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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cm 구멍이 ‘마왕’을 쓰러뜨렸다

천공이 복막염과 심장 압박으로…유족·전문의 “S병원에서 이미 사망 상태”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4.11.11(Tue) 1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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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신해철씨 사망은 의료사고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생명을 살릴 세 차례의 기회를 놓친 인재라는 것이다. 또 신씨가 심정지로 쓰러진 후 서울아산병원으로 후송되기 전, S병원에서 이미 사망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모든 출발점은 0.3cm짜리 심낭(심장을 둘러싼 이중막) 구멍(천공)이다. 심낭 천공이 생긴 배경은 10월17일부터 27일까지 신씨의 진료를 따라가면서 살펴볼 수 있다.

■ 10월17일

신씨는 배가 아파 서울 송파구에 있는 S병원에 입원했다. 진찰 결과는 장폐색(장이 막혀 음식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질환)이었다. 장폐색은 수술 등으로 장끼리 들러붙는 현상(장 유착) 때문에 잘 생긴다. 신씨는 과거 위 밴드 수술과 담낭 제거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의료진은 서로 붙은 장을 떼어내는 수술(장 유착 박리 수술)을 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 10월18일

일반적으로 장 유착 박리 수술 후 5~6일 정도 물-미음-죽 순으로 먹고 이상이 없으면 퇴원 절차를 밟는다. 신씨는 입원한 지 이틀 만에 퇴원했다. 

■ 10월20일

고열 등의 증세로 새벽에 입원했다가 오후에 일주일 치 약을 처방받아 퇴원했다.

■ 10월22일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입원했다. 검사를 받다가 심장이 멈추는 현상(심정지)이 발생했다. 오후 2시 서울아산병원으로 후송됐다. 서울아산병원은 복부 염증을 제거하고 서로 붙어 있는 장을 떼어내는 수술을 했다. 또 심낭에 쌓인 액체와 공기를 빼내는 수술을 했다.

■ 10월27일

오후 8시19분 사망했다.

 

   
정리하면, 신해철씨는 수술을 받은 후 배와 가슴 통증이 심했고, 이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심정지로 쓰러져 사망했다. 가장 먼저 눈여겨볼 시점은 10월17일이다. 이날 S병원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가 의료사고 의혹을 풀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소장에 1cm, 심낭에 0.3cm 천공 발견

신씨의 상태를 확인한 곳은 S병원·서울아산병원·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 모두 세 곳이다. S병원은 수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과 국과수의 검사 결과는 다르다. 10월22일 서울아산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신씨는 이미 의식이 없었고, 동공 반사와 자발적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 병원 관계자는 “각종 검사를 통해 복막염, 복강 내 고압, 심장압전(심낭의 액체 혹은 공기로 인한 심장 압박) 상태를 확인했고 오후 8시 응급수술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장 유착 박리 수술을 진행하면서 소장에서 천공을 확인하고 제거했다. 복강에 오염물이 많아 이를 세척하는 수술도 했다. 또 이 병원 흉부외과 의료진은 심낭에 구멍을 내서 심장을 누르고 있던 이물질을 빼내는 수술을 했다. 이물질을 빼내기 위해 심낭에 뚫었던 구멍은 다시 꿰맸고 그 흔적은 국과수 검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소장에서 1cm짜리 천공을 발견했고 그 부위를 잘라냈다. 장에 구멍이 나면 장액, 음식물 찌꺼기, 세균 등이 배 속에 퍼지면서 복막염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 일러스트 정현철
국과수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11월3일 부검을 진행했고, 심낭에서 0.3cm가량의 천공을 발견했다는 1차 결과를 발표했다.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천공이 수술 부위에 가까운 점을 고려할 때 ‘의인성 손상’이 우선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사인은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과 심낭염 합병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천공으로 인해 세균이 드나들면서 복막염이 생기기 쉽다. 복막염은 배에 세균 등이 퍼져 염증까지 생긴 상태라고 이해하면 쉽다. 신씨의 경우도, 소장에 뒤섞여 있던 음식물 찌꺼기, 세균, 장액 등이 구멍으로 배출돼 복강에 퍼지면서 복막염이 생겼다. 또 이것들은 심낭 천공으로 들어가 심낭에 쌓였다. 국과수는 “심낭에서 깨와 같은 음식물 찌꺼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물질이 심낭에 쌓이면 심장을 압박한다. 신씨가 복통과 흉통을 동시에 호소한 이유다. 피를 공급하는 심장 기능이 정지되면서 뇌에서도 산소 부족으로 괴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고 사인을 발표한 바 있다.

