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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아이튠즈 되겠다”

뉴욕타임스가 370만 달러 투자한 네덜란드 뉴스 스타트업 ‘브렌들’

김위근│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언론학 박사 ㅣ 승인 2014.11.27(Thu) 19: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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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 상황과 관련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종이신문이 언제 사라지느냐는 것이다. 이전에도 종이신문의 종말을 얘기한 호사가는 있었다. 하지만 최근 현장에서 들리는 얘기는 심각하다. 전체 종이신문 시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상상하기 쉽진 않지만, 분명한 것은 미디어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의미 있는 수준의 변화가 곧 닥쳐올 것이라는 점이다.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해가 다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종이신문 대신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해진 인터넷에 널려 있는 뉴스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버렸다. 이런 현실에서 종이신문의 선택지는 거의 유일하다. 효율적인 온라인 뉴스미디어로의 변신이다. 최근 우리나라 종이신문의 혁신에 대한 고민이 여기에 닿아 있다.

   
네덜란드의 뉴스 스타트업 ‘브렌들’이 뉴욕타임스의 투자를 받으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브렌들 소개 유튜브 동영상 캡쳐 사진
올해는 유난히 국내외에서 기존 오프라인 저널리즘에 대한 반성과 변화의 목소리가 높았다. 새로운 온라인 뉴스서비스도 많이 출현했다. 2014년은 온라인 저널리즘에서 의미 있는 해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어디로 방향타를 잡아야 할지 가늠하기 힘들었기 때문일까. 올해 우리나라 뉴스미디어들은 해외 사례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해외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뉴스 콘텐츠 유료화 실험과 뉴스 스타트업의 성공은 귀를 쫑긋하게 했다. 녹록하지 않은 우리나라 언론 현실에서 일종의 ‘희망 찾기’라고 볼 수 있다.

그 하나로 ‘브렌들(Blendle)’(https://blendle.nl/)이라는 온라인 뉴스 서비스가 있다. 이 뉴스 서비스는 네덜란드의 뉴스 스타트업이다. 지난 10월 말 ‘브렌들’은 미국 뉴욕타임스와 독일의 미디어그룹 ‘악셀스프링어’로부터 37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뉴욕타임스와 악셀스프링어가 취득한 지분이 23%이므로 환산해보면 ‘브렌들’의 기업 가치는 160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에 전직 기자들이 창업해 올해 5월 서비스가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르게 성공 신화를 썼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네덜란드 뉴스 스타트업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세계 유수 미디어 기업들이 투자한 것일까.

‘페이월’ 거부하고 색다른 도전 

‘브렌들’이 주목받는 것은 뉴스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모델이기 때문이다. ‘브렌들’의 모토는 ‘저널리즘의 아이튠즈’다. 애플의 아이튠즈를 통해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쉽게 사고 이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뉴스 콘텐츠를 판매한다는 것이 브렌들의 전략이다. 실제로 애플이 음반사들로부터 음원을 확보해 건당 판매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브렌들은 네덜란드의 주요 언론사들의 뉴스 콘텐츠를 모두 모은 뒤 개별 뉴스 콘텐츠별로 판매한다. 여기에 더해 구입한 뉴스 콘텐츠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사유를 기재하면 환불해주기도 한다. 디지털 뉴스 콘텐츠 유료화 시장의 전통적 과금 방식인 페이월을 거부한 것이다.

사실 특정 뉴스미디어에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 일정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페이월 과금 방식에서는 이용자가 관심이 없거나 필요하지 않은 뉴스 콘텐츠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작 필요한 뉴스 콘텐츠가 다른 뉴스미디어에 있을 경우에는 다른 미디어에 또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브렌들의 창업자들은 여기에 착안했다. 뉴스 스타트업이지만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뉴스 콘텐츠를 이용자가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유통 체계 자체를 변화시킨 것이다. 현재의 뉴스 콘텐츠 유료화 모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미디어 기업으로서는 브렌들이 제안하는 혁신적 유통 모델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브랜드보다 뉴스 완성도가 경쟁력  

브렌들이 실험하고 있는 유통 모델이 언론산업 전반에 걸쳐 받아들여진다면 뉴스 생태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현재 뉴스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브랜드다. 이로 인해 뉴스미디어 브랜드가 곧 뉴스 콘텐츠의 품질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페이월 과금 방식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거의 모든 비즈니스 모델은 개별 뉴스미디어, 즉 개별 뉴스 브랜드에 기반을 둔다. 하지만 브렌들의 실험에서는 개별 뉴스 콘텐츠의 완성도가 곧 경쟁력이다. 이 유통 모델이 확산되면 시민이 필요로 하는 질 높은 뉴스 콘텐츠를 얼마나 생산하느냐에 따라 뉴스미디어의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동안 조직 논리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했던 역량 있는 저널리스트의 존재감이 부각됨은 물론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브렌들의 성공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동안 존재했던, 유료로 뉴스 콘텐츠를 이용하는 온라인 뉴스 비즈니스 모델 중에서 장기간에 걸쳐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것은 없다. 지나친 단순화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말해보자면 지금까지 성공한, 그리고 앞으로도 성공할 유일한 비즈니스 모델은 뉴스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대신에 광고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질 높은 수많은 대체재가 무료로 존재하는 온라인 미디어 환경에서 유료 이용자를 확보해 이를 수익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전략은 어쩌면 무모해 보인다. 그럼에도 브렌들 실험의 의의는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뉴스 콘텐츠 유통 혁신을 통해 독자적인 뉴스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는 데 있다. 매우 작은 가능성이지만 애플의 성공을 생각해보면 한낱 실험으로 치부해버리기엔 아쉬움이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자. 브렌들의 뉴스 유통 모델의 성공이 가능할까. 우리나라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수천 개의 인터넷신문이 있다. 이 가운데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뉴스 콘텐츠가 오프라인 기반 뉴스미디어보다 우수하다고 평이 난 곳도 있다. 온라인 뉴스 콘텐츠 유통의 상당 부분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이뤄진다. 뉴스 콘텐츠를 이용하는 데 좀처럼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는 까다로운 소비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뉴스 저작권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무엇보다도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이런 실험에 과감하게 도전할 여력이 없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각국의 언론 관련 법·제도·정책·인프라 등이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름에도 불구하고 비판 없이 해외 성공 사례들을 끊임없이 보도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언론이 도전을 뒤로한 채 스스로 ‘희망 고문’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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