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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생각의 시대다”

<생각의 시대> 펴낸 인문학자 김용규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4.10.23(Thu) 14: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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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무조건 공부하라고 몰아세우는 부모에게 뜨끔한 일침을 가하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명문대 들어가서 출세하는 공식이 통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겐 대학에서 서양 문명의 두 기둥인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정통 인문학자 김용규씨다.

최근 <생각의 시대>를 펴낸 그는 그동안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과 깊이 있는 성찰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중적 철학서와 인문교양서, 그리고 ‘지식소설’을 집필해왔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들도 그의 글쓰기를 거치면 친절하고 맛깔스럽게 바뀌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런 그를 가리켜 ‘인문학의 연금술사’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많은 기업이 명문대 나온 인재에 매달리던 시절을 까마득히 잊고 남다른 발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목마르게 찾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LG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아이디어LG’ 사이트를 만들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구글에서도 ‘솔브포엑스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인들의 ‘생각’을 빌리려 하고 있다. 기업들은 그만큼 ‘생각’에 굶주려 있다.”

   
ⓒ 살림출판사
지식의 양보다 남다른 생각에 목마른 시대

우리 시대를 누가 이끌어가고, 어떤 사람이 부와 명예를 누리는지만 봐도 ‘생각’의 가치를 알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를 스티브 잡스로 만든 건 그의 머릿속에 축적된 ‘지식의 양’이 아니었다. 그의 ‘생각’이 스티브 잡스를 만들었다. ‘Think different(다른 생각)!’ 그가 남긴 이 말이 생각의 가치를 웅변한다. 남다른 생각, 그것이 지금 이 시대의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 지식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생각의 시대다.”

김씨는 지식의 폭증에도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갖기는 힘든 현실에 주목했다. 오늘날에는 누가 어떤 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관건이 아니다. 그것들은 네트워크 안에 넘쳐나는 데다 개별적이고 미시적이며 수명마저 짧기 때문이다. 그보다 개인과 사회를 아우르고, 당면한 시대뿐 아니라 다가오는 시대를 선도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능력을 기를 수는 없을까. 그래서 김씨는 ‘생각’에 주목했다.

그는 생각의 기원을 찾아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갔다.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5세기 사이, 그리스에서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인류 문명을 탄생시킨 ‘생각의 도구’들이 하나둘씩 만들어졌던 것이다. 호메로스와 소크라테스 이전 그리스 철학자들은 약 400년에 걸쳐 놀라운 생각의 도구들을 개발해냈다. 메타포라·아르케·로고스·아리스모스·레토리케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우리말로는 차례로 은유·원리·문장·수·수사로 번역되지만,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

“우리가 시를 읽고, 낭송하고, 외운다는 것은 단순히 감성적 취향을 고양시키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뇌 안에 은유를 창출하는 신경망을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이다. 누구든 시를 자주 낭송하고 모두 외우고 나면, 그의 뇌 안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천재의 표상’으로 지목한 은유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신경망이 형성된다. 그 결과 말과 글의 표현력이 점차 달라지고 설득력이 높아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창의력도 발달할 것이다.”

김씨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제공해주었던 생각의 도구들을 익히고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이 ‘생각의 도구’들을 알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는 지식을 패턴화해서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헤쳐나갈 ‘생각의 도구’

‘생각의 시대’에 고안된 ‘다섯 가지 생각 도구’들은 긴 세월을 지나 바로 지금 이 시대에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다시금 그 쓰임새를 요청받고 있다. 김씨는 생각의 도구 중 첫 번째로 ‘메타포라(은유)’를 앞세운다. 은유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생각 도구다. 그것은 본질을 파악하게 하는 기능뿐 아니라 창의적 기능을 갖고 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쓰는 언어 습관에도 은유가 담겨 있다. ‘불길이 살아난다’라는 문장도 자세히 보면 불을 생물에 비유하고 있다. 발명도 종종 은유를 통해 이루어지곤 한다. 동물의 날개를 통해 비행기를 떠올리고 굴러가는 돌멩이를 통해 바퀴를 고안하는 것도 다 은유의 힘이다. 은유는 대상의 본질을 꿰뚫고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는 가장 훌륭한 생각 도구다.

두 번째는 ‘아르케(원리)’. 원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준다. 인간은 관찰을 통해 ‘원리’를 고안하고 그 원리를 검증한 뒤 그것을 통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로 쓴다.

세 번째는 ‘로고스(문장)’. 문장을 단지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 정도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김씨는 “정신이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문장이 정신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육하원칙은 보도문을 쓰는 지침일 뿐 아니라 ‘자연과 사물의 질서에 합당한 정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문장이란 기본적인 정신 구조를 ‘세팅’하는 엄청난 생각 도구라는 것이다.

‘아리스모스(수)’도 단지 생활에 필요한 계산 도구 수준을 넘어선다. 아리스모스로서의 ‘수’란 인간이 관찰한 자연과 사회, 그리고 예술 현상을 좀 더 활용하기 쉽게 패턴으로 표현해주는 생각 도구다. 

마지막으로 ‘레토리케(수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명확한 판관이 없는 시대이고 기준이 불투명한 시대다. 이런 세상에서는 ‘누가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들을 설득해낼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서점마다 심리학 서적과 대화법 책들이 그득하게 쌓이는 이유다. 이런 시대에 ‘수사’라는 생각 도구는 필수품이나 마찬가지다. 그리스의 소피스트 철학자들이 상당 부분 완성해놓은 수사라는 생각 도구를 익히는 순간, 우리는 가장 강력한 설득 수단을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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