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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를 디자인하라] '정보지식 광산'에서 황금을 캔다

공공데이터 적극 개방하는 호주…광물자원국에서 정보자원국으로 진화

호주 시드니·캔버라=엄민우 기자 ㅣ mw@sisapress.com | 승인 2014.11.06(Thu) 17: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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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최대 도시 중 하나인 멜버른은 ‘골드러시’ 때문에 생겨난 도시다. 1850년대 금광을 보고 몰려든 유럽인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술집에서 팁을 금덩이로 줬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황금시대’를 보냈다. 그로부터 16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호주는 여전히 풍부한 자원을 지니고 있다. 금 생산량은 중국과 함께 세계 1, 2위를 다투고 석탄 및 철광석은 부동의 1위이며 동·우라늄 등도 풍부하다. 이 때문에 호주는 예전부터 마이닝(mining·광산) 산업이 잘 발달해 있다.

호주의 마이닝 산업에 대한 관심과 육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보지식 시대의 새로운 마이닝 산업 육성에 뛰어들고 있다. 바로 빅데이터 및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한 ‘데이터 마이닝 산업’이다. 공공데이터를 감추지 않고 민간에 풀어 활용하기 쉽도록 해주는 것이다. 말 그대로 데이터 광산을 만들어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호주가 본격적으로 데이터 개방 전략을 내놓은 것은 2012년 ‘호주 공공서비스 ICT 전략’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해당 전략을 발표한 지는 2년밖에 안 됐지만 이미 2001년부터 공공데이터를 무료로 배포하면서 ‘텃밭 다지기’를 해와서인지 일의 진척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호주연방과학원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부문의 책임을 맡고 있는 존 A. 테일러 박사가 빅테이터 정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시사저널 엄민우
부처 간 ‘데이터 통합’에 중점 두고 정책 실행

2012년에 이어 지난해 호주 정보관리청(AGIMO)은 빅데이터 전략을 발표했는데, 그때 이후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데이터 포털 안의 데이터 양이 1년 만에 7배 증가했다. 현재 빅데이터와 관련한 민관 합동 프로젝트는 44개가 올라와 있다. 지난 10월8일에는 호주 정부가 ‘클라우드정책 3.0’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향후 정부 부처 간 데이터 통합 및 교환을 원활히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호주의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은 한 부처가 모든 걸 도맡아 하기보다는, 각계 기관에서 각각의 장점을 살려 역할 분담을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해당 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정책 방향의 전체적 그림을 그리는 곳을 꼽으라면 재무부 산하 조직인 정보관리청을 들 수 있다. 정보관리청은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각 부처 및 민간기관들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통합해 오린(AURIN)이라는 데이터 포털을 운영한다. 정보관리청에서 일하는 로스 도브슨은 “우리의 업무는 단순히 빅데이터에 국한되지 않고 클라우드 컴퓨팅 등 오픈데이터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큰 틀을 짠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정보관리청은 예산보고서를 예전처럼 보고서 형태로 만들지 않고 곧바로 통계 프로그램으로 돌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책의 또 다른 주요 축을 담당하는 곳이 통계청이다. 통계청은 통계자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보관리청 등 관련 부처들에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30년 넘게 통계청에 근무한 조너선 팔머 부청장은 공공데이터 개방과 관련한 통계청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각 부처에서 보내는 데이터의 형태를 활용하기 쉽도록 표준화하고 통일하는 일은 전문가인 우리가 컨설팅을 한다. 그 외에 통신사 등 민간 부문에도 좋은 통계자료가 많은데 이런 영역과 함께 파트너십을 갖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도 우리가 힘써야 할 부분이다.” 호주 정부는 공공데이터 개방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각 부처의 정보를 통일성 있게 묶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 부처별로 경쟁하듯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산발적으로 대량의 자료를 올리는 우리로선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너선 팔머 통계청장 대행이 공공데이터 개방과 관련해 통계청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 시사저널 엄민우
호주의 공공데이터 정책과 관련해 특히 주목할 곳은 호주 연방과학원(CSIRO)이다. 연구 인력이 5000명에 달하는 이곳은 호주의 싱크탱크다.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하는 와이파이나 비행기 블랙박스를 이곳에서 만든다. 호주가 단순히 자원 부국을 넘어 과학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 호주 연방과학원이 있다. 공공데이터 개방과 관련해 정부 기관이 정책적 지원을 한다면 이곳은 의미 있는 기술이나 데이터를 개발해 민간에 활용하기 쉽도록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해 20억개 이상의 트윗이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언론보다 20분이나 먼저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을 알아챈 사례는 유명하다.

