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리더] 삼성·현대·LG 후계자 한국 경제 키 잡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10.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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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 1·2위…장하준 교수 공동 4위 눈길

올해 경제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 상태다. 지난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 회장은 5개월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의 건강과 관련해 “꾸준히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당분간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자연스럽게 삼성의 후계 구도에 이목이 쏠린다. 그 중심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 재계 1위인 삼성의 유력한 후계자인 이 부회장은 시사저널이 차세대 리더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08년부터 줄곧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은 62.7%의 높은 지목률로 경제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인물로 선정됐다.

ⓒ 일러스트 신춘성
이 부회장에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지목률 26.7%로 2위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 부회장 역시 재계 2위인 현대차의 후계자로서 승계 작업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이에 따라 재계 라이벌인 삼성과 현대가 ‘이건희 대 정몽구’에 이어 ‘이재용 대 정의선’으로 ‘3세 대결’ 구도를 펼치게 됐다. 나이는 이 부회장이 1968년생으로 정 부회장보다 두 살 많다.

3위를 차지한 최태원 SK 회장부터는 지목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눈에 띄는 인물은 공동 4위에 오른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다. 기업인이 아닌 학자가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례적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등 저서로 유명한 장 교수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온 세계적인 경제학자다. 최근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출간한 그는 박근혜정부의 탈규제 기조와 관련해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정책이 너무 많다”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장 교수와 함께 공동 4위에 오른 인물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다. IT(정보통신)회사를 이끄는 기업인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다. 국내 게임산업의 아이콘인 김 대표는 야구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를 창단해 올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주식 9.98%를 보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자사주 8.93%를 더할 경우 18.91%의 지분을 갖고 있다.

IT업계 최고의 주식 부호인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공동 6위에 올랐다. 2007년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대표에서 물러난 김 의장은 2009년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무료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 10월1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다음카카오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이 보유한 상장주식의 가치는 2조93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의 또 다른 후계자로 거론되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공동 6위를 차지했다. 이건희 회장의 큰딸인 이 사장은 아버지를 빼닮아 ‘리틀 이건희’로 불린다. 삼성가의 후계 경쟁 구도 속에서 이 사장이 호텔·서비스·상사 부문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99년 평사원과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 이혼 소송 중인 사실이 알려져 또 한 번 입길에 올랐다.

IT업계 라이벌 김범수 6위, 이해진 9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9위를 차지했다. 국내 최대 IT기업을 이끌고 있는 이 의장은 다음카카오의 리더인 김범수 의장과 인연이 깊다. 서울대 동창이자 삼성SDS 입사 동기다. 2001년에는 이 의장의 네이버와 김 의장의 한게임이 합병해 NHN이 출범했다. ‘포털 공룡’의 탄생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IT업계에서 성공 신화를 이어온 ‘벤처 1세대’ 대표 주자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공동 10위에는 재벌 후계자와 IT업계 CEO 그리고 학자가 고루 포진했다. 재벌 후계자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구광모 LG전자 부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명희 회장의 외아들인 정 부회장은 일찌감치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 외사촌인 이재용 부회장과 동갑내기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 부장도 승계 수순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LG가의 장자로서 4세대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공동 10위를 차지했다. 정몽구 회장의 맏사위인 정 사장은 현대카드 외에도 현대커머셜·현대캐피탈 등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를 총괄하고 있다.

IT업계 인사로는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와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10위권에 진입했다. 1997년 한메일로 인터넷 사업을 본격화한 이재웅 창업자는 네이버에 포털 1위 자리를 내준 후 2008년 6월 퇴사했다. 카카오톡과 합병하면서 지분이 13.7%에서 3.3%로 낮아졌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를 이끌고 있는 김상헌 대표는 판사 출신이다. 서울지방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하다가 LG로 자리를 옮긴 후 2007년부터 네이버와 인연을 맺었다.

학자 가운데서는 장용성 연세대 교수와 이원재 희망제작소 부소장이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노동시장 중심의 거시경제 연구로 주목을 받아온 장 교수는 미국 로체스터 대학 경제학과 교수도 맡고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이 부소장은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정책기획실장을 맡기도 한 경제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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