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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우리는 누구인지를 묻다

올해 최고의 스펙터클 대작 영화 <인터스텔라>

이은선│매거진M 기자 ㅣ 승인 2014.11.05(Wed) 13: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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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는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한 편인 동시에 가장 치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영화다. 지난 7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코믹콘에 참석한 크리스토퍼 놀런에게 미디어와 영화 팬이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놀런은 이 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를 언급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시리즈,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93년). 이는 SF 팬의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놀런은 “단지 이 영화를 답습하겠다는 게 아니다. 규모 면에서는 비슷한 이야기일 것이다. 다만 <인터스텔라>는 좀 더 인류에 관한 영화다. 인간은 무엇인지, 우주 안에서 우리는 누구인지를 질문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단순한 ‘떡밥’이 아니었다. 베일이 벗겨진 <인터스텔라>는 최근 몇 년간 나왔던 SF 영화를 통틀어 가장 순수하게 인간을 향한다. 이 영화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정서는, 바로 사랑이다.

놀런의 상상력이 빚은 경이로운 SF

가까운 미래의 지구. 세계 각국 정부와 경제는 완전히 붕괴됐다. 지독한 황사가 끊임없이 불고 땅에서는 옥수수 외에 어떠한 작물도 자라나지 않는다. 과거 유능한 우주선 파일럿이자 엔지니어였던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농부로 살고 있다. 식량 재배보다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때 우주의 시공간에서는 불가사의한 틈인 웜홀(Wormhole)이 발견된다. 해체된 줄 알았던 NASA(미국항공우주국)는 은하계를 탐험하며 인류를 새로운 행성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었고, 이들은 쿠퍼에게 탐사 임무를 제안한다. 쿠퍼는 어린 자식을 뒤로하고 몇 명의 우주 비행사와 함께 희망을 찾아 우주로 향한다. 인류의 미래를 짊어진 이들은 돌아올 날을 기약할 수 없는 탐사를 시작한다.

   
<인터스텔라>의 이론적 기반이 되는 개념은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1988년 발표한 웜홀이다. 벌레(worm)가 사과 표면을 따라가는 것보다 사과의 구멍(hole)을 통해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킵 손은 이를 통해 우주의 반대편까지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킵 손은 <인터스텔라>의 과학적 자문가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했는데 사실 이 영화 역시 그의 구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킵 손은 ‘우주에서 가장 신비한 사건에 인간이 갑자기 관여하는 상황’에 대한 간단한 시놉시스를 만들었다. 이것을 크리스토퍼 놀런의 동생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조나단 놀런이 발전시킨 것이 <인터스텔라>의 시나리오다. 극 중 웜홀은 ‘그들’이라고 불리는 존재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나온다.

<인터스텔라>에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중력 이상 현상을 비롯한 온갖 과학 용어가 나온다. 이는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다. 이 영화에서 과학적 개념은 웜홀을 통과하는 쿠퍼와 동료의 여정이 이론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정도의 기능을 한다.

그렇게 완성된 <인터스텔라>의 은하계, 더욱 정확하게는 시공간을 모두 넘어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묘사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고 웅장하다. 크리스토퍼 놀런은 지적 쾌감을 안겨주면서 동시에 모두가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자신의 상상을 풀어낸다. 그는 <인셉션>(2010년)에서 개인의 꿈이라는 복잡한 세계를 능수능란하게 유영했다. <인터스텔라>에서, 우리가 경험한 모든 시공간을 벗어난 세계에 대한 묘사, 특히 그간 영화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블랙홀에 대한 그의 해석은 놀라움 그 이상이다. <인터스텔라>를 통해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세계는 그간 우리가 경험했던 모든 차원을 뛰어넘는다. 아주 새로운 영화적 경험이다.

믿음과 사랑이 우리를 구원한다

우주 탐험의 중심에 크리스토퍼 놀런은 인간을 놓는다. <인터스텔라>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난 탐사대를 인류의 영웅으로 그리는 영화가 아니다. 그들이 우주 공간으로 떠나는 이유는 시공간을 초월한 유일한 가치, 사랑 때문이다. 그것은 다음 세대에게 ‘미래’라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는 어린 자식과 가슴 아픈 이별을 한 쿠퍼라는 남자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된 중요한 이유다. 시간의 상대성 때문에 지구와 우주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우주 행성에서 고작 한 시간을 보낸 쿠퍼와 달리, 지구의 아이들은 수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성장한다. 이 영화에는 탄성과 공포를 동시에 안겨주는 우주에 대한 묘사도 있지만 우주선에서 모니터로 자녀들이 남긴 영상 메시지를 확인하며 무너질 듯 울음을 터뜨리는 쿠퍼의 감정선도 존재한다. 지켜야 할 이들과 보장해야 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쿠퍼와 동료들이 탄 장거리 우주탐사선의 이름이 인듀어런스(Endurance), 즉 ‘인내’인 이유다.

 쿠퍼는 난관에 부닥치는 순간에도 이렇게 말한다.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랬듯이.” 이는 최근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2012년) 등 SF가 인간이 아닌 미지의 존재로서의 ‘그들’에 집중한 것과 확연히 다른 지점이다. <인터스텔라>에서 자주 등장하는 딜런 토마스의 시 역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중략) 노인들이여,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해요. 분노하고, 분노해요. 사라져가는 빛에 대해.’ 당초 <인터스텔라>는 <플로라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놀런 감독은 작품마다 보안상 가짜 제목을 붙이는 것으로 유명한데 플로라는 놀런의 딸 이름이다. 이 영화가 쿠퍼와 그의 딸 머피의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는 점을 떠올릴 때 더욱 재미있어지는 뒷이야기다.

놀런의 연출에도 놀라지만 이 영화를 보면 올해 초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도 뛰어나다. 놀런이 자신의 영화에서 거의 최초로 시도한 가족주의적 신파 감수성을 영화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맥커너히의 공이다. 놀런과 맥커너히, 두 사람의 만남이 만들어낸 <인터스텔라>는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SF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16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체감 시간은 그에 반도 못 미쳤던 독특한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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