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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대학언론상] “통과하지 못할 게 뻔한 이력서 어떻게 내나”

토익 점수 등 취업 서류 위조 심각… 취직 장벽 높아 쉽게 유혹에 빠져

남록지(고려대 미디어학부) ㅣ webmaster@sisapress.com | 승인 2014.10.13(Mon) 17: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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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록지(고려대 미디어학부 4년)

“난 절박했다. 통과하지 못할 게 뻔한 이력서를 어떻게 내나.” 한 국내 벤처기업에 재직 중인 ㄱ씨(31)는 1년 전 자신이 썼던 이력서 파일을 아직도 갖고 있다. 80곳에 달하는 회사에 지원했지만 고작 3군데서만 서류에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마저도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는 다급해졌다.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과 비교해보니 자신의 스펙이 낮은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토익 점수를 조금만 높이면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공부하기엔 시간이 없었다. 대신 위조하는 데는 10분이면 충분했다”고 밝혔다.

포토샵으로 조금 만지니 완벽한 토익 성적표 사본이 나왔다. 700점대 초반의 점수는 800점대 후반으로 탈바꿈했다. 원본을 고화질로 스캔한 후 PDF 파일을 수정해주는 프로그램을 써서 학점까지 바꿨다. ‘인쇄’ 버튼 하나에 ‘서류’가 완성됐다. ㄱ씨는 “그때 점수를 고치지 않았더라면 아마 아직까지 취직을 못했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전공과 상관없는 토익 때문에 위조 고민”

청년 고용률 23.8%(201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수다. 등용문이 점차 좁아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이 이력서 조작 유혹에 빠지고 있다. 무작위로 뽑은 20~30대 취업준비생 6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보니 37%(22명)가 이력서에 허위 스펙을 기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허위로 기재한 부분은 대외활동경력(12명), 수상 경력(5명), 영어 점수(4명) 순이었고 출신 대학을 허위로 기재한 사람도 1명 있었다. 자기소개서도 거짓으로 쓴 경우가 많았다. 대외활동(18명), 장·단점(16명), 특기·취미(10명) 등을 사실과 다르게 기록했다. 37%(23명)는 허위로 적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로 ‘서류심사를 통과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31%(19명)는 ‘면접을 통과한 적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서류 심사 과정에서 위조 서류를 완벽하게 걸러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류 심사를 대행해주는 M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어느 곳이나 서류전형에 일정한 기준이 있다”고 말했다. 1차 심사에서는 숫자가 중요하다. 대부분 기업들이 학점·영어점수·해외봉사 여부와 등급에 따라 나눠진 대학별 점수를 합산해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전산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서류 통과자는 이후에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학교 등에 일일이 연락해 확인을 하는 곳은 드물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모두 읽는 회사들은 많다. 채점자들이 합숙하며 검토하는 게 일반적이다. M사 관계자는 “오히려 이런 곳이 더 속기 쉽다”고 말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잣대가 작용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내용의 자기소개서라도 더 좋은 학교 출신, 우수한 학점의 지원자가 좋은 점수를 얻는다. 때로는 비슷한 점수라면 외모가 판단요소가 된다.

자기소개서 내용은 서류상의 점수보다 검증하기가 더 힘들다. 경력자들의 경우에는 신원·평판조회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허위를 걸러내는 게 어렵지 않지만, 신입사원의 경우 허위 서류로 1차 전형은 거뜬하게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충청지역 한 대학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이 아무개씨(24·여)는 4년 내내 동아리 회장을 맡았고 평균학점도 4.3으로 매우 우수했다. 이씨는 서울 소재 병원들에 지원했지만 줄줄이 떨어졌다. 700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토익점수가 문제였다. 이씨는 “이쪽은 토익 점수와 학점이 관건이다”고 말했다. 토익 시험을 10번도 넘게 봤지만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전공 분야도 아닌 영어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던 4년이 물거품이 된다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 역시 토익 점수를 위조하고 싶은 유혹에 여러 번 사로잡혔다. 아직은 양심상 시도해본 적이 없지만 갈수록 걱정이 쌓여가고 있다. 이씨는 “간호학과는 졸업 전에 취업을 못하면 끝이다”며 “(위조의) 유혹을 견뎌낼 수 있을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기업 4곳 중 1곳, 허위 기재자 입사 취소

입사 서류 허위 기재로 가장 손해를 보는 쪽은 기업이다. 최근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25.3%가 지원자의 허위 기재로 입사를 취소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4곳 중 1곳이 허위 기재자를 찾아낸 셈이다. 신입사원 채용은 비용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5.2%에 달하고 여기에 입사 서류 허위 기재자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은 기업에 골칫거리다.