아산병원 “사실 밝힐 X선 증거 사진 있다”

신씨의 소장과 심낭에 왜 천공이 생긴 것일까. S병원은 수술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소장 천공은 고인의 과실이고 심낭 천공은 심장 수술을 한 서울아산병원의 실수로 보고 있다. 이 병원 담당 변호사는 “애초 금식을 조건으로 퇴원시켰지만 고인이 이를 지키지 않아 결국 상태가 악화됐다”며 “수술 후 이틀간 입원할 때는 상태가 괜찮았는데 이후 외출·외박하는 과정에서 식사를 했고 (장이) 터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심낭 천공에 대해서는 “심낭 천공은 우리 측 복부 수술과 무관하다”며 “심장과 복부 수술을 한 서울아산병원에서 뭔가 문제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측은 “사실을 가리기 위한 물 타기”라고 반박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환자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신씨가 수술 전에 찍은 X선 사진이 있다”며 “심막에 이미 공기와 물이 차서 팽팽한 상태가 보이는데, 이는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소장 천공으로 음식물과 세균이 나와 심낭 천공으로 들어갔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학병원 전문의도 S병원이 신씨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소장과 심낭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닭 뼈와 같은 날카로운 음식이 아니라면 자연적으로 장에 천공이 생기는 일은 드물다”며 “천공은 수술하면서 종종 발생하며 심지어 장에 손상을 주고도 의사 자신이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S병원은 개복 수술이 아니라 내시경으로 수술했다. 절개 부위가 적어 수술 흉터가 덜 남는 게 내시경 수술의 장점이지만 의사 손으로 장기를 만지면서 하는 개복 수술보다 정교하지 못해 천공이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고 신해철씨의 유족이 11월5일 향후 대응 방안 등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신해철 살릴 수 있는 세 번의 기회 놓쳐

국과수는 소장의 천공 원인도 밝히는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이 소장의 천공 부위를 잘라냈고 이 조직을 최근 송파경찰서가 인계받아 국과수에 검사를 의뢰했다. 국과수는 “소장의 천공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절제한 후 봉합한 상태”라며 “병원에서 조직 슬라이드와 소장 적출물을 인계받아 검사하면 소장 천공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천공만 생기지 않았다면 신해철씨가 사망에 이르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10월18일 신씨가 퇴원을 요구하더라도 의료진이 환자 안전을 위해 퇴원을 거부했어야 옳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10월22일 신씨가 복통과 흉통을 호소하며 S병원을 찾았을 때라도 신속한 조치를 했다면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신씨의 소속사 측은 “수술 후 정말 괴로워했다”며 “10분이라도 잤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너무 괴로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대학병원 외과 전문의는 “환자가 너무 아파하고, 특히 복부 수술을 했는데도 가슴이 아프다면 장 유착은 물론 복막염, 장폐색, 패혈증까지 염두에 두고 세밀하게 관찰해서 처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S병원은 신씨의 사망은 자신들의 수술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신씨를 신속하게 서울아산병원으로 후송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유족과 전문의들은 S병원의 입장과 정면으로 대치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족 대표 김형열씨는 11월5일 기자회견을 열고 S병원의 책임을 추궁했다. 그는 “10월22일 신해철이 S병원에 재입원했을 때 오전부터 심한 흉통과 구토 증세를 보였으며 당시 얼굴색이 검게 변하는 등 상태가 위중했다”며 “이후 S병원 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지만, 심폐제세동기가 처음엔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 봤을 때 이미 기기에 심정지 상태로 표시됐다”고 덧붙였다. 한 대학병원 교수도 “심장은 약하게나마 뛰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다른 장기의 기능이 모두 정지했으므로 사실상 사망한 상태”라며 “S병원은 자신의 병원에서 신씨가 사망하는 것을 원치 않아 서울아산병원으로 긴급히 후송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인의 부인 윤 아무개씨는 10월31일 S병원을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소했다. 신씨를 수술했던 S병원의 과실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경찰은 11월1일 S병원을 압수수색하고 의무기록을 확보해 검토 중이다. 만일 경찰 조사와 국과수 최종 부검 결과에서 S병원의 과실이 드러나면 법적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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