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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냉담, 아베는 딴청, 오바마는 압박, 그나마 푸틴만…

고립무원 김정은 정권의 한반도 주변 4강국 외교 현주소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ㅣ 승인 2014.10.13(Mon) 16: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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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4일 북한이 권력 실세 3인방을 전격적으로 내려보낸 의도는 남북 관계를 자신들이 주도하는 구도에서 재구성하려는 데 있다. 특히 그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접견 제안을 거부한 데서 드러나듯이, 남북 관계 자체를 급속도로 개선하는 것이 여의치 않음을 인지하고 한반도 주변 여건, 즉 국제적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보려 한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이런 전략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한반도 주변 4강과 북한의 관계를 통해 살펴보자.

북한은 미국이 자신을 겨냥한 제재와 국제적 압력을 주도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미국과의 대화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2010년께부터 미국의 대외 전략은 ‘동아시아 중시 정책’ 또는 ‘아·태 재균형 전략’의 틀 속에서 이루어져왔는데, 그 핵심은 북한과 중국을 포위·견제하는 동아시아 질서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북아에서 경제 협력을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체 형성보다는 냉전적 군사동맹 체제 재구축을 도모해왔다. 따라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과 타협보다는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을 모색해왔던 것이다.

   
10월1일 리수용 외무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단장으로 한 러시아 대표단이 러시아 외무부 영빈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실세 3인방 방한, 시진핑에 보여주기 위한 것

이에 따라 북한은 체제 수호의 보검으로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면서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해 북·미 대화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올해 북한의 인권 탄압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부각시키고, 북·일 관계의 급속한 진전을 견제하고 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복귀시키기 전에는 북한과의 양자 또는 6자 회담이 개최될 수 없다는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면서 말이다. 또한 북한의 도발 위협과 핵 및 미사일 위협을 강조하면서 미·일,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북한과 중국을 압박해왔다. 나아가 이제는 한국의 미군기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11월 초에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를 위해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미국인 3인의 석방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이를 위해 북·미 대화를 재개할 의사는 별로 없는 듯하다. 8월 중순 백악관 특사가 평양을 방문했지만 인질 석방엔 진전이 없었고, 강석주 국제비서가 유럽을 순방하고 리수용 외무상이 유엔을 방문했지만 미국은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 북한은 향후에도 핵 개발을 지속하면서 미국 중간선거 직후까지 미국과의 대화를 시도한 후 별 성과가 없으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도발을 감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문제보다 IS(이슬람 국가)와의 반(反)테러전 등 중동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더 중시하고 있다. 또한 한·미·일 동맹 구축이 더 중요해 쉽게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올 연말께 북·미 관계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북·중 관계는 악화됐고, 12월 친중(親中) 인사인 장성택이 처형되자 양국 관계는 더욱 소원해졌다. 양국 간 고위 인사 상호 방문은 중단되고, 공식적인 해관총서에 중국의 대북 원유 판매가 올해 상반기 동안 중단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7월27일 ‘승전기념일’이나 양국의 경축일에 교환하던 축전에서 양국 관계가 격하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그럼에도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는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원유 수출은 급감했지만 가공된 석유 제품 수출이 급증했으며, 여전히 북한 대외 수출의 80% 정도를 중국이 차지하는 등 북한의 대중국 의존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은 특구 개발을 통해 경제 회생을 모색하고 있고, 그 성패의 관건이 해외 투자 유치라서 김정은은 내심 북·중 동맹 관계 복구와 정상회담 개최를 열망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대표단의 인천 방문이 북한이 한반도에서 화해와 공존을 추구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과시해, 시진핑 국가주석으로 하여금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초청하라는 촉구 메시지 발신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향후에도 북한은 체면을 구기지 않는 선에서 북·중 관계 정상화와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리란 예상이다.

5월 스톡홀름 합의에 이어 북한이 7월4일 자국 내 일본인에 대한 포괄적 조사 기관인 특별조사위를 설치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맞춰 일본 역시 자국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 중 일부를 해제해 북·일 관계가 아베 총리의 방북까지 예상될 정도로 한때 급진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조사가 지연되고 결과 발표가 연기돼 양국 관계 개선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요코타 메구미 등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납치 피해자 12명과 관련한 새 정보가 없을 가능성이 커 양국 간 불신이 해소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2002년 고이즈미 총리 방북 시 김정일이 사과하고 5명의 납치 피해자를 송환시키기까지 했지만, 결국 일본 내 반북한 감정이 고조되었다. 북한 정권도 일본 정부를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 양국 관계가 급진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행정부도 북·일 관계 급진전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행동에 제약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북한 권력 실세 3인방의 방한은 일본의 대북 협상력을 더욱 위축시킨 셈이 되고 있다.

북한 외교 고립 지속 시 4차 핵실험 우려도

반면 북·러 관계는 최근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북한의 구소련 채무 109억 달러의 90%를 탕감해주고, 남은 10억9000만 달러는 20년에 걸쳐 러시아가 북한에 보건·교육·에너지 분야 프로젝트에 재투자한다는 협정에 최종 서명해 양국 관계는 진전의 발판을 구축했다. 또한 양국은 지난해 9월 하산과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로 개·보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진항 3호 부두 터미널도 준공하는 등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 양국 경제협력위원회에서 루블화 결제 도입에 합의하고, 오는 2020년까지 무역량을 10억 달러 규모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나진항에 드나드는 대형 선박의 안전 확보를 위해 러시아 보조함대를 항구에 주둔시키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러시아 극동 연해주 및 극동 지역에 파견한 노동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북한과 러시아 간 정제유 교역량도 증가하고 있다. 리수용 외무상은 10월 초 모스크바 방문 후 극동 지역을 순방하면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북·중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북한의 대러시아 접근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연내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북한의 전 방위 외교 공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고립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고립이 자칫 4차 핵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란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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