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비용도 이자놀이”
  • 김지영·조해수 기자 (abc@sisapress.com)
  • 승인 2014.11.12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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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8군 군사은행’ 명의로 시중은행 예치…영리 활동 금지한 SOFA 규정 위반

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제공한 방위비 분담금을 관리하는 주한미군 은행 ‘커뮤니티 뱅크(Community Bank)’가 분담금 미집행분을 ‘미8군 군사은행’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시중은행에 예치한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금까지 커뮤니티 뱅크를 ‘상업은행’이라고 주장한 미국 정부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커뮤니티 뱅크는 분담금을 통해 막대한 이자소득을 얻어 왔는데, 커뮤니티 뱅크의 성격이 군사은행일 경우 영리 활동을 금지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위반한 불법 행위다. 이와 더불어 방위비 분담금 외에 ‘용산기지 이전 계획(YRP)’ 비용도 ‘이자놀이’에 사용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매년 주한미군에 주둔비용으로 주는 돈을 방위비 분담금이라고 한다. 올해는 9200억원으로 1조원에 조금 못 미친다. 이 중 원화로 받은 방위비 분담금을 관리하는 은행이 주한미군 부대에 있는 커뮤니티 뱅크다. 올 초 미국 정부는 커뮤니티 뱅크가 수백억 원대의 이자놀이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를 ‘미국의 사기업’으로 규정해 ‘정상적인 영리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주한미군이나 미국 국방부와는 관계없다는 얘기다.

ⓒ 시사저널 박은숙
“커뮤니티 뱅크는 군사은행” 내부 관계자 폭로

하지만 커뮤니티 뱅크에서 40년 가까이 일한 ㄱ씨는 시사저널 기자와 만나 “커뮤니티 뱅크가 국내 시중은행에 방위비 분담금을 넣어두고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 예금주는 ‘미8군 군사은행’”이라고 밝혔다. ㄱ씨는 1975년 입사해, 2005년부터 커뮤니티 뱅크 내 방위비 분담금을 관리하는 부서 ‘디스트릭트(district)’에서 일했다. ㄱ씨는 커뮤니티 뱅크가 1조원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공개입찰 과정도 없이 시중은행을 선정해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커뮤니티 뱅크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폭로해 지난 7월 말 해임됐다.

ㄱ씨는 커뮤니티 뱅크가 ‘군사은행’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커뮤티니 뱅크는 대출 업무에서 자동차 구입비용 수준으로나 가능하지 규모가 큰 기업대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이는 예대 마진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은행의 정상적인 업무조차 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예대 마진이란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로, 쉽게 말해 고객이 예금한 돈으로 대출을 해주고 얻는 은행의 주 수입원이다. 즉 커뮤니티 뱅크는 주한미군을 주 고객으로 하는 만큼 통상적인 상업은행과는 애초부터 성격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ㄱ씨는 이어 “커뮤니티 뱅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완전히 별개로 커뮤니티 뱅크는 철저히 ‘밀리터리(military·군대)’다”며 “1년에 한두 번씩 ‘홈 오피스(Home Office·미국 본토)’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수금’하러 오는 이들도 미국 국방부 소속”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커뮤니티 뱅크를 BoA 소속의 ‘상업은행’이라고 주장한 미국 정부의 말과 배치되는 것이다. 

