무리한 증축, 과적, 운항 미숙. 검찰이 밝힌 이 세 가지는 세월호라는 선박 사고가 일어난 이유다. 국가는 왜 실종자 가운데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나? 이에 대해 개인의 책임이라고 결론지었다. 해경 123정 정장 김경일 경위는 세월호에 가장 먼저 접근했으면서도 승객 대신 선장과 선원을 구조한 잘못(업무과실치사혐의)으로, 최상환 해경 차장(치안정감), 박종철 수색구조과장(총경), 나호승 재난대비계장(경감)을 민간 구난업체 언딘과의 유착으로 구조 활동에 혼선을 준 잘못(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399명을 입건하고 154명을 구속했다. 정말 이것으로 다 끝난 것일까? 5개월이 넘게 진행된 검찰 수사에서도 풀리지 않는 의혹, 그러니까 검찰이 외면했던 ‘사건’의 원인을 밝혀낼 질문들을 시사저널이 정리했다.

1 해경이 외부 지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의혹은?

세월호 구조의 총체적 책임을 123정 정장 개인에게만 묻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해경이 구조 초기 해군의 투입을 막았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진성준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 4월30일 해군에게서 받은 답변서다. 이 답변서에는 ‘민간 업체 언딘의 우선 잠수를 위해 해경이 현장 접근을 통제해 잠수 미실시, 군은 상호 간섭 배제를 위해 해경 통제 수용’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검찰은 4월30일 이후에 한 해군의 진술에 기초해 진성준 의원의 답변서를 인정하지 않았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주장대로, 해군이 공식적으로 작성한 자료보다 답변서 제출 이후에 이뤄진 해군의 진술에 기초해 해경 통제가 더 적절하다는 판단을 한 검찰 발표를 쉽사리 수긍하기는 힘들다.

또 해경이 해군뿐 아니라 경찰청과 소방본부(중앙119)의 지원마저 거부했다는 의혹도 있다. 민변은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에서 경찰청과 소방본부(중앙119)의 통화 내용을 들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번 검찰 발표에는 이 부분에 대한 수사 결과가 빠져 있다.

2 언딘과 해경 커넥션, 최상환 차장 외 2명이 전부?

세월호 사고 6일 후인 4월22일 리베로호보다 성능이 뛰어난 ‘현대보령호’가 30시간 먼저 사고 해역에 도착해 있었다. 또 전남 지역에만 1000톤급 이상 바지선이 22척 있었다. 하지만 해경의 결정은 언딘의 리베로호였다. 리베로호는 아직 건조 중인 상태로 안전 검사를 받지 않고 선박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던 이 상황은 이번 검찰 수사 결과로 해명됐다.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과 언딘의 유착 관계다. 세월호 침몰 당시 현장 지휘를 위해 현장으로 간 김석균 해경청장을 대신해 해경청에서 청장대리를 하던 최 차장이 언딘에 구조 독점권을 주려고 언딘의 리베로호를 불법 동원했다는 것이다. 또 언딘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선체 인양 작업 구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 차장이 청해진해운에 압력을 넣은 사실도 드러났다. 최씨는 세월호가 인천에서 출항한 4월15일에도 언딘 대표인 김 아무개씨와 저녁식사 약속까지 잡혀 있던 상태였다.

최상환 차장 외에도 언딘 임원과 사적 관계를 맺은 해경 관계자는 두 명이다. 하지만 이들 3명만 언딘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해경 수뇌부의 조직적인 비리가 없었던 건지 의문이다.

3 박 대통령의 ‘7시간’과 세월호는 관련 없나?

세월호 침몰 후 대통령 책임을 묻는 목소리에 박근혜정부의 청와대는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답했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박근혜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했다. 이 법에 따르면 국가 재난 발생 시 각 부처를 지휘하는 건 청와대가 아니라 안행부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제11조는 대통령이 정부의 수반으로서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는 행정감독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수난구호법상 해양 재난 사고의 직접적인 컨트롤타워는 아니더라도 정부조직법상 컨트롤타워로서 행정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은 대통령이 지게 된다.  

그러나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를 지휘·감독해야 할 대통령은 사고 발생 후 7시간 동안 대면보고를 받지도 않고 회의를 주재하지도 않았다.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을 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대면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답변했다.