“공공데이터는 공공 자산, 정부 것 아니다”

호주 연방과학원에는 데이터 관련 부문에만 500여 명의 연구 인력이 있다. 이곳은 기업 등 민간과 파트너십을 맺고 프로젝트를 열린 자세로 진행하고 있다. ‘연구라는 것은 사람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철학 아래 산업 및 교육기관과의 협조가 활발하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개발되는 것들(와이파이·콘택트렌즈 등)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이곳에서 데이터 부문 연구의 책임을 맡고 있는 존 A. 테일러 박사는 “우리의 역할은 원천 데이터나 기술을 공급하는 것인데 민간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빅데이터와 관련해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이 늘 호주 기업이어야만 한다는 법이 있나. GE·삼성 같은 외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그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되면 결국 시민들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연방과학원은 시드니기술대학(UTS)과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호주 빅데이터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정보관리청 관계자들. ⓒ 시사저널 엄민우
호주는 빅데이터 분야에서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후발 주자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느 나라보다 발전 속도가 빠르고 민관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 근저에는 바로 공공정보에 대한 호주 정부의 열린 마인드가 있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공공정보 자체가 국가가 아닌 공공의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고, 이것이 정책과 결합돼 큰 효과를 낸 것이다. 호주의 사례는 제대로 된 정부3.0 정책이 이뤄지기 위해 우리 정부가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정보관리청 디렉터 피아 워는 “공공데이터는 애초부터 공공의 자산이다. 그래서 모두에게 돌아가도 괜찮다는 것이 우
   
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로스 도브슨 역시 “공공정보를 제대로 오픈했을 때의 거대한 경제적 효과를 따진다면 오픈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충고했다.

 


프라이버시 보호는 ‘열린 정부’ 정책의 기본 


호주 정부는 공공데이터 개방에 대해서는 열린 마인드를 갖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해서는 엄격한 원칙을 두고 있다. 지난해 호주 정보관리청(AGIMO)은 호주 공공서비스 빅데이터 전략을 발표하며 6가지 원칙을 내세웠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프라이버시 중심 디자인(Privacy by design)’이다. 정보관리청의 디렉터 피아는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은 공개할 데이터를 만드는 단계부터 데이터를 역추적해도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으로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의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즉 공공데이터는 오픈 데이터와 건강·세금 등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리미티드 데이터로 구분하는데, 이 중 후자에 대해서는 총체적 통계만 제공한다. 이 자료는 특정 프로그램으로 역추적을 해도 추출이 안 되도록 하는 작업을 거친다.

호주 정부는 빅데이터 전략과 관련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으로 ‘국민 프라이버시 침해’를 꼽고 대처에 힘쓰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가 정보공개 정책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전략 추진을 총괄하는 AGIMO에서는 호주 정보담당관실(OAIC)과 검찰청, 유관 기관 및 산업계와 함께 전략을 개발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사용이 가능한 영역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있다. 2012년에 개정된 개정 정보보호 강화법이 그 예 중 하나다. 이 법에 따르면 개인에 대한 데이터 및 정보의 획득·관리는 엄격한 통제를 받도록 돼 있다. 정보공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해커의 침투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최근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사례다.

호주의 통계청장 대행인 조너선 팔머는 “연구 목적 데이터의 경우 민감한 개인정보가 많이 포함되는데 이런 정보를 공개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개인정보가 침해될 수 있다. 때문에 정부는 이와 관련한 위원회를 두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승광 호주국립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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