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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의 성'엔 동서고금 예외가 없다

사회 지도층의 “나는 괜찮다” 특권의식이 성 일탈 부추겨

김현일 대기자 ㅣ 승인 2014.11.19(Wed) 11: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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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8월11일, 대한민국의 모든 신문 1면은 한 국회의원이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되는 사진으로 장식됐다. 공화당 소속 성낙현 의원이 장본인이다.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알선 수재) 위반 혐의. 농협조합장 임명을 미끼로 500만원을, 모래 채취 허가를 조건으로 700만원의 뇌물을 받는 등 두 건의 이권 청탁에 개입해 모두 12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국회의원의 구속은 그 자체만으로 이목을 끄는 게 당연하지만 성 의원의 경우는 달랐다. 부정부패보다는 여고생과의 성 스캔들 때문이었다. ‘야동’이 범람하는 오늘날에도 엽기적으로 비치는 ‘여고생들과의 섹스파티’는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그는 당시에는 흔하던 여의도 행사에 동원된 여고생 2명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난교를 했고, 이후에도 계속 이런 파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그는 1971년 3선 개헌 당시 야당(신민당) 소속 의원임에도 개헌 찬성에 동조한 변절자였기에 ‘인격 파탄’의 표본처럼 회자됐다. 김형욱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돈과 회유에 넘어간 야당 의원 3명(조흥만·연주흠) 중 한 명인 그는 이후 공화당으로 둥지를 옮겨 두 차례 더 금배지를 달았지만 종말은 이처럼 추잡·비참했다.

   
1978년 8월11일 ‘여고생들과 섹스파티’ 사건으로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전 국회의원 성낙현씨가 영등포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일반에게는 정치적 변절보다 섹스 스캔들로 더 오래 기억되는 성 의원은 그래서 ‘권력과 성’이라는 담론이 제기되면 우선 떠오르는 정객이다. 또 ‘거시기’라는 애매한 표현으로나 입에 담을 만한 흉측한 엽기행각을 벌였기에 우리 사회 ‘권력과 성’ 논의의 효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섹스’라는 단어 앞의 ‘여고생’이나 ‘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뺀다면 여기서 예외가 될 권력자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성에 관한 한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역대 대통령도 여럿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배우·탤런트·가수 등 200여 명이 된다는 증언이 있다. 퇴임 후 혼외자 논란에 휘말렸던 김영삼·김대중 대통령도 남 얘기할 처지가 아니다. 여타 대통령들의 여성 편력도 만만치 않다. 재임 중 청와대 관저 여직원을 임신시킨 대통령도 있고, 여배우 등과의 염문으로 영부인이 난리를 피우게 만든 대통령도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의 여성 편력을 열거하면 노트 몇 권 분량이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고 보면 성낙현씨는 권력과 성 일탈(逸脫)을 논할 때마다 자기가 효시로 등장하는 데 대해 억울할지 모른다. 원체 자기 행위가 ‘거시기’해 내놓고 푸념을 못하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권력과 성’을 얘기하느라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이 예시됐을 뿐이지 성과의 연관성을 논할 때 권력의 대소(大小)나 직능 분야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장관·차관·국장·과장, 재벌과 소상공인 간의 차이는 별로 없다. 일반 사회나 체육·문화 어느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부문이건 단순한 갑을 관계만으로도 권력은 존재한다.

이러다간 자칫 ‘사내란 문고리 잡을 힘만 있어도 한눈을 판다’는 우스갯소리를 뒷받침해 모든 남성을, 특히 권력자들을 ‘바람을 피우는 잡놈’으로 일반화시킬까 우려된다. 하지만 그런 단정은 절대 아니다. 그저 상대적으로 그들의 성 일탈이 많다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나 인류학자 등이 말하는 불패(不敗) 콤플렉스니 정복욕이니 하는 이론과 논증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권력자의 성 탐닉 모습은 다수 엿보인다. 이는 권력 본래의 속성과 권력자 자신의 개성 등이 뒤엉킨 데다 권력 주변에 꼬이는 여성이 많은 것과 무관치 않을 터다. 성 일탈 상승 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부와 명예’는 ‘더 많은 성관계’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자연스레 성립하는 것이다. 돈 많고 권력 가진 이들이 많은 여성을 취했던 것은 굳이 따질 필요조차 없다.