사고가 난 지 7시간 지난 오후 5시15분 중대본을 방문해 박 대통령이 한 말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였다. 당시 293명이 그대로 선체에 갇힌 채 세월호가 침몰하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이 재난의 총책임자로서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번 검찰 발표에서 청와대 관련 사항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4 유병언 일가의 횡령·배임 돈은 어디로?

검찰은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유병언씨의 장남 대균씨(44) 등 일가 5명과 계열사 임직원 9명을 구속 기소했다.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선주인 유병언 일가의 경영 비리가 세월호 사고의 간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판단해서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유씨 일가의 횡령·배임 액수는 약 1334억원이다. 대부분 상품권료·고문료·경영자문료·사진대금 등의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받아낸 것들이다. 이 돈은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이번 검찰 수사에서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검찰은 ‘유병언 일가 50억 골프채 정계 로비설’에 대해 “골프용품을 산 것은 맞지만 대부분 5000만원 상당이고, 직원 체육대회 경품으로 사용한 것을 확인했을 뿐, 정치권 인사와의 로비 의혹을 밝힐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유병언 일가가 1991년 오대양 사건에도 불구하고 다시 막대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청해진해운을 소유하게 된 배경에 대해 검찰은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했다.

   
10월7일 숨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이자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씨가 미국에서 체포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 연합뉴스
5 국정원의 세월호 증·개축 관여 의혹은?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청해진해운이 세월호를 구입하고 증·개축한 것에 국정원이 깊숙이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7월25일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을 복구한 자료에서 드러난 ‘국정원 지적 사항’이라는 문건이 그 근거다. 이 문건은 2013년 2월27일에 작성됐는데 여기에는 세월호 직원의 휴가뿐 아니라 세월호 환풍기 청소 작업, 조립 작업, 탈의실 수납장 시설 등까지 상세히 나와 있다.

민변도 ‘4·16 세월호 민변의 기록’에서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한다. 다른 선박들과 달리 세월호만 해양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정원에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 국정원이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사고 당일 오전 9시10분쯤 김한식 청해진해운 사장 등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청해진 관계자들의 발언 등이 그 이유다.

하지만 검찰은 국정원이 관련 법령에 근거해 국가보호장비 지정 업무를 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정원이 국가정보원법, 보안업무 규정 등 관련 법령을 바탕으로 세월호 보안 측정을 실시했고, 세월호 외 씨스타크루즈호(1만5089톤) 등 다른 대형 여객선에 대해서도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한 보안 측정을 했다는 것이다. 또 ‘국정원 지적 사항’ 파일의 99개 항목 중 실제 국정원이 지적한 것은 9개에 불과하고, 이는 세월호 보안 측정에 대비한 선박의 테러·피랍 관련 내용이라며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이 든 근거로는 민변이 제기한 의혹을 다 설명하긴 어렵다는 게 일부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검찰, ‘김혜경 보따리’ 풀 수 있을까 


정부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보상비와 사고 수습비로 산정한 돈은 약 6000억원이다. 정부는 유병언 일가에게 사고 책임을 물어 비용을 추징·청구할 방침이었다. 검찰은 유씨 일가가 차명으로 소유해온 예금·부동산·자동차·주식 등 1157억원 규모의 재산을 5회에 걸쳐 동결했다. 또 유씨와 청해진해운 임직원 재산 1222억원을 가압류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수습비용으로 추산한 6000억원 중 38%에 불과하다. 이미 동결했거나 차명 재산을 추가로 찾더라도 법정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이 유병언씨에게 있고, 유씨가 실소유주임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런 와중에 유병언씨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여)가 한국에 돌아왔다. 검찰은 김씨를 총 26억원 상당의 횡령 및 배임과 조세 포탈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김씨의 재산은 420여억원이다. 한국제약·청해진해운·아해·다판다·아이원아이홀딩스·다른에 등 계열사 6곳에서 120억원, 121건 국내 부동산 287억원, 보험·증권·예금 12억1650만원이다. 검찰은 이 중 224억원을 유 전 회장의 차명재산으로 파악하고 동결 조치했다. 또 1483억원 상당의 부동산 94건을 포함해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도 차명여부를 조사 중이다. 해외 재산과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자금 횡령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낸 바 없다.

하지만 이미 유씨는 사망했고, 김씨마저도 입을 굳게 다물거나 대다수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뭐 하나 제대로 밝혀지는 게 없는 ‘세월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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