그래서 기업들은 거짓 이력서를 막거나 찾아내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시험과 면접이 더 ‘빡세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다수의 임원이 한 명의 구직자를 놓고 30~40분 동안 심층면접을 한다. 예를 들어 삼성은 총 3번의 면접을 본다. 임원면접·PT면접·토론면접이다. 합숙면접을 보는 곳도 늘고 있다. ‘집에서 이불 안 개던 사람이 면접장이라고 이불을 개지는 않는다’는 얘기처럼 지원자들의 몸에 배어 있는 진짜 인성과 실력을 보겠다는 것이다. 한 언론사의 경우 5차 관문까지 통과한 지원자들이 한 달 동안 실제로 근무를 한 뒤에야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한시가 급한 지원자 입장에서는 가혹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확산되고 있다. 정규직이 아닌 계약·파견직을 뽑을 때도 인·적성검사, 학력증명서 등의 서류를 요구하는 곳이 늘고 있다. 결국 더 큰 피해를 보는 건 취업준비생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전직 농림축산식품부 고위공무원의 조카가 산하기관인 농림수산식품문화정보원에 가짜 토익성적표를 제출해 합격한 뒤 1년간 근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채용 당시 945점짜리 점수를 컴퓨터 토익성적 확인 화면에서 캡처한 뒤 위조해 제출했다.

미국의 경우 서류에 하자가 발견되면 즉시 해고한다. 헤드헌팅 회사 유앤파트너즈의 유순신 대표는 “그렇게 해고된 사람에게는 항상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며 “미국 업체에서는 (경력자의 경우) 보통 3~6시간씩 인터뷰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허위 기재된 사실이 대부분 들통 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한국은 이력서의 스펙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심한 편이라 취업준비생의 위조가 더욱 빈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업무사례 데이터베이스화가 필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대처능력검사 및 면접질문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가 가장 강조한 것은 품성이었다. “기본 전제는 (기업과 지원자의) 확고한 윤리 개념과 도덕성이어야 한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는 합격할 수 없다”  
취재수첩

 

 

   
ⓒ 시사저널 임준선
대학에 입학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친구들과 모이면 ‘이 회사 연봉이 얼마라더라’ 같은 이야기를 나누는 때가 많다. 대부분 취업 준비생들의 고민은 비슷하다. ‘어떤 아이템을 내야 이 공모전의 문을 뚫을 수 있을까.’ ‘어떤 자기소개서를 써야 서류심사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입학 순간부터 취업 고민으로 날을 지새운다. 도서관에 가면 취업공부 일색이다. 워낙 취업 관문이 좁다 보니 서류 위조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1차적으로 서류를 위조하는 사람이 잘못이지만 취업전선에 내몰리는 사회 풍토도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기사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필자의 지인들이다.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울기도 했고, 화를 내기도 했다. 비난할 수가 없었다. 과열된 경쟁 사회와 허술한 채용 시스템이 이들의 위조를 부추겼다.

위조는 단순히 문서상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나’ 같지 않은 옷을 입고, ‘나’ 같지 않은 말투로 말하고, ‘나’ 같지 않은 생각을 말해야 취업이 가능하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나로는 뽑힐 수 없다고 말하는 20대는 서글프다. 누구처럼 ‘빽’이 있는 것도 아니니 위조라도 해야겠다고 말하는 20대는 안타까웠다. 이력서 위조는 단순히 취업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필자 역시 취업 시장에 발을 디뎠다. 언제 이런 기사를 썼느냐는 듯이 포토샵을 켜는 날이 올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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