권력이 큰 이들의 성 일탈과 관련해서는 ‘권력을 쥐면 모든 게 가능한 것처럼 착각한다’는 학자들의 지적이 와 닿는다. 여러 여성을 거느리는 부자들의 경우에는 앞글의 ‘권력’을 ‘돈’으로 대치하면 거의 틀림없을 게다.

권력 추종형 여성들을 말해주는 사례도 심심치 않다. ‘외도(外道)’에 관한 한 ‘도사’로 통하던 Y의원은 자신의 선거운동을 돕는 다수 여성 조직책들과 ‘육체적 고리’를 유지했다. 여기엔 Y의원의 빗나간 의식 못지않게 여성의 ‘능동적’ 자세도 무관치 않다. 이 Y의원은 결국 권력형 부패 케이스로 여의도를 떠났는데 L의원의 경우도 유사하다. 여성 운동원의 농장을 방문한 그는 남편에게 과일을 따오게 하고는 그 사이 ‘번개 관계’를 갖기도 했다. 군수나 시장이 각급 단체장, 유지들과 어울리는 야외 만찬 때 일부 ‘활동적인’ 여류들은 악수를 나누는 순간 상대의 ‘아랫도리’에 손을 대기도 한다. “(거시기) 잘 있느냐”는 야릇한 질문을 섞어. 그런 노르스름한 놀음은 상대가 기관장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그 밖에도 학교장과 학부모회 간부 여성의 ‘춘사(春事)’ 등등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을 지경이다.

지난 2011년 유력한 차기 프랑스 대통령 후보로 꼽히던 국제통화기금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호텔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섹스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 영국의 한 잡지가 세기의 스캔들 톱10을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1위는 2006년 10여 명의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모세 카차브 이스라엘 전 대통령, 2위는 백악관 인턴과 오럴섹스를 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3위가 스트로스칸 총재, 4위는 러시아 스파이와 특수한 혼외정사를 가진 프로퓨모 영국 국방장관, 5위는 40세 어린 청년과 애정행각을 벌인 59세의 아이리스 로빈슨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전 총리 부인 등이었다. 그 밖에 부하 여직원과 관계를 가진 존 에드워드 미국 상원의원, 고급 매춘 조직 고객임이 드러나 유력 대통령 후보에서도 탈락한 엘리엇 스피처 뉴욕 주지사, 미성년 성매매 파문의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동성애자 짐 맥그리비 뉴저지 주지사, 남자 성추행으로 체포된 래리 크레이그 미국 상원의원 등이다. 

여성 권력자 스캔들 적은 것은 숫자가 적기 때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들의 성 일탈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이 톱10 선정은 그러나 서구 중심 시각에서 이뤄져 동양권의 ‘기록’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한계를 지니는데, 아무튼 여성이 5위의 총리 부인 한 명밖에 없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정치권을 포함한 권력세계가 남성 중심이라서 그럴 따름이지 권력의 성 일탈에서 여성이 무관하다는 것까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남성 편력을 과시한 중국 측천무후를 비롯해 러시아제국의 예카테리나 2세, 영국 엘리자베스 1세 등을 보라는 것이다. 최고 지배자는 아니지만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의 세 번째 아내 메살리나 발레리아 등도 마찬가지 아니었느냐는 반문이다. 메살리나는 숱한 사내들을 궁정 침실로 끌어들이다 못해 아예 유곽에 나가 손님을 받았다는 탕녀다. 병적인 여성의 기행까지 일반화시킬 필요는 없더라도, 권력과 성 일탈에서는 굳이 남녀를 가릴 이유가 없다.

비록 한 시대이긴 했지만 몇몇 교황들도 성 일탈에 관한 한 예외가 아니다. 여러 정부(情婦)를 거느리다 그중 한 여인의 남편에게 살해당한 요한 12세(955~963년), 남창(男娼)과 섹스 중 얽힌 상태에서 급사한 바오로 2세(1464~1471년), 자신의 딸 8명을 건드린 것으로 알려진 이노센트 8세(1484~1492년), 매일 밤 창녀를 교황청으로 불러들였다는 알렉산더 6세(1492~1503년) 등등. 가장 ‘성(聖)스러운’ 게 아니라 ‘성(性)스러웠던’ 교황들은 권력이 왕권을 압도한 중세 시대에 재임했던 이들이다. 이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방증이다. 최근 미국 등지에서 물의를 빚는 신부들의 신도 성추행 스캔들도 나름의 맥락이 있는 것이다. 몇몇 신부 개인의 ‘비정상’이 더 고약한 결과를 낳는 것과는 별개로 ‘종교권력’도 권력임이 분명하다.

