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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김정은 국제법정 세우기 어렵다”

반인권 행위 관련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가능성 중국·러시아 거부권 행사 확실

류여해│한국사법교육원 교수 ㅣ 승인 2014.10.13(Mon) 16: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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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부터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인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모란봉악단 신작음악회 관람 이후 한 달 넘게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에멘탈 치즈로 인해 통풍에 걸렸다는 건강악화설이 등장하더니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 실세 3인방이 갑작스럽게 다녀갔다.

3인방 방문으로 아시안게임 폐막 장소인 인천은 아수라장이 됐다. 예상치 못했던 방문이기에 더더욱 정신없이 지났지만 조심스럽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핑크빛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리고 3일 만에 북한 경비정 한 척이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했다.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

그러더니 이제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이야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이 작성한 ‘김정은 제1위원장 등 북한 내 반(反)인권행위 관련자를 ICC 등에 회부한다’는 내용의 북한 인권결의안 초안이 비공개로 회람됐기 때문이다.

ICC는 개인의 죄를 다루는 국제적인 형사기관이다.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 반인도적 범죄, 집단학살, 전쟁 범죄 등을 저지른 범죄자를 처벌하는 국제적 형사재판소다. 2002년 설립됐는데 현재 기소돼 재판을 받은 국가는 우간다·콩고·수단·중앙아프리카공화국·케냐·리비아·코트디부아르·말리 등 8곳이다.

   
2010년 11월23일 북한은 연평도 폭격 사건을 일으켰다. ⓒ 옹진군청 제공
ICC 존재만으로도 북한에 큰 위협

ICC에서 사건을 다루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으로 제소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ICC 가입국(현재 122개국, 북한은 미가입)이 자국에서 일어난 사건을 재판소에 회부하는 것이다. 콩고·우간다·중앙아프리카공화국·말리가 이렇게 제소한 경우다. 정권이 바뀌고 난 뒤 과거 정권 지도자들을 처벌하고 싶지만 자국 능력으로 버거울 때 보통 이 방법을 사용한다.

두 번째는 유엔이 나서 직접 ICC에 제소하는 방식이다. 수단과 리비아가 바로 이 경우다. 그러나 이 방법이 북한에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 상임이사국(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중에서 ‘거부권(Veto)’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등을 지려고 할까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식은 ICC 검찰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직권 조사(Proprio Motu)’다. 자체조사 과정은 우선 ICC 검찰부가 예비조사를 끝내고 범죄에 해당한다는 증거를 찾으면 이를 예비재판소에 제출한다. 예비재판소에서 사건의 기소 및 처벌 가능성을 다시 한 번 검토한 후 이를 정식 재판소로 보낸다. 케냐와 코트디부아르가 이 방식으로 제소됐다.

ICC 검찰부는 3년6개월 동안 우리나라의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조사했다. 하지만 지난 6월23일 전쟁 범죄가 아니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ICC 검찰부는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북한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북한의 비협조로 충분한 조사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천안함의 경우 군 시설에 대한 공격이라서 전쟁 범죄에 해당하지 않고 연평도의 경우는 민간인 피해가 있었던 점은 확실하지만 고의로 민간인을 노렸는지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ICC는 2007년 케냐의 대통령 선거 이후 벌어진 종족 분쟁 유혈사태에 관한 자체조사 후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과 윌리엄 루토 부통령을 반(反)인륜범죄로 기소했지만 출석에 응하지 않아 재판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권력을 갖고 있는 지도자에겐 ICC만으로는 제재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ICC가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현 지도자에 대한 처벌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법률 불소급의 원칙과 관할권 여부에 대한 논란 역시 ICC를 무기력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김정은 정권을 ICC에 제소할 수 있을까.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북한은 최악의 인권침해국”이라며 “인권유린의 책임자인 김정은을 ICC에 제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해 지난 3월 유엔 인권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김정은을 제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 등을 법적 증거 자료로 사용하기엔 무리다. 물론 탈북자들의 증언 등 구체적인 증거는 도움이 되지만, ICC 검찰부가 북한을 방문해 범법자들을 직접 조사하고 수사하지 않는 이상 자체 기소 역시 힘들다고 봐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이라든지 김정은을 압박하는데 지금의 분위기는 분명 호기다. 그런데 제대로 제소를 한다면 더 크게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에 대한 제소가 불가능하진 않다. 지금 북한은 세계적인 고립에 힘들어하고 있다. 바로 국제형사재판소의 존재만으로 그들에겐 위협이 되는 것이다. 김정은이 스위스를 사랑하고 치즈를 사랑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는 아직 젊은 청년이다. 여행도 다니고 싶고 자유를 누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ICC 때문에 자유롭게 해외를 드나들 수도 없다. ICC라는 거대한 그물이 그를 옭아매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해외 나가기 힘들다

북한에서 스스로 제소하는 방안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김정은이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ICC에 조사를 의뢰해 처벌을 요구하는 경우는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나 가능한 일이다.

유엔이 나서 제소하는 것도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한 어렵다. 때문에 ICC 검찰부 자체 조사(Proprio Motu)가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이다. 현재 송상현 전 서울대 법대 교수가 ICC 소장(재판장)을 맡고 있어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김정은이 잠적하고, 그가 치즈를 좋아한다고 언론이 앞 다퉈 보도하고 3인방 방문으로 통일이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호들갑을 떨게 아니라 차분히 우리만의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ICC에 우리나라가 정식 가입한 게 2003년 2월이니 벌써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이행법률조차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우리나라 형법과의 충돌도 정리되지 않았다.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문제인데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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