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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려고 영화 만들진 않았다”

<카트> 제작자 심재명 ‘명필름’ 공동대표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4.11.12(Wed) 20: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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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트>는 노동조합의 ‘노’자도 모르고, 파업의 ‘파’자도 모르던 가정주부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면서 ‘비정규직’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고 파업을 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인물을 빼고 줄거리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노동 영화인데 다양한 인물이 곁들여지면서 가족 영화이자 휴먼 드라마가 된다.

이처럼 독특한 스탠스의 영화가 명필름(공동대표이사 심재명·이은)에서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심재명과 이은은 부부다. 이은은 1990년 국내 최초로 노동을 다룬 <파업전야>라는 장편영화를 감독했다. <파업전야>는 1980년대 서울의 봄 이후 새로운 세대의 에너지가 ‘민주화’라는 명제 이후 등장한 ‘노동 문제’와 결합한 상징적인 영화다. 1988년 합동영화사 홍보 담당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심재명은 ‘합동’이나 ‘한진’ 같은 1960~70년대 한국 영화 부흥기의 유산을 지켜보면서 영화 실무를 익혔다. 1992년 영화홍보사 명기획을 설립한 심재명은 1994년 이은과 결혼하고 1995년 명필름을 설립해 1996년 창립작 <코르셋>을 내놓았다. 1997년 명필름이 내놓은 <접속>은 한국 영화 제2 부흥기의 상징과도 같은 영화다. 이후 명필름은 <해피엔드>(1999년),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부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2008년), <건축학개론>(2012년)에 이르기까지 로맨스물이라고 보기도, 사회물이라고 단순 분류하기도 어려운 영화를 만들어냈다. 국산 영화들이 눈 돌리지 않던 소재에까지 스스럼없이 걸어 들어가 상업영화로 만들어내는 명필름의 색깔은 영화 ‘운동’을 하던 이은과 상업영화 ‘기획’을 하던 심재명의 결합(결혼) 결과물로 해석된다.

   
ⓒ 시사저널 이종현
노동 소재를 주류 영화에 끌어들여

<카트>도 그런 경우다. ‘노동 영화’는 가족 단위 또는 연인끼리 멀티플렉스를 찾는 손님과 가장 먼 장르일 것이다. 심재명 대표는 <카트>를 “비정규 노동직을 다룬 상업영화다. 노동 영화이면서 가족 영화이고 사람을 다룬 휴먼 드라마”라고 정의했다. “영화가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분노하게 하기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연대의 소중함을 말한다. 모두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고 함께 인간답게 사는 게 뭔가를 얘기한다. 주부 선희의 성장 영화이자 선희와 고교생 아들의 이해와 화해를 다루는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 심 대표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서도 비주류인 여성 노동자, 그중에서도 감정 노동자들 얘기를 하고 싶었고, 과거 <우생순>을 제작했던 경험이 쌓이면서 제작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은 흥행이 되고 어떤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생순>도 비인기 스포츠 종목인 핸드볼에, 아줌마 선수를 다룬 마이너 소재라 아무도 흥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영화를 만들 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정하고 그 영화가 손해 보지 않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을 짠다.”

비주류 인생 다룬 <우생순> 흥행 홈런

‘손해 보지 않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제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카트>)를 저예산 독립영화로 만들면 관객 수에 한계가 있다. 많은 사람이 봐야 의미가 커지지 않나. 대중적이지 않은 껄끄러운 소재인 만큼 염정아 같은 주류 영화배우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아이돌 그룹 멤버(도경수)도 캐스팅했다. 이야기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내 얘기’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영화적 화법도 휴먼 드라마를 강조했다.”

영화는 1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누군가는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대상을 하나씩은 등장시킨다. 주인공 선희의 아들은 ‘편돌이’라고 불리는 ‘고딩 알바’로 수학여행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일하다 돈을 떼인다. 취업난을 겪는 88만원 세대 미진은 마트 계산원으로 취업을 하고, 싱글맘 계산원, 착하게 열심히 살면 된다는 입심 좋은 40대 아줌마, 60대 청소원 할머니. 이들은 각자 자기 앞의 생에 허덕이며 월급에 감사하며 삶을 버텨내다 손을 맞잡게 된다. 영화는 엘리트와는 거리가 먼, 우리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를 이루는 서민 계층의 판타스틱하지 않은 삶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돈. “예산을 많이 쓰는 것은 위험이 크다고 생각해 처음엔 20억원 미만의 제작비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니 세트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동탄의 빈 공장 건물을 빌렸지만 노조원 등 출연 인원이 많이 필요하고 허허벌판에 일산 같은 신도시의 풍경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 넣다 보니 순제작비가 30억원까지 불어났다. 배우나 스태프의 현물(재능) 출자분 6억원도 받았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 16억원까지 더하면 50억원대의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심 대표는 “언론에서도 안 다루는 게 파업인데 돈을 벌기 위해 <카트>를 만들지는 않았다. 손해만 안 보면 된다.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하고 인간을 따뜻하게 그렸다. 영화 주인공들도 각종 연예·오락 매체에 나가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지점은 소셜 펀딩을 받은 것. 일반인 5000명이 참가한 소셜 펀딩을 통해 마련한 제작비 자체는 크지 않지만 이들이 이미 한편이 돼 <카트> 마케팅 활동에 참여한다는 게 의미가 있다. 명필름은 이번에도 소셜 펀딩 참가자를 포함한 3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시사회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명필름은 홍보 마케팅을 철저하게 하는 회사로 유명하지만 영화 프리프로덕션도 꼼꼼하기로 소문났다. <카트>도 기획에서 개봉까지 6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카트>의 시나리오는 김경찬 작가(전 목포MBC 교양 PD)가 썼다. “그분이 방송사에서 15년간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분이 기자를 소재로 쓴 시나리오를 봤는데 굉장히 생생하게 묘사했기에 사회물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 한 대형마트 사태를 본 뒤 그걸 의뢰했다. 2년 반 정도 쓴 시나리오를 들고 부지영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했고 다시 1년 반 정도 고쳐 쓴 뒤 제작에 들어갔다.”

이렇게 ‘공들인 세공’이 바로 제작자의 일이다. 당연히 지금도 그의 품에서 4~5개의 프로젝트가 굴러가고 있다. 장편 애니메이션 두 편이 제작 중이고 내년 초 개봉하는 <화장>의 마케팅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2월 개교하는 명필름영화학교는 별도의 대형 프로젝트다. 해마다 10명의 신입생을 뽑아 1년간 교육시키고, 1년간 장편영화 두 편, 다큐멘터리 한 편의 제작 지원을 하는 일종의 예비 영화인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다. 물론 교육비는 무상이고 제작비는 지원한다.

심 대표가 말을 가장 많이 아낀 부분은 흥행 예상이었다. 19년째 제작 일을 하면서 35편의 영화를 만든 그도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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