어쨌거나 권력과 성 일탈의 논의에서는 전통적으로 권력의 주체가 남성이었기 때문에 주로 남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청교도적 생활을 강조하는 영미권에서 두드러졌다. 그와는 달리 프랑스와 동양의 경우는  ‘허리 아래는 따지지 않는다’는 게 불문율로 자리해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프랑스의 경우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고 숨겨둔 여인을 만나러 가는 사진이 보도되면서 파문이 일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다. 과거엔 대통령들이 엘리제궁을 빠져나가 정부를 만나거나 아예 별도 살림을 차리는 일이 있었지만 큰 시빗거리가 되지 못했다. 남성 우위가 확고한 동양 사회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국 마오쩌둥 주석의 여성 편력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로 인해 시끄러웠던 기억은 없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정 정치가 기본인 일본에선 게이샤(기생)가 빠지지 않는다.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가 게이샤와의 사이에 자식을 두었다고 탓하는 기사를 찾을 수 없고, 정을 나눈 게이샤가 숨지자 배우자 자격으로 문상객을 맞는 전직 총리의 모습이 미담으로 운위됐을 정도다. 유력 정치인과 게이샤 간의 스캔들이 심심치 않으나 이로 인해 정치적 치명상을 입는 경우는 드물다. 1989년 게이샤와의 스캔들로 총리에 취임한 지 3개월도 못 돼 하차한 우노 쇼스케의 경우는 성추문 때문이 아니라 그와 관계를 맺었던 게이샤가 “그는 아주 짜고 속이 좁다”고 맹박한 게 결정타였다.

   
전직 총리의 내연녀로 알려진 정인숙. 1970년 3월17일 한강변 도로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그러나 권력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당시는 상대 남성에 대한 뒷소문만 무성했다. ⓒ 뉴스뱅크이미지
빗나간 관용이 성 일탈과 범람 가져와

1961년 5·16 군사쿠데타에 성공한 뒤 출범한 국가재건최고회의는 혁명 공약 중 하나인 구악 일소 작업 일환으로 축첩(蓄妾) 공무원 색출에 나섰다. 당연히 환영받을 일이지만 그러나 곱씹어보면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다. 한 지아비가 복수의 지어미를 거느리는 게 부도덕하다는 인식의 흔적이 없지는 않으나 그보다는 일정한 공무원 수입으로 둘 이상의 가정을 갖는 자체가 부정부패 가능성을 높인다는 물질적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민간인의 축첩은 상관하지 않은 점도 그런 방증이다. 이같이 남성의 성 일탈에 대한 관용은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한 1960년대와 1970년대를 풍미했다. 1970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정인숙 여인 피살 사건과 이후 박 대통령이 취한 조치는 그 생생한 증거다. 정인숙이 낳은 아들의 아버지로서 사건과 결코 무관할 리 없는 정일권 총리를 묵인하는 것은 물론 3년 뒤에는 국회의장을 시켰다. 박정희 대통령의 속내는 헤아릴 방법이 없으나 ‘허리 아래 불문’만은 확실했다.

국정원이나 경찰의 요인 동향 파악 대상의 주요한 하나는 ‘여자관계’다. 여야 정치인을 포함해 이른바 주요 인사 상당수가 여기에 발목이 잡혀 있는데 권력 핵심부는 ‘유사시’ 무기로 활용한다. 부작용도 없고, 비용이 안 드는, 즉효가 나는 가장 효율적 수단이라는 전언이다.     

한국 사회에 빗나간 성이 넘쳐나는 것은 산업화 속에 함께 뿌리내린 ‘사내가 바람피우는 게 무슨 흉이냐’는 성 관념이 크게 작용했다. 비단 권력 주변뿐 아니라 사회 구석구석까지 오염되게 만들었다. 일반 회사원도 출장이라도 갈라치면 으레 그러려니 하는 풍조가 한때 만연했다. 옛날 관리가 타 지방을 방문하면 관기를 대령하는 폐습이 곳곳에 부활한 모양새였다. 그러면서 사회적 지위 상승과 세상사에 눈뜬 일부 여성들까지 질세라 폐습에 동참했다. 지금은 초등학생 손에까지 온갖 야동이 쥐어지는 등 성이 넘쳐난다. 더 이상의 성 일탈을 원치 않는다면 권력자와 그 주변부터 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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