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를 디자인하라] “감시 대상인 정부 돈 받으면 독립성 유지 못해”
  • 미국 워싱턴=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11.1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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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공개 정보 분석하는 ‘책임정치센터’ 사라 브라이너 조사국장

“황금을 가진 자가 지배한다.”

세계 정치 1번지 워싱턴 D.C.를 관통하는 황금률이다. 로비스트 등 돈을 쥔 일부 ‘내부인’들이 정치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다. 일반 유권자 등 평범한 ‘외부인’들은 그들만의 밀담에 끼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외부인들이 점점 내부인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중심에 책임정치센터(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가 있다. CRP는 정부가 공개한 국회의원 기부자 명단과 기부금, 그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을 공개하고 있다. 돈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기 위해, 파편화돼 있던 정보를 디자인해 일반 유권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공적 데이터를 활용한 ‘매시업’(Mash up·인터넷에 공개된 여러 콘텐츠를 묶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시사저널은 10월21일 워싱턴 D.C.에 위치한 CRP 사무실에서 사라 브라이너 CRP 조사국장을 만나 열린 정부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어봤다.

ⓒ 시사저널 조해수
미국은 열린 정부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 스스로 어떤 평가를 내리는가.

열린 정부를 추진하는 동안 많은 저항이 있었다. 선거자금과 관련해서는 ‘누가 선거자금을 조달하느냐’는 투명성 이슈가 있었고, 또 다른 분야는 로비 관련 투명성이다. ‘누가 어떤 이슈와 관련해 로비를 하고, 어느 정도의 자금을 쓰는가’ 하는 부분이다.

오바마 정부는 열린 정부를 중점 육성한 것으로 안다. 오바마 정부를 평가하자면?

오바마 정부를 평가하자면, 사실상 선거자금과 관련해 한 것이 없다. 법적인 변화가 전혀 없었다. 오바마 정부는 로비스트가 정부 공무원으로 임명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만들었지만, 이마저도 예외 조항이 많아 별 영향이 없다고 봐야 한다. 오바마 정부가 인터넷을 통해 의미 있고 분석하기 쉬운 데이터를 그리 많이 제공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6000개의 PDF 파일을 (정부가) 제공한다면, 정보 이용자는 이를 하나하나 다 열어봐야 한다. 무작정 공개를 한다고 해서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용 가능한 형태로 공개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오마바 정부와 다르지 않다. 질적인 것보다 양적인 것에 치중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자료를 분석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단체는 그런 분석을 하는 곳이지만, 대학이나 개인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이트 접근과 관련한 기술적인 결함(웹 사이트 셧다운)도 많다. 결국 열린 정부의 핵심은 민간단체의 매시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만큼 민간단체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국의 경우 기부문화가 발달돼 있지 않아 많은 민간단체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많은 국가가 그런 상황이다. 불가리아에 우리 같은 단체가 있는데, ‘Open Society Foundation’이란 글로벌 단체에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민간단체가 견제·감시 대상인 정부로부터 돈을 받는다면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CRP의 경우 기업이나 정치인들의 기부금을 받지 않음으로써 신뢰를 유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 대해 일관되게 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초정당주의 및 독립성 유지가 관건이다.  

열린 정부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속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 중간선거에 대한 자료는 오는 12월이 돼야만 얻을 수 있다. 실시간 아니면 실시간에 가까운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기부금을 낸) 개개인이나 회사를 식별할 수 있는 ID를 부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시간과 주체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보의 질은 어떤가. 한국의 경우 ‘정보공개 청구’라는 방식이 존재하지만, 민감한 사항은 대부분 공개되지 않는다.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 따라 정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할 수 있지만, 국방·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몇 십 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국방부 및 국토안전부의 규모를 생각할 경우, 시간이 그처럼 오래 걸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돈과 정치의 역학관계를 파헤치는 CRP 같은 단체의 활약이 미미하다. 돈이 정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돈은 정치의 혈액이다. 정치에 내재한다. 뇌물을 떠나 의원으로 당선되기까지 많은 돈이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돈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큰돈은 대기업에서 나올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미국 정치는 자본권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인가.

슬픈 현실이다.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지만, 선거운동에는 미디어를 통한 광고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 광고는 대기업·부유층에서 나온다. 또한 투표율이 50% 미만으로 너무 낮다. 투표하는 유권자들이 대중을 전부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투표를 안 하는 유권자들은 자기 투표권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투표율을 올리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지 않겠나.

지금 한국에서는 입법 로비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이다. 검찰은 후원금과 의원의 입법 활동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입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법적으로 증빙하기는 무척 힘들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후원금과 입법 활동을 공개하면서) 뉴저지 상원의원인 밥 메넨데즈(Bob Menendez)의 경우 자기 후원자에게 혜택을 준 것으로 홍역을 치렀고, 버지니아 주지사 밥 맥도넬(Bob McDonnell) 역시 자기 딸 결혼식에 하청업자가 비용을 댔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정보 공개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의원들은 기부금 외에 다른 자금을 받는가. 한국에는 출판기념회라는 기형적인 선거자금 루트가 있다.

미국도 최근까지 (출판기념회 같은) 화려한 만찬 행사나 이벤트를 통해 후원자를 만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없어졌고, 작은 행사가 일부 존재하고 있으나 그리 많지는 않다.

정치자금의 흐름을 밝혀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정보는.

한마디로 Input(입력)과 Output(출력)이다. ‘누가 자금을 대는가’.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학연·고용 관계 등 사람들 간 관계도 중요하다. 법이 통과됐을 때 혜택자를 명시하고, 이 의원이 최근 누구를 만났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 일부 의원들이 자신들의 공식 스케줄을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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