ㄱ씨의 증언대로 커뮤니티 뱅크가 ‘미8군 군사은행’으로서 방위비 분담금을 시중은행에 예금했다면 이는 미국이 SOFA 규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커뮤니티 뱅크를 군사은행으로 본다면 SOFA 제15조에 따라 ‘초청계약자’ 신분이다. 그런데 SOFA 제7조에는 “제15조에 따라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초청계약자=커뮤니티 뱅크)는…(중략)…본 협정의 정신에 위배되는 어떠한 활동, 특히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육군본부의 <한미행정협정 해설서>를 보면 이 의무에는 ‘영리 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가 포함돼 있다. 즉 군사은행으로서 초청계약 신분인 커뮤니티 뱅크가 이자소득을 올리는 영리 활동을 한 것은 SOFA 제7조를 위반한 것이 된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커뮤니티 뱅크를 군사은행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셈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국방부의 용산기지 이전 계획(YRP)에 대한 최근 국회 공식 답변서를 보면 커뮤니티 뱅크를 군사은행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방부는 “용산기지 이전 계획(YRP) 사업 현금 지급액은 미국 측에서 ‘미8군 군사은행’(Community Bank)을 통해 관리하고 있으며 이 은행은 비영리법인으로서”라고 밝히고 있다. ㄱ씨의 증언대로 커뮤니티 뱅크가 ‘미8군 군사은행’이라는 명의로 자금을 예치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또한 국방부는 미8군 군사은행을 ‘비영리법인’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지금까지 커뮤니티 뱅크가 한 영리 활동에 대해 미국 정부에 어떤 항의나 제재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군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국방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사저널의 문제제기에 대해 국회 국방위 소속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국 정부는 SOFA 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커뮤니티 뱅크에 대해 이자 발생액 전부를 환수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분담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커뮤니티 뱅크가 이자놀이에 사용하는 자금에는 분담금 외에도 용산기지 이전비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분담금을 통한 이자소득만을 인정한 상태다. 그런데 수천억 원대의 용산기지 이전비용까지 이자놀이에 사용됐다면 미국 측으로 흘러간 이자소득은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굴리는 돈에 용산기지 이전비용도 섞여 있다”

지금까지 용산기지 이전비용으로 지급된 현금이 얼마인지는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최근 진성준 의원이 국방부를 통해 밝혀낸 용산기지 이전비용 현금 지급액은 2013년까지 모두 약 4500억원에 달한다. 용산기지 이전 계획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현금으로 지급되는 용산기지 이전비용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정부가 전시작전권을 연기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한미연합사령부가 용산에 남겠다고 밝혔지만, 국방부는 이와 관계없이 용산기지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ㄱ씨는 “우리(커뮤니티 뱅크)는 어떤 돈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들어온 돈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에 넣어 이자소득을 얻을 뿐”이라며 “우리가 굴리는 돈 중에는 분담금 외에 용산기지 이전비용도 섞여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방부는 용산기지 이전비용의 관리 실태에 대해 “이 은행(커뮤니티 뱅크)은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무이자계정인 ‘Checking Account(당좌예금 계좌)’에 예치하고 있어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지난 수년간 분담금 이자놀이에 대한 의혹이 있을 때마다, 국방부가 되풀이해왔던 말이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커뮤니티 뱅크의 위법적인 이자소득에 대해 정확한 금액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다. 2013년 8월 기준으로 분담금 잔액 7100억원과 현금으로 지급된 용산기지 이전비용 4500억원을 단순 계산하면 1조원이 넘는 국민 세금이 주한미군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셈이다.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의 유영재 미군문제팀장은 “우리 정부가 이전 미군기지를 직접 지어주는 방식으로 이전비용을 현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며 “우리 정부가 이전비용을 현금으로 지급한 것은 미군기지 시공권을 미국 측에 스스로 건네준 것과 다름없을 뿐 아니라 용산기지 이전비용 역시 방위비 분담금처럼 커뮤니티 뱅크가 전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관계 기관끼리 서로 책임을 돌리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방위비 분담금 집행과 관련해 공익감사를 청구했지만 묵묵부답이다. 국세청은 “개인정보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커뮤니티 뱅크의 이자놀이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ㄱ씨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시중은행에 ‘미8군 군사은행’으로 거래하는 내역을 파악하면 거래은행, 예치금액, 여기서 발생한 이자소득 등 거래 내역 일체를 확인할 수 있다”며 “미군부대가 치외법권이라 수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한국 정